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런 전개
"제 엉덩이 만져 보실래요?"
그녀에게 엉덩이를 내밀었다.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호기심이 들었는지 '만져봐도 되요...?' 라고 물으며 내 눈치를 한 번 슬쩍 보고는 슬며시 손을 내 엉덩이에 갖다 댔다.
"어머, 왜 이렇게 살이 없어요?"
"그러게요.하하...."
그녀는 신기한 듯이 내 엉덩이를 몇번 눌러보다 민망했는지 잠시 멈칫했다.그리곤 고개를 돌려 무언가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뒤 그녀는 나를 등지고 뒤로 돌아섰다.
"만지세요..저도 만졌으니까.."
그녀의 엉뚱한 도발에 당황했지만 예상을 크게 벗어난 건 아니었다. 이런 성향의 여자들은 받는 게 있으면 꼭 보답하려 한다. 하지만 절대 오바해선 안된다. 날 시험하는 속내도 다분하니까.
"제가 ..그래도 되는 건가요!?"
"어서요. !"
H라인 줄무늬 정장치마를 입고 있는 그녀의 뒷태는 매우 육감적이었다. 허리에 비해 비율이 큰 엉덩이의 윤곽은 내 두 눈에 지진을 일으키며 아찔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제복 페티쉬는 없지만 그런 취향의 남자들을 지금은 이해가 갈 것 같았다. 나는 주위를 한번 슥 돌아본 후 일부러 '흡!'하고 긴장한 듯 연기를 하며 손을 슬며시 그녀의 왼쪽 엉덩이에 갖다 댔다. 가만히 3초쯤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 감촉을 느끼다 천천히 손을 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말하면..어떠실 지 모르겠지만, 업된 느낌이네요. 데드랑 케틀벨 드시는군요."
"네! 맞아요! 요즘 헬스장에서 그거해요"
"아하! 역시~ 그러시구나!!"
사실 그녀가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녀를 처음봤을 때 그녀의 팔에 잡힌 상완근을 보고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며 부끄러운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저..오늘 잠 못잘 거 같아요"
여자는 '푸흡' 하며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뭐가 그리 웃긴지 큭큭하고 한참 웃었다. 그리곤 씨익 미소지으며 상체를 약간 숙이면서
"오늘, 술 한잔 같이..어떠세요?"
"예..예?? 저랑요?? "
"왜요? 싫으..세요?"
"아뇨!그럴리가요? 영광입니다! "
"헤헤~, 그럼~ 끝나고 뵈요~."
"예! 이따 뵐게요."
돌아서 복도를 걸어 가는 그녀의 뒷태가 다시 눈에 들어왔고 정말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나는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하지만 종종 업무차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 호감을 갖게 되었다. 굳이 단계를 나누면 썸은 아니고 썸으로 가는 막바지 단계라고 생각한다.
계획은 순조로웠다. 그녀와의 오붓한 식사 데이트를 준비하며 그녀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영업 2팀의 꽃과 같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단서를 모아 보았다. 조용하지만 밝은 성격인 그녀. 키 164정도의 늘씬하고 육감적인 몸매. 옷차림은 무난한 정장에 악세사리는 귀고리정도. 귀고리는 메탈과 크리스탈장식..스와로브스키인가? 입술에 바른 촉촉한 느낌의 틴트는 입생로랑? 나스? 에스티로더? 음..아마 그 중에 하나겠지. 블러셔는 클리니크나 더페이스샵들 중에 누드톤을 쓸 거란 예상이 들었다.
그럼 이제 나와 저녁약속이 생겼으니 5시 반쯤 그녀가 있는 사무실에 들리면 화장을 하기 위해 이것저것 꺼내놓을 것이고 지나가다 스윽 보면 그녀가 사용하는 화장품들의 가격대와 트렌드에 민감한지 등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그럼 그녀의 수준에 맞춰 부담스럽지 않도록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퇴근시간 쯤 영업팀에 들러 팩스를 가지러 온 척하며 그녀의 책상위를 빠르게 스캔했다.그녀는 자리에 없었고 온갖 화장품들이 구겨 넣어져 있는, 라이언캐릭터가 그려진 파란색 파우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속엔 국화꽃 무늬가 있는 둥근케이스. 하얀색 글씨가 그려진 검은색 립스틱이 보였다.그 정도면 충분하다. 갈색병이 신경쓰였지만 회사에 들고다니는 정도라면 알뜰한 것 같다. 사람들은 일일 보고서 작성에 바빠 나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어보였다.
빌딩앞에서 만난 그녀는 평소의 단정한 이미지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진하고 붉은 입술이 돋보였다. 머리는 풀어내렸고 재킷단추는 풀어져 있었으며 레이어드 블라우스는 검은색 브래지어가 살짝 비쳐보였다. 안경도 사라졌고 속눈썹의 컬은 살아움직였다. 한껏 멋부린 그녀를 보니 나도 기분이 업되는 느낌이었다.
그녀를 데리고 근처의 분위기 좋은 이자카야로 갔다. 따뜻한 돗쿠리 한병과 스키야키로 일단 가볍게 메뉴를 주문했다. 시작은 좋은 것 같다. 그녀와의 대화는 무척 즐겁고 편안했다. 가벼운 이야기와 진지한 이야기를 적절히 섞었더니 내 이야기를 집중하며 듣는 표정에 안심이 되었다.
술이 약간 들어가 기분이 업된 우리는 2차로 가서 맥주바에서 한껏 달아올랐고 결국 기대보다 빨리 눈이 맞아 버렸다.
팔짱을 끼고 근처 모텔로 향했다. 그녀나 나나 술이 많이 취하진 않았다. 술김에 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서로 진심이었고 이 순간 그녀가 나의 유일한 사랑이라 맹세할 수 있었다.
모텔방에 들어서서 그녀의 겉옷을 벗는 걸 도와주었다. 드러난 소매의 프릴장식은 여성스러움이 가득했고 성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하마터면 무릎꿇고 앉아 손등에 키스할뻔 했지만 내가 훈남도 아니고 그렇게 오글거리는 행동은 반감만 살 뿐이다.
그녀와 천천히 다가와 내 목을 두 팔로 감싸며 포옹했다. 한참을 껴안고 그대로 있었다.
"먼저 씻을게요"
"예. 천천히 씻어요."
그녀가 욕실로 걸어가고 난 모텔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 보았다. 여자가 씻으러 갈때 남자가 뭘하고 있는게 제일 좋을까 고민해본 적이 있었다. 난 미디어 중독이라 긴장을 풀기 위해 휴대폰을 보고 싶었지만 지금 의자에 앉아 핸드폰으로 게임같은 걸 하는 건 최악이다. 온 신경은 옷을 벗고 있는 지금의 그녀지만 야경을 바라보는 남자의 뒷모습이 제일 무난하다고 생각했다.
몇십분이 지났을까.. 그녀가 샤워실을 나왔다. 그런데 뒤돌아 그녀의 모습을 보고 깜짝놀라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당연히 가운을 걸치고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알몸에 하얀 팬티만 걸치고 타올로 가슴을 살짝 가린 모습이었다. 싱긋 웃으며 날 바라보는 표정은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를 뽐내며 유혹하려는 것 같았다.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자 '씻고와요..'라고 어색한 분위기를 깼다. 정신을 차리고 샤워실로 들어가 씻으며 곰곰히 생각했다. 저런 여자에게 호감을 얻으려면 '쑥맥처럼 보여선 절대 안돼!'라는 생각에 그녀를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접근을 했지만 오히려 내가 더 당황하고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후..역시 경험이 적은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가운을 걸치고 나오자 실내는 어두웠고 침대를 비추는 무드등 하나만 켜져 있었다. 침대위에는 그녀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엎드려서 콧노래를 부르며 무언갈 만지고 있었다. 핸드폰에서 흘러 나오는 노랫소리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아름다운 나신의 자태를 더 귀엽고 순수한 느낌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허리 아래쪽으론 섹시한 엉덩이의 균열이 어렴풋이 보였다. 미끈한 곡선의 자태를 보자 눈쌀이 찌푸려졌다. 누가 이렇게 하면 더 잘 보인다고 했던 기억이 나서였다. 침대곁으로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낀 그녀가 이불을 슬며시 끌어당겨 몸을 가리고 돌아 눕고는 고개만 빼꼼히 내놓은채 눈을 깜빡거렸다. 귀여웠다. '이제 와서 부끄런운 척? 여우가 따로없군.'
침대 위로 올라 갈려는 찰나, 발에 뭔가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이 들어 내려다 보니 그녀가 입고 있던 팬티였다. 그런데 방금전까지 입고 있던 거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작은 크기였다. 신기해서 나도 모르게 그녀의 팬티를 집어들어 "이거.."라고 말하는 순간 그녀가 꺄악 소리를 지르며 팬티를 가로챘다. 어찌나 빠른지 그녀의 몸을 피할새도 없어 그대로 체중이 실린 육탄공격을 받아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꿈에서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