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이번 사건으로 인해 희생된 분은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피의자도 적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고요.
그리고 핑크코끼리 탈 쓴 그 사람도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게 맞아요. 그런 행동을 한 것은 그 사람이 화를 자초한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 사람이 아니었더라도, 지금 남혐에 미친 광기로 치닫고 있는 강남역 추모현장에 클레임을 걸 사람은 언젠가는 나타났을 것입니다. 하필이면 그게 그 일베 회원이었던 것이고 코끼리 탈을 쓰고 오는 병크를 저지른 것이 문제인 거지요.
분명 처음엔 순수한 의도에서 고인을 추모했던 사람들도 있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온건한 추모글조차도 과격한 글들 속에서 묻히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미친 광풍 속에서 진정으로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인 피해자의 남자친구와 유가족들은 어느 새 잊혀졌고, 이런 사건을 막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무슨 노력을 해야 할 지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버렸습니다.
심지어는 "세월호 참사가 나고 수백번 외쳤고, 현수막에도 수천장 적혀져있던 우리의 다짐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그런데 백주대낮에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상대가 여성이든, 아이이든, 장애인이든, 혹은 남성이든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야한다. 슬프다" 라는 트윗을 올린 김광진의원조차도 트위터 이용자들에 의해서 여혐으로 몰렸습니다. 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요?
저는 이렇게 자꾸만 극단으로 치닫는 편가르기와 서로 간의 혐오감이 안타까운 것입니다. 저도 그 사람이 잘못했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폭력을 정당화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고인을 추모한다는 사람들이, 고인을 조롱한 것도 아닌 그저 자신의 의견을 표출한 것 뿐인 사람을 집단으로 공격한 것 자체가 정당화 될 수는 없지 않을까요. 물론 누차 말씀드립니다만, 그 사람의 행동이 적절했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비판받을 부분 분명히 있어요.
제 의견을 정리하자면
1. 핑크코끼리의 행동에는 분명히 잘못된 부분이 있다.
2. 하지만 폭력으로 인해 희생된 사람을 추모한다는 사람들이 또 다른 폭력을, 그것도 집단이 한 사람에게 가한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3. 지금 강남역 추모공간은 본래의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다.
4.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또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서로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걷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