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에는 약간 큰소리나 조그만 터치에도 초록색 불이 들어오는 전자시계가 있다.
그날은 여느때와 달리 저녁 시간도 채 되기 전부터 피곤이 몰려왔다.
자주 있는 무기력하고 머리가 띵한 느낌이라 요 며칠동안 잠을 많이 못 잤다 잠이 부족한 것이다 싶어서 이번 주말은 피로나 풀어야 겠다고
저녁도 먹지 않은 채 꽤 이른 잠을 청했다.
몇시간쯤 잤는지도 모를 시간.
선잠이 들어 잠시 깨었는데 커튼 사이로 들어오던 낮의 불빛은 전혀 없어져서 확실히 완전한 밤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정확한 시간을 알고 싶어 침대 머리맡에 있는 또 다른 시계의 라이트키를 눌러 시간을 보니 밤 11시가 약간 덜 된 시간이었다.
괜한 시간에 잠이 깨었다며 이대로 일어나면 생활 리듬이 엉망이 될 것 같아 이불을 조금 뒤척이다가 이내 다시 잠이 들었다.
그동안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닐 것이다.
그 소리는 기침소리와 언뜻 비슷한 느낌이었다.
귓속말이지만 소리가 잘 전달되도록 손을 입가에 붙여서 속삭이듯 그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케..!"
기침소리 비슷하지만 단어의 소리는 케와 비슷했다.
옆으로 누워자던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무슨 꿈을 꾼건가 싶지만 아직 완전한 어둠이 내 방에 자리했고 새벽도 밝아 온 시간이 아니라고 느낀 나는
시간을 확인 하지도 않고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또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번에도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닐 것이다.
"케..!"
아까와 똑같이 귓속말로 내 귀에 전하듯 저 소리가 들렸다.
꿈을 꾼 것 같진 않을데 기억을 못할 뿐인가 싶었다.
평소 겁이 많던 나는 두번째 때의 상황은 오싹함을 느꼈지만 그날은 집에 아무도 없었고
더 이상 생각하면 잠을 이루지 못할까봐 애써 생각을 하지 않으며 잠을 청했다.
평소에는 엎드려서 자거나 옆으로 누워자지만 이번에는 똑바로 누워서 잠을 자고 있다가
문득 환한 불빛이 감겨져 있던 내 눈에 비쳤다.
아직도 완전한 캄캄한 내 방.
아무소리도 없었고 발치에서부터 1미터나 떨어져서 누워있는 채로는 건들 수도 없고 나말고는 건들 사람도 없는 그 집에
전자시계가 내쪽으로 새벽시간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