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을 계기로 371억 달러에 달하는 건설 외교 성과를 올렸다고 밝혔지만 정작 이 중에는 실제 양해각서(MOU) 조차로도 이어지지 않은 프로젝트가 포함되는 등 성과가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뉴시스가 입수한 이란 건설 관련 성과 자료 등을 보면 정부가 한·이란 정상회담 성과로 내세운 건설외교 결과는 실제 업체들이 체결한 계약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정부는 지난 1~3일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때 역대 최대 규모인 236명의 경제사절단을 구성, 경제분야 59건을 포함해 총 66건의 MOU를 맺고 30개 프로젝트에서 371억 달러(약 42조원) 규모의 성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내용을 지난 2일 현지에서 가진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브리핑과 지난 4일 박 대통령의 귀국 기내 간담회에서도 재차 확인했다.
하지만 관련 문서들을 보면 이 중 일부 프로젝트는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철도·도로·물관리 사업과 관련해 총 7건, 116억2000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이 중 '차바하르~자헤단 구간 철도 공사'(17억 달러 규모)와 '미아네흐~타브리즈 구간 철도 공사'(6억 달러 규모) 등 MOU 2건(23억 달러)은 이번 방문에서 무산됐다.
이 사업들은 이란 교통인프라개발공사(CDTIC)가 발주한 것으로 각 600㎞와 160㎞ 구간의 화물·여객 철도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같은 사실을 누락한 채 성과에 반영, 계약 금액을 부풀려 발표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이란 방문 전에 기업을 상대로 MOU 체결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취합했는데 그 내용을 토대로 성과 규모를 발표한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계약을 맺지 않은 사업까지 포함해 실제와 차이가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한·이란 정상회담 성과를 두고도 정부와 업계의 온도차가 컸다.
정부는 "역대 최대의 경제외교 성과를 창출했다"고 평가한 반면 업계는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는 입장인 것. 특히 이번에 체결한 계약의 대부분은 양해각서(MOU)와 합의각서(MOA), 기본계약(HOA) 등으로 본계약까지 가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건설업계에선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실제 수주 규모가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대부분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 형태가 많고 이보다 진전된 형태의 MOA, HOA 역시 실제 수주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며 "본계약까지 가는 것은 5분의 1 수준에 그치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에서도 정부는 96건의 MOU를 맺었다고 홍보했지만 이 중 본계약까지 이행된 것은 16건 정도에 불과했다"며 "이 때문에 이번에 MOU 등을 맺은 프로젝트를 모두 수주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설사는 많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건설업체들의 홍보 수준도 제각각이었다.
GS건설과 대우건설 등 일부 업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린 반면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등은 구체적인 사업 추진 상황을 밝히지 않았다. 당장 MOU 체결 규모가 가장 큰(200억 달러 이상) 것으로 알려진 현대건설과 이란과의 '의리'로 가시적인 성과를 낸 대림산업의 경우에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MOU 수준의 프로젝트 진행 상황은 별도로 알리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본계약이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지침이 없어 치적을 알린 곳과 알리지 않은 곳이 혼재했던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이번에 콘트롤타워가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