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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 甲
게시물ID : humorstory_4107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엘지쌍둥이즈
추천 : 0
조회수 : 79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2/05 20:04:15
거울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미장원 거울 이새키들도 사람을 왜곡시켜 비춰주는거 같습니다.

미장원 들어갈때에는 내심 오늘은 모히칸컷으로 남성미 있게 해볼까? 아니면 샤기스타일을 베이스로 놓고

댄디한 느낌을 좀 풍겨주는건 어떨까하며 곧 있으면 멋져질 내 모습을 이리저리 상상해보곤 괜스레 얼굴이

붉어진채로,설레이며 미장원을 들어가 보지만, 미장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처음 보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세상만사가 그냥 다 귀찮아집니다

아줌마가 샤기고 나발이고, 그냥 귀두컷으로 깎아 나가도, 이미 지치고 주눅 든 제 마음은 어서 빨리 이 고통

의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랄뿐이니, 두 눈을 감은 채로, 흐르는 강물에 지친 이 내 몸을 내려놓게 됩니다

그 동안 부모님께 못해드렸던 기억들도 스쳐 지나가고, 어렸을때 동네구멍가게에서 아저씨 몰래 쫀득이 훔쳐먹

곤 하던 저의 철없었던 행동들도 떠올라 그저 후회스럽기만 합니다. 

이렇게 해주세요 저렇게 해주세요 뭐 이런거 다 부질 없는 일 같고, 빨리 다 끝내고 귀가해서 혼자인채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고. 나름 열과 성을 다해 커트중인 아줌마도 막 잡은 오징어 한 마리 열심히 손질중인 

입심 좋고 서비스 잘주는 동네 횟집아줌마처럼 느껴져서 제 자신이 더 작아져요.

다 끝나면 마치 우리가 박주봉 김문수 복식조처럼 호흡이 잘 맞았던 환상의 듀오였던냥 개만족한 척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돈을 건네주곤  밝은 인사와 함께 힘 있게, 미장원 문을 나서면 그제서야 지치고 병든 저에게

주어졌던 마지막 소임, 나는 너무나 행복한 남자랍니다 코스프레가 끝이 납니다,

저도 이제는 다른 당당한 중산층들처럼, 번듯한 단골미장원을 한번쯤은 가져보고 싶습니다.



안경가게 거울새키들은 얼굴만 클로즈업해서 비춰주니까 모공부터 각종 피부상태가 좀 적나라하게 나오는 

문제점이 있다면,미장원 거울 이새키들은 현실 조명에 전신을 보여줌으로서 저를 6등신도 안되 보이는 인간

으로 모욕해 버립니다.

거울의 태생적 한계인 피사체 왜곡현상때문에, 매번 소모적인 자기 혐오의 시간이 반복되어 벌어지기 때문에

국가가 치뤄야하는 사회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을겁니다.

사람을 갖고 놀지 않고,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본연의 자기 모습을 비춰주는 건 아무래도 화장실 거울밖에

없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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