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군제 개혁의 배경

 1872년, 흥선 대원군의 하야와 함께 고종은 드디어 친정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앞으로 전개되어 나갈 조선의 방향에 있어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친정을 시작한 고종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했던 과제는 바로 흥선 대원군 섭정 기간 동안 형성된 대원군 정계를 고종을 중심으로 한 왕 중심의 정계로 다시 재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흥선 대원군은 물러났어도 아직 정치권에 남아 반발과 대립을 일으키는 흥선 대원군 세력의 약화에 있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시 언제 있을지 모르는 열강의 침입에 대비하기도 해야 했기 때문에 흥선 대원군과 마찬가지로 조선의 군사력 강화에도 신경써야했습니다.

 결국 고종 친정 이후부터 임오군란 이전까지의 고종의 군제 개혁은 이러한 국왕 중심의 정계 개편과 조선의 군사력 강화 강조라는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충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2. 정책의 전개

 고종 이전의 흥선 대원군의 경우 병인양요와 신미양요와 같은 두 차례의 양요를 거치는 동안 강화도에 설치되어있던 강화 유수부를 새롭게 강화 진무영으로 개편하여 군사 기능을 강화시키고 그 외의 지방 중요 지점에 포를 장비한 군사들을 배치하여 수도외곽은 물론 지방 진영의 강화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하지만 대원군과 달리 고종은 궁궐 수비와 경호를 목적으로 한 친위대 육성에 집중하는데 이는 고종의 군제 개혁과 관련해 많은 이들이 비판하는 부분입니다만 이는 추후 따로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고종이 가장 먼저 행한 행동은 바로 새로운 친위부대의 증설로써 무위소를 새롭게 설치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미 국왕 친위부대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또 설치해 재정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며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만 결국 고종은 기존 궁궐 수비병들에서 차출 및 충원하는 방식으로써 마침내 1874년, 독자적 군으로써 무위소를 새롭게 설치합니다.

 그리고 초기 8백 명으로 시작한 무위소는 점차 고종의 관심 속에 그 기능과 권한, 규모 등이 꾸준히 확대되어 갑니다. 기능에 있어서는 단순한 궁궐 수비를 넘어선 제반 군사 업무까지도 총괄하기에 이르렀고 권한에 있어서는 무위소의 수장이 다른 군영의 일을 지위하기도 하였으며 규모에서는 초기 8백 명에서 약 8배 커진 약 4천여 명에 이를 정도로 거대 조직화된 겁니다. 그리고 이는 기존의 군영과는 다른 고종만의 확실한 군사적 지지기반을 마련한 거지요.

 그러나 점차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우세한 신무기로 무장한 열강의 계속되는 위협 속에서 이러한 기존의 전통 체제 속에서의 군제 개편은  별 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 바로 들어나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바로 윤요호 사건을 비롯한 영종도 전투입니다. 

 이를 통해 강화도 조약을 맺으면서 고종은 지난 과거 두 번의 양요를 통해 확인된 조선의 군사력이 여전히 주변국에 비해 허약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며 이와 더불어 전통적인 체제 속에서의 군제 개편의 한계성을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현 실태를 깨달은 고종은 앞서와 같이 기존의 전통적인 체제 속에서의 개편이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써의 군제 개편을 구상하기에 이르는데 이는 바로 서양의 발달한 기술과 군제를 새롭게 도입한다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은 전통적인 군사 강국이었던 청나라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는 일본이란 두 이웃 국가가 있는 상황에서 진행도 수월해 보였습니다.

 결국 고종은 이 두 이웃국가의 발달된 기술과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청나라에는 영선사를, 일본에는 수신사와 조사시찰단을 파견하여 이 두 나라의 실태와 선진 기술을 파악해 오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앞으로 진행할 군제 개편의 방향성을 정하는데 결국 고종이 택했던 군제 개편의 방향성은 청나라를 통한 군제 개편이었습니다. 운요호 사건과 오끼나와 점령을 통해 보인 일본의 팽창주위와 국내에서 여전한 일본에 대한 왜양일체의 분위기가 결국에는 일본이 아닌 청나라를 택하도록 만들었던 겁니다.

 청나라도 방향성을 잡은 고종은 이후 무기제조법을 익힐 인원들을 청나라에 파견하고 군사 기예를 가르칠 교사를 초빙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고 이어 군제 개혁 또한 단행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개혁의 일환으로 기존의 전통적인 5군영 체제를 2군영 체제로 축소하는데 이 과정에서 무위소가 훈련도감과 용호영, 호위청을 흡수해 무위영으로 확대되며 금위영, 어영청, 총융청이 통합되어 장어영이 탄생하게 됩니다.

 또한 신식 군대로써 별기군도 새롭게 설치하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당초 청나라 교관을 초빙한다는 계획과는 달리 일본인 장교 호리모토를 교관으로 초빙한다는 점입니다만 이는 재정 문제와 일본의 적극적인 요청, 이미 호리모토가 국내에 체류하고 있었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되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후 이들은 호로모토의 지휘 하에 일본식 군사 훈련과 제식 등을 임오군란 이전까지 배워나가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고종 친정 이후부터 임오군란 이전까지의 고종의 군제 개편에 대한 간략한 소개입니다만 요약해보면, 고종은 기존 전통적인 친위 부대에서 독자적 부대로써 무위소를 설치 및 강화하여 자신의 군사적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친 대원군 세력을 배제하였으며 이어 조선의 실태를 깨달은 강화도 조약 이후에는 새로운 방법으로써 기존 5군영을 2군영으로 축소 통합하고 선진무기와 훈련 방식을 도입한 신식 부대로써 별기군을 설치했다는 것으로 요약이 되겠습니다.

3. 정책의 한계

 나름 정계 개편과 조선의 군사력 강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노려보고자 했던 고종입니다만 그럼에도 이러한 고종의 군제 개혁에도 한계가 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보인 군제 개혁의 한계는 총 4가지로 구분이 가능합니다.

 우선 첫 번째로 무위소. 고종은 무위소를 설치 및 강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군인을 선발해 양성하기보다는 기존 군영에서 차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위에서 이미 한 차례 설명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방법은 재정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득이 될 수는 있어도 결국 다른 군영이 약화된다는 점에서는 해가 되었던 방법이었습니다. 즉 차출이 너무 심하다보니 기존 업무조차 보기 힘들 정도로 인원부족 현상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것이죠. 이는 군복무를 GOP나 GP에서 했던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전역 인원은 계속 나오는데 신병은 부족하여 결국 어느 순간부터는 만성 인원부족에 시달렸던 경험을 생각해보시면 말이죠.(저의 경우 초기에는 인원이 많아 포반의 경우 근무는 안 나가는 대신 작업을 도맡아 행했습니다만 가면 갈수록 근무 인원이 부족해지면서 포반도 근무에 투입되는 지경까지 왔었죠. 뭐 결국에는 이도 부족하여 계원들도 경계 근무 나가기에 이르렀지만 말입니다.) 이러한 인원 부족으로 인한 기본 업무의 벅참은 그대로 도성과 궁궐의 치안과 방위 문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두 번째 한계는 바로 재정입니다. 고종은 친정 이후 흥선 대원군이 제정한 각종 정책들을 폐지해 나가는 과정에서 세금 관련 정책들도 폐지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세금 폐지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군 예산과 관련된 것도 함께 후속 대책 없이 폐지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가령 연강수세의 경우 진무영이나 지방 포군의 설치 및 운영에 반영되었으나 후속 대책 없이 폐지되면서 이후 운영에 재정적 어려움을 초례하기도 하였습니다.

 세 번째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반 개항 세력과의 의견 조율의 실패입니다. 즉 개화에서나 군 근대화에 있어 반 개항 세력이나 구식 군인들과의 의견 조율 보다는 무작정 시행을 밀어붙이다보니 엄청난 반발을 초례하였을 뿐만 아니라 군 내부의 통일화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를 초례할 뿐만 아니라 이후 임오군란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죠.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 전반적인 개혁이나 개선에서 이루어져야할 군제 개혁 및 군 근대화가 친위부대 위주로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즉 고종의 친위부대는 일정 수준 강화되었을지는 몰라도 전반적인 조선의 군사력 강화에는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약화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윤요호 사건과 이어 발생하는 임오군란에서 여실 없이 들어나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