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백혈병(이중표현형 급성백혈병: 림프구성 백혈병과 골수성 백혈병의 혼합형)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지 벌써 80일째. 그동안 항암치료도 2회나 했고 지금은 2회차 항암치료가 끝나고 퇴원을 한 상태다. 앞으로 남은 것은 한 번 더 있을지 모를 세번째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수술. 조혈모세포 이식이 예전에 이야기하던 '골수이식'이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고 이식숙주반응을 견뎌내고 면역력을 회복해서 5년간 재발 없이 살면 완치라고 판정을 하는 것이 이 병이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갈 길이 참 멀게만 느껴지지만, 어느덧 초반을 서서히 지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반 정도 온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마음을 비우고 한 단계, 한 단계 임해야 할 것이다.
2. 오늘은 장인어른께서 맛있는 저녁을 사주셨다. 장인어른, 장모님, 각시와 18개월된 아들과 함께 보쌈과 두부정식을 배불리 먹었다. 하루빨리 내가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는 장인어른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나 또한 간절히 바라고 있다. 또한 손자가 요즘 당신의 삶의 낙이라고 말씀하셨다. 감사하고 또 죄송하다. 내가 제 역할을 해서 좀 더 편하게 모셔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도리어 두 분께 육아의 부담을 지워드리고 있으니 마음이 불편해 견딜 수가 없다. 역시 내가 빨리 건강을 찾아야 해결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치료와 회복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3. 내일이면 각시는 또 출근을 한다. 서로를 격려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길, 할 일을 다 하길 빌어준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야근 등이 생기면 애틋하다. 조금이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지. 이렇게 서로 의지하면서 주어진 스테이지를 차분하게 넘어가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각시와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최적의 파트너이며 최고의 TF라고 생각한다. 남은 것은 나. 나만 잘 하면 된다.
벌써 2월이다. 한 단계가 대략 1달씩 걸린다는 계산으로 4~5월 쯤에는 어떤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