9번째 행성
지난 1월에
태양계 최외곽을 떠도는 왜행성인 명왕성 너머로
9번째 행성이 존재할 것이라는 예측은
전세계의 천문학계를 들쑤셔놓았습니다.
이 태양계의 막내에 대해서
우리가 모르는 것은 여전히 훨씬 더 방대하지만
최소한 이 행성이 지구보다 10배 더 큰
거대한 행성이라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큰지 이 행성을 예측한 천문학자는
이 9번째 행성의 별명을 "뚱땡이"라고 붙일 정도였죠.
그리고 이렇게 거대한 덩치를 가진 행성이
아직도 관측되지 않았다는 점은
우리가 태양계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
얼마나 초라한지 새삼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9번째 행성을 발견한 사람은 명왕성 킬러였습니다
마이크 브라운이라는 이름이 생소한 사람도
그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알것입니다.
그는 2006년 당시 카이퍼 벨트에서
왜행성 에리스를 발견함으로서
행성의 정의를 바꿔버리고
덩달아 우리의 친구인 명왕성을
태양계의 당당한 행성에서 왜행성으로
끌어내려버린 바로 그 범인입니다.
이 일때문에 마이크 브라운은
전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쳤고
심지어 이러한 비난과 비판을 경험하고
"나는 어떻게 명왕성을 죽였나" 라는 책까지 써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태양계에서 행성 하나를 없애버린 장본인이
태양계에 행성 하나를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브라운은 동료 천문학자인 콘스탄틴 바티긴과 같이
천문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하며
해왕성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태양계 최외곽에서 해왕성에 중력으로 영향을 주는
거대한 물체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9번째 행성은 거대한 얼음덩어리입니다
최초발견자인 브라운과 바티긴은
9번째 행성이 명왕성이나 에리스같은 왜행성이 아니라
온전한 행성이라고 주장합니다.
브라운은 심지어 뉴욕커라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태양계에 존재하는 어떠한 행성보다도
가장 완벽한 행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스스로의 중력만으로 주변의 물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
행성의 기본 요건이라면
아쉽게도 명왕성은 해왕성의 중력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하지만 9번째 행성은 태양계에 존재하는 그 어떤 행성보다도
이웃 행성의 중력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우리가 9번째 행성이 결코 작은 크기가 아닐 것이라고
추측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9번째 행성은 지구보다 10배,
명왕성보다는 5천배가량 더 무겁습니다."
9번째 행성의 크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행성이 더 클수록 자연스레 그 행성의 대기권은 빈약해집니다.
Core Accretion 모델이란
먼저 작은 크기의 돌과 얼음덩어리들이 뭉쳐서 핵을 형성하고
그 핵이 주변을 떠돌던 가스덩어리들을 중력으로 모아 뭉쳐서
결국 거대가스행성이 된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토성이나 목성같은 거대 가스행성들도
화성이나 지구같은 암석행성이었던 시절이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9번째 행성은 거대한 얼음행성입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얼음거대 행성이
지구같은 작은 암석행성과
목성같은 거대한 가스행성의 중간지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9번째 행성의 크기는 암석행성보다는 크지만
거대 가스행성에 비교하면 아직도 크기에서 모자랍니다.
바로 이러한 애매한 크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9번째 행성이 과연 지구형 암석행성인지
아니면 목성형 거대가스행성인지
어떻게 분류할지에 대해 뜨겁게 토론하였습니다.
9번째 행성은
저---------------ㅇ말 멀리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의 기준으로 봐도 9번째 행성은
살짝 멀리 있는 편입니다.
태양으로부터 900억km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이는 태양과 가장 먼 해왕성의 거리보다
20배 더 먼 거리입니다.
나사의 최신형 탐사선인 뉴호라이즌호는
9년이라는 긴 시간을 날아간 끝에
명왕성에 도달했지만
같은 속도로 9번째 행성을 향해 가면
약 54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9번째 행성이
태양과 가장 가까운 근일점일때
운이 좋으면 54년이 걸린다는 것이고
가장 먼 원일점이라면 약 35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물론 원론적인 이야기이며
뉴 호라이즌호에 실린 연료는 그정도의 먼 거리를
항해할 만큼 충분하지도 않습니다.
9번째 행성은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여지껏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마이크 브라운과 콘스탄틴 바티긴은
수학적 계산을 통해 9번째 행성의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했고
이제 아마추어 천체망원경으로도
실제로 관측에 성공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지구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접근했을때에만 기대할 수 있지만요.
9번째 행성이
태양을 한바퀴 도는데에는
어처구니없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9번째 행성의 정확한 공전주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브라운과 바티긴은 최소 1만년정도 걸린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뚱땡이' 특유의 타원형 궤도를 고려해볼때
최장 2만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태양계의 그 어떤 행성보다도
가장 긴 공전주기이죠.
천문학에 자주 있는 일이지만
천문학에서 나오는 숫자는 실감이 잘 안될 때가 많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만년전에는
아직 지구상에 맘모스가 살고 있었고
초기 인류의 숫자가 5백만명이 채 넘지 못하던 시절입니다.
농업이 최초로 시작되며 문명이 싹트던 먼 옛날부터
최신 아이포드가 나오는 최근까지 오랜 기간동안
9번째 행성은 달랑 태양을 1바퀴 도는데 그쳤습니다.
미친 소리처럼 들리지만
태양계에는 1년이 하루보다 짧은 행성도 존재하듯이
1만년동안 태양을 도는 행성 또한
말이 되긴 하죠.
9번째 행성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지구 가까이 온 적이 있습니다
9번째 행성은 어처구니 없이 멀리 떨어져 있기에
태양계를 작은 마을정도로 비교한다면
9번째 행성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깊은 숲에서 은거하는 은둔자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한데에는
태양계의 유명한 깡패
'목성'을 탓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2011년 당시 과학자들은 왜 우리 태양계에
5번째 거대행성이 존재하지 않는지에 대해서
궁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웃 태양계를 관측해본 결과
분명히 5번째 거대가스행성이
있을 법한데 말이죠.
한가지 유력한 가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태양계가 태어난 지 얼마 안되던 시절
목성이 크기로 으시대며 근처에서 돌던 5번째 가스 행성을
그 특유의 무지막지한 중력으로 끌어당겨와
목성과 5번째 가스 행성의 공전궤도가 흐트러졌고
결과적으로 5번째 가스 행성은 태양계 근처에서 튕겨져나와
태양계에서 아-------------------------주 먼
변방에서 공전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불쌍한 5번째 가스 행성이
훗날 우리가 발견한
9번째 행성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태양계의 아주 먼 끄트머리에서 발견된
거대한 가스행성(9번째 행성)은
위의 이론을 설득력있게 만들어줍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2부를 보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