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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팬픽,스포]저울질: 현실정치적으로 비틀어서 동심파괴ㅋ
게시물ID : animation_1864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울리비
추천 : 8
조회수 : 864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4/02/02 20:06:48
 
팬픽을 이 게시판에 써도 되는 건가요? 애니메이션을 보고 쓰는 거니까... 혹시 게시판 잘못 찾은 거라면 죄송합니다ㅜ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Frozne프로즌)을 봤습니다. 화면도 예쁘고, 노래도 아름답고, 인물들도 매력적이고, 줄거리는 단순하긴 해도 동화적이고 아름다웠어요! 과연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썩은 어른인가 봅니다... 이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을 보고 '이런 일이 정말로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하는 상상이 되면서 현실적이고 칙칙한 이야기가 막 떠오르더라고요. 이게 그 결과물입니다 ㅋㅋㅋ
극장에서 한 번 본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 거라 상황이나 대사가 틀릴 수 있는데 너그럽게 봐주세요~
 
스포일러 있으니까 줄거리를 모르고 싶으신 분들은 보지 마세요!
어린이든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동심을 유지하고 싶으신 분들도 보지 마시고요 ㅋㅋ
 
 
 
 
 
 
 
 
그래도 보실 거면 스크롤을 내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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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님, 아렌델(Arendelle)에 곧 도착합니다."
시종의 말에 일어나 갑판 위로 나갔다. 아름다운 아렌델이 눈에 들어왔다.
아렌델, 이 문화권에서 위즐턴(Weselton)과 더불어 양대 강대국이다. 다른 나라들은 모두 약소국으로 그 두 나라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다. 아렌델과 위즐턴은 서로에게 최대 교역국이고, 다른 나라들은 그 두 나라가 최대 교역국이다. 두 나라는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상황, 그리고 다른 약소국들은 두 나라가 꼭 필요하지만 두 나라는 약소국 한둘 쯤 없어도 상관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약소국들은 어느 한 국가에라도 밉보이면 살아남을 수 없기에 양쪽의 눈치를 보고 있는 가련한 신세이다.
나의 조국, 서던 제도(the Southern Isles)도 마찬가지고...
 
최근 3년 동안 이 국제 질서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아렌델의 전 국왕과 왕비가 항해 중 폭풍우를 만나 죽은 후, 맏딸 엘사(Elsa) 공주가 성년이 될 때까지 아렌델의 왕좌는 공석이었다.
물론 부유하고 인재도 많은 아렌델이 그 정도로 흔들릴 리는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 국왕 부부의 유이한 자식인 엘사 공주와 안나(Anna) 공주는 아주 어릴 때 이후로 대중에게 공개된 적이 없다. 모든 공적 활동에서 국왕 부부만이 모습을 보이고, 두 공주는 굳게 닫힌 성문 뒤에 숨겨져 있었다. 그래서 두 공주에게, 또는 둘 중 한 명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국왕이 죽고 나면 아렌델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소문이 모든 주변국에 퍼져 있었다. 물론, 그것이 뭔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오늘 엘사 공주가 성년이 되어 대관식을 치르고 여왕이 된다. 성문이 열리고 새로운 여왕과 여동생 공주가 처음으로 모두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어쩌면 아렌델의 비밀을 캐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알아내 현명하게 이용한다면 아무리 약소국이라도 단숨에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다. 위즐턴이라면 오랜 라이벌 아렌델을 저만치 따돌리고 이 문화권의 유일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테고.
아렌델의 대관식을 축하해 주러 온 모든 국가의 대표들이 사실은 그런 속셈을 숨기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물론 그렇게나 꽁꽁 숨겨온 비밀이라면 알아내는 데 많은 위험이 따를 것이다.
그런 일을 왕자인 내가 맡았다.
현명한 결정이다. 인재풀 부족한 작은 나라에서 능력 있는 고위 외교관을 함부로 낭비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강대국의 대관식에 하급 외교관을 보낼 수도 없지 않은가. 대표로 보낼 만한 지위가 있으면서도 실은 별볼일 없는 13번째 왕자가 적격이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왕위 계승 서열에서 저만치 뒤에 있으면서 머리는 좋아 쓸데없이 다음 왕위 계승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 막내 왕자가 사라지는 건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나를 보내기로 결정한, 내 이름도 헷갈려 하는 아버지 폐하께도, 나를 무시하거나 거슬려 해서 이 결정에 찬성한 형님 왕자들에게도, 전혀 원망은 들지 않는다.
나라도 국익을 위해 그런 결정을 했을 테니까.
그리고 나도 나의 조국 서던 제도를 사랑하니까.
 
아렌델에 도착했다.
위즐턴 대표가 아렌델의 비밀을 캐낼 것이라고 곁의 보좌들에게 떠들고서는 뒤늦게 목소리가 너무 컸는지 걱정하는 것이 다 들렸다.
전형적인 '어설픈 현실주의자'다. 현실적 이익만을 추구하면서도 그 시커먼 속내를 숨기지 못하고 상대를 경계하게 만듦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득을 보는 데 실패하고 마는 부류 말이다.
아니다, 어차피 모든 국가의 대사들이 그런 속셈으로 온 건 마찬가지고 그것을 모든 대사들이 알고 있으니, 아렌델의 고위 인사가 듣지 않는 이상은 들려봐야 상관 없다. 게다가 강대국의 자신감도 이유가 되었겠지. 어차피 뻔히 아는 속셈인데 그걸 들켰다고 해서 아렌델이 중요한 교역 상대국인 위즐턴을 적대할 수는 없으니까. 우리 서던 제도처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약소국이면 밟아버려도 괜찮겠지만.
 
*****
 
예상치 못했던 일이 생겼다.
배와 함께 물에 빠질 뻔한 소녀를 잡아주었는데 아렌델의 안나 공주라고 했다.
얼굴을 붉히고 수줍게 웃으며 도저히 감정을 숨길 줄 모르는 순수한 소녀였다.
처음 만난 나에게 첫눈에 반한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정말로 성 안에 갇혀 혼자 지냈던 걸까? 얼마나 사람이 그리웠으면, 얼마나 사랑이 고팠으면...
 
그 순진무구한 눈빛을 보며 나는 저울질을 했다.
어차피 왕자와 공주는 혼맥을 쌓아 국력을 늘리는 수단이다. 특히 우리 같은 약소국은 말이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 따위 전혀 손해가 아니다. 순수하게 사랑을 하는 소녀를 속이는 것은 상당한 죄악이지만...
하지만 저울 반대편 접시에 놓인 것, 다시 말해 안나 공주를 속임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렌델의 비밀을 캔다는 원래의 목적을 여왕의 동생인 공주의 비호 하에 훨씬 안전하게 해낼 수 있다. 게다가 아렌델 서열 2위와의 결혼은 아렌델을 우리 서던 제도의 든든한 뒷배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서던 제도는 아렌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쪽 접시에는 우리 서던 제도 전체가 걸려 있다. 약소국의 13번째 왕자라는 가망 없는 지위에 있던 내가 강대국 아렌델의 핵심 위치에 오르는 것은 덤이다.
망설일 필요가 전혀 없다. 나 역시도 첫눈에 사랑에 빠진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서던 제도의 왕자, 한스(Hans)입니다."
 
그렇다 해도 참으로 순수하고 귀여운,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내가 이렇게 자동적으로 저울질부터 하는 인간이 아니었다면, 나도 순수한 사람이었다면,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미안해, 안나, 사랑스럽지만 사랑할 수 없는 이여.
 
*****
 
어찌나 속이기 쉬운 순진한 소녀인지! 안나 공주는 만난 날 저녁에 나의 청혼을 덥썩 받아 주었다.
그러나 1단계가 너무 순조로웠던 걸까? 2단계는 난관에 부딪혔다.
언니 엘사 여왕은 누구도 처음 만난 사람과 하루만에 결혼할 수는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유로 결혼을 반대했다.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도 역시 여왕은 여왕인 걸까, 현실적이고 현명하다.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자매는 말다툼을 시작하더니 해묵은 감정까지 끄집어냈다. 분명 서로를 아끼는데 그 마음을 잘 표현치 못하고 서로 상처만 입히고 있다. 참 서툴고 가엾은 소녀들이다.
아무튼 원래 목적을 생각하자. 하루만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안나가 나에게 푹 빠져 있으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다 이루어질 것이다. 게다가 엘사 여왕도 저렇게 단호하게 끊으면서도 못내 눈빛이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그런 계산을 하며 나는 자매의 싸움을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었다.
 
안나는 엘사를 붙잡으려다 그녀의 장갑을 벗겼고, 엘사는 냉정하려고 애쓰며 뒤돌아 섰다.
안나는 계속 매달렸다. 결국 엘사가 감정을 터뜨렸다.
그리고 여왕의 비밀까지 터져나왔다.
 
여왕의 드러난 맨손에서 신비스러운 빛이 나오더니 칼날처럼 뾰족한 얼음이 솟아나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
엘사는 비밀을 들키고 지극히 당황한 표정이었다. 이 일은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 분명했다. 자신의 능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얼음이 얼어붙는 동시에 사람들도 얼어붙은 듯 숨을 죽였다.
"마녀를 잡아!!"
위즐턴 대사의 외침에,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당연한 공포가 적대감으로 변했다.
광장으로 나간 엘사는 또 능력을 드러내서 자신을 반기던 백성들도 공포에 질리게 만든 후 멀리 도망갔다.
 
그리고, 온 세상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안나는 갑작스럽게 모든 것이 뒤집힌 이 상황에 절망했다. 둘 다 가엾게도...
 
아니, 안나는 절망하지 않았다.
참으로 용감하게도, 안나는 자신의 말을 끌고 와서, 모두 자신의 탓이니 자신이 직접 언니를 찾으러 가겠다고 했다.
순수한 만큼 단순하고 무모한 소녀였다.
나는 급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같이 가요!"
안나는 씩씩하게 거절했다.
"제가 없는 동안 아렌델을 부탁해요."
나는 더 말리지 못하고 떠나는 안나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다시 저울질을 해 보자.
나와 안나가 함께 간다면 엘사를 찾아내 세상을 다시 녹이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엘사가 여름을 돌려주기를 거부한다면? 그 정도의 강력한 마법이라면 안나 혼자든 나와 안나 둘이든 절대 이길 수 없다. 희생자만 늘 뿐이다.
게다가 안나와 내가 모두 없는 사이에 아렌델은 어떻게 될까? 이해할 수 없는 이 마법이 모든 것을 바꿔버린 상황에서 권력 공백은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공백을 메울 사람을 정하는 데에도 혼란이 따를 수 있다. 아렌델이 흔들리면 서던 제도를 포함한 모든 주변 약소국들은 더 크게 흔들릴 것이다. 안나가 절대적으로 믿고 있고 모두의 앞에서 아렌델을 맡긴 내가 공백을 메우는 것이 최선이다.
안나 혼자 떠나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쫓아가지 않았다.
 
안나가 실패하거나 너무 늦으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갑작스러운 엄청난 추위 때문에 상당한 수의 아이, 노인, 병자들이 동사할 것이다. 농작물은 이미 모두 얼어죽었다. 과일도 익기 전에 얼어버렸고 과일나무도 곧 죽을 것이다. 가축들도 조만간 얼어죽을 것이다. 식량을 전혀 생산할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파리떼처럼 굶어죽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조용히 죽으면 다행이다. 점점 떨어져 가는 식량을 차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아귀다툼을 벌일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종말 앞에서 국가의 공권력이 제 기능을 할 리 없으니 폭동, 약탈, 강도가 일상이 되고, 인간의 모든 악한 본능이 풀려나 미쳐 날뛸 것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종말 전에 그렇게 인간들 스스로 끔찍한 종말을 '만들' 것이다.
부유해서 식량 재고가 많은 아렌델과 위즐턴은 그나마 오래 버틸 것이고 서던 제도를 비롯한 약소국들은 더 빨리 무너지겠지만 결국은 모두 끝장날 것이다. 죽음 앞에 왕도 거지도 평등하다 했던가. 종말 앞에서는 강대국도 약소국도 평등하구나! 하하하!
 
안나, 제발 성공해야 해...!
 
*****
 
사람들이 동요하지 않게 하려고 나는 온 힘을 다해 왔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지만 일시적일 뿐 금세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시켜서, 사람들이 늘 그랬듯 '착한 백성'으로 남아 있도록 말이다.
각국의 사절들이 선물로 가져온 옷들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사람들은 지금 국정을 잠정적으로 맡고 있고 이런 결정을 내린 나에게 고마워 했다.
가장 강국이라 가장 많은 옷을 가져온 위즐턴의 대사는 눈에 띄게 불만을 표시했다. 당연했다. 내가 자기 나라의 재산으로 생색을 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주변에 나 말고 다른 눈들도 있는데 너무 경솔하지 않은가. '어설픈 현실주의자'라는 내 처음 판단이 옳은 것 같았다. 정말 장기적 이익까지 생각하는 현명한 현실주의자라면 착하게 '보이는' 데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법이거늘.
어쨌든 나는 이런 노력으로 아렌델 백성들의 마음을 샀다. 우리 서던 제도에 내한 아렌델의 국민감정이 좋아졌을 것이고, 이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나의 조국은 큰 이익을 볼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내가 아렌델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별일이 없다면 안나는 벌써 엘사를 만났을 텐데, 왜 아직 소식이 없는 걸까?
제발, 안나, 너무 늦기 전에 성공해 줘!
 
그 때 사람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저쪽에서 말 한 마리가 달려왔다.
안나의 말이 안나 없이 혼자 왔다.
 
이 추위가 계속된다면 모든 것이 끝장난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간신히 억눌러 온 불안감이 꿈틀꿈틀 살아나려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믿고 있다. 내가 어떻게든 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말을 잘 해서 사람들에게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하면 이 순간은 넘어갈 수 있다. 이 곳 백성들은 나를 믿고 있고, 또 엘사와 안나는 백성들에게 사랑받는 왕족이었으니까.
그렇게 안나와 엘사를 믿고, 갈등 없이 모든 것이 잘 풀리기를 기대하며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식량 사정이 나빠질 것이다. 안나와 엘사가 문제를 좋게 해결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데 마냥 기다리는 것은 도박일 뿐이다. 판돈은 전 세계인의 목숨이다!
 
안나가 엘사를 만나지도 못하고 도중에 낙오한 것이거나, 엘사가 안나를 만나고도 거절한 것이라면 겨울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행동해야 한다. 엘사를 붙잡아 협박해서라도 세상을 원래대로 돌려놓게 해야 한다. 엘사가 그걸 거부하거나 그걸 할 수 없다면...죽이기라도 해야 한다.
양팔 저울의 한 쪽 접시에는 엘사 한 명, 다른 쪽 접시에는 전 세계인, 저울질의 결과는 너무도 명백하다. 나는 더 지체하지 않고 군사들과 함께 북쪽 산으로 갔다.
그렇다 해도 안나는 살아 있기를, 그래서 희생이 엘사 한 명으로 족하기를.
 
*****
 
엘사 여왕의 얼음성 앞에 왔다.
엘사가 마법으로 만든 것이 틀림없는 거대한 눈 괴물이 우리를 보자마자 무시무시한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엘사는 정말 이 세상을 저주하기로 결심한 것일까? 안나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동생 안나까지...없앤 것일까?
나는 필사적으로 싸워 눈 괴물의 다리를 자르고 성으로 올라갔다.
 
먼저 엘사에게 도달한 위즐턴 대사의 부하들이 엘사의 마법에 당해 곤경에 빠져 있었다.
한 병사가 엘사에게 석궁을 겨누었다.
나는 상황을 파악하고 재빨리 움직여 석궁이 엘사가 아닌 천장의 얼음 샹들리에로 날아가게 했다.
의도대로 샹들리에가 떨어졌고 엘사는 간신히 피하면서 넘어져 기절했다.
그래, 꼭 죽일 필요는 없다. 사로잡았으니 최소의 희생으로 성공한 것이었다.
 
시간을 끌수록 비축한 식량을 점점 더 떨어지거나 상할 것이고 사회가 무너질 가능성도 점점 커질 것이다. 내 힘이 닿지 않는 소중한 나의 조국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을까? 최대한 서둘러야 했다.
안나는...하지만 이 넓은 산에서 언제 안나를 찾는단 말인가? 무사하다면 이미 산을 내려가고 있을 것이고, 무사하지 못하다면...이미 틀렸을 것이다.
나는 서둘러 내려가자고, 그리고 엘사를 아렌델 궁 안의 감옥에 가두고 손을 봉인해라고 명령했다.
 
*****
 
감옥에서 깨어난 엘사에게 나는 여름을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엘사는 못한다고 대답했다. 처음 능력을 들켰을 때를 보면 자신의 능력을 잘 통제하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 세상을 돌려놓을 수도 없다니...
엘사는 자신이 세상을 이렇게 지옥으로 만들 줄 몰랐던 것이다. 엘사는 세상을 저주했던 것이 아니었다. 엘사는 죄가 없다.
그렇지만 엘사가 세상을 돌려놓을 수 없다면, 더더욱 그녀를...죽일 수밖에 없다.
이 얼마나 잔인한 아이러니인가. 무고하기 때문에 죽어야 한다니.
치명적인 진실이지만, 모든 사람이 살아야 하므로 엘사는 죽어야 했다.
 
당장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감옥에서 나왔다.
아렌델의 시종 한 명이 내게 달려와 말했다.
안나가 살아 돌아왔다고 했다!
그런데 안나가 엘사의 얼음 마법을 심장에 맞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얼어 죽는다고 했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으로만 치유할 수 있다고, 그래서 내가 필요하다고 했다.
진정한 사랑이라고?
아! 난 그런 걸 할 수 없는데! 난 저울질이나 하는 인간인데!
 
*****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채 일단 안나에게 갔다.
안나의 밝은 갈색 머리칼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안타깝게 떨고 있었다.
진정한 사랑만이 자신을 살릴 수 있다고 설명하고는, 심장 깊숙히 박힌 추위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입술을 내밀었다.
나는 안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의 키스가 자신을 구하지 못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절망할까...
 
내 머릿속에서 또 다시 잔인한 저울질이 시작되었다.
얼른 모든 것을 고백하고 안나를 살릴 다른 방책을 찾는다면 살릴 수 있을까? 너무나도 희박한 가능성이다.
그리고......안나가 사는 것이 모두에게 좋을 일일까?
엘사를 죽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순수하게 언니를 사랑하는 안나는 나처럼 잔인한 저울질을 하지 못하고, 아니 할 생각도 않고 무조건 언니를 구하려 할 것이다. 혹시나 그로 인해 엘사를 죽이지 못한다면, 전 인류가 죽는다.
양팔 저울 위, 전 인류가 놓인 접시의 반대편 접시에 엘사와 더불어 안나까지 놓이고 말았다.
한 사람이 더해져봐야...저울질의 결과는 변할 수 없다.
 
저울질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안나에게 뭐라고 말할 것인가 하는 것뿐이다.
솔직하게 말할까? 네가 죽어야 모두가 산다고?
절대 안 된다. 자신의 죽음만이 모두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죽는다니, 너무 잔인한 일이다. 어차피 잔인한 일을 해야 하는 이 시점에 불필요한 잔인함을 보탤 필요야 없겠지.
조금 덜한 잔인함으로 안나를 보내 주어야 했다. 자신과 엘사는 죄가 없고 나 하나가 나쁠 뿐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나를 마음껏 원망하며 죽는 것이 그나마 마음이 편할 것이다.
별로 틀린 말도 아니었다. 이런 저울질을 계속하는 내가 나쁜 놈인 건 맞으니까 말이다.
 
나는 최대한 냉정한 비웃음을 띠고 말했다.
처음부터 왕위를 노리고 네게 접근한 것이라고, 철저히 나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엘사였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이대로 안나 네가 죽는다면 그 책임을 물어 엘사도 처리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내가 아렌델의 왕이 된다고 말했다.
역시 이것도 별로 틀린 말이 아니다. 안나를 만나고 그녀가 내게 반한 것은 우연이었지만, 곧 안나를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안나의 크고 순진한 눈망울에 절망이 차올랐다.
 
나는 안나를 방에 가두고 나오기 전에 벽난로의 불까지 꺼버렸다.
벽난로의 불 따위 있어봐야 안나를 구할 수 없었다. 덜덜 떨며 죽음을 기다리는 고통의 시간이 연장될 뿐이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최대한 빨리 닥쳐오게 하는 것이 그녀를 위한 최선이었다.
그런 논리라면 안나를 칼로 찔러 단숨에 죽게 해주는 것이 맞지 않나?
그 필연적인 결론을 나는 외면했다. 위선자 같으니...
 
*****
 
나는 대신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최대한 슬픈 척 연기하며 ― 분명 연기였다. 나처럼 저울질이나 하는 작자가 진심으로 슬퍼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 안나가 죽었고 나와 혼인서약을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또 다른 연기자가 나섰다. 위즐턴의 대사였다. 그는 내 말을 확인도 않고 믿는 척 하며 나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이번에는 그의 현실주의가 현명했다고 인정해야겠다. 엘사도 처형될 수밖에 없고, 내가 안나를 '못' 구한 것이든 '안' 구한 것이든 안나도 죽었거나 곧 죽게 된 상황에서, 아렌델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은 나뿐이었다. 이렇게 됐으니 나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지지해 나의 환심을 사는 것이, 앞으로 큰 정치적 격변을 겪을 아렌델에 대한 위즐턴의 영향력을 늘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 순간 궁전 벽이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엘사의 마법이 폭주한 것이 틀림없었다.
급히 군사를 이끌고 엘사가 갇힌 감옥으로 달려갔다. 쇠사슬이 끊어졌고 벽 일부가 무너졌으며, 감옥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엘사가 도망친 것이었다.
이대로 엘사를 놓치면 겨울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비참하게 죽는다.
저울질의 결과는 분명했는데, 나는 바보 같이 무얼 망설였던 것인가! 계산이 끝나자마자 엘사를 죽였으면 이런 위기에 빠지지 않았을 텐데!
이대로 실패한다면, 안나의 죽음은 그야말로 개죽음이 될 텐데...!
 
서둘러야 했다. 최대한 빨리 엘사를 죽여야 했다. 더는 주저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즉시 궁 밖으로 달려 나갔다.
눈보라가 점점 격렬해져서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몸을 지탱하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온 힘을 다해 엘사를 쫓아갔다.
 
*****
 
눈보라 때문에 흐려진 시야 너머로 엘사가 보였다.
"안나는 죽었소! 당신의 마법을 심장에 맞아서! 당신 때문에!"
내 외침을 듣고 엘사가 멈추었다. 절망에 빠져 주저앉아 오열했다.
그와 동시에 눈보라가 거의 가라앉았다. 이제 방해 없이 엘사를 죽일 수 있었다.
 
참으로 쓸모 있는 거짓말이었다. 안나는 내가 죽였는데...
아니, 거짓말이 아니다. 안나는 아직 죽지 않았더라도 곧 죽을 것이고, 그건 엘사의 마법 때문이다.
그래, 모두 엘사 때문이다! 엘사가 아니었다면, 엘사가 만든 이 극한의 위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안나를 죽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러니까 이건 엘사에게 마땅한 죽음이다.
 
...하지만 엘사의 고의는 아니다. 엘사는 죄가 없다.
그래, 어딜 죄를 피하려 들어. 엘사는 무고하다. 나는 무고한 안나를 죽인 데 이어 엘사까지 죽이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기꺼이' 그렇게 했다.
역시 나는 괴물이다. 인간이라면 이럴 수 없는 것이었다.
어쩌겠나. 괴물이 되어야 모두를 구할 수 있다면...
나는 엘사에게 다가가 칼을 들었다.
 
칼이 단단한 무언가에 부딪혀 부서졌고 나는 벌렁 나가떨어졌다.
무슨 일이지?
안나의 모습을 한 얼음 조각상이 내 칼을 막았다.
 
아니...
안나가 맞아...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는데 여기까지 오다니, 그토록 언니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이다.
한 금발 청년이 안나의 이름을 절규하듯 부르며 달려왔다.
그건 분명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의 절규였다.
진정한 사랑이 따로 있었구나... 그 청년에게 달려가 키스했다면 살았을 텐데! 나를 막아 언니를 구하기 위해...!
 
엘사가 얼어붙은 안나를 꼭 껴안고 오열했다. 자신의 순수함만큼 투명한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면서.
눈보라가 많이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하늘은 흐리고 태양빛은 다시 비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든 해결을 지어야 하는데......나는 이들 앞에서 여전히 괴물이어야만 하는가.
 
그 때 기적이 일어났다.
얼음이 된 안나가 다시 녹았다.
자매는 다시금 서로를 포옹했다.
 
그렇구나. 진정한 사랑... 이 두 소녀의 자매애.
 
엘사는 진정한 사랑을 알겠다면서 다시 마법을 부렸다.
언제 얼어붙었냐는 듯 온 세상이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얼어죽었던 꽃들까지 되살아났다.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광경. 모든 사람들이 여왕 만세를 외쳤다. 이 기적은, 여왕이 모두를 얼어죽게 할 뻔했다는 것을 깨끗이 잊게 만들고도 남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결국 순수하게 선한 사람들, 선 자체를 추구한 사람들이 이겼다.
잔인하게 저울질을 하면서,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며 계속 차악을 저질러온 나는 졌다.
참으로 훌륭한 권선징악의 결말이었다.
신이시여! 역시 당신은 선하고 공정하나이다!
 
"우리 중에 얼어붙은 마음을 가진 건 당신밖에 없어!"
안나가 그렇게 말하고 나를 주먹으로 때려서 나는 그대로 배에서 떨어져 바다에 빠졌다.
참으로 맞는 말이었다.
 
*****
 
엘사 여왕은 당연한 조치로서 위즐턴과의 교역을 중단했다.
하지만 위즐턴이 다른 약소국들만큼 아렌델에 목 매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렌델도 위즐턴이 필요하다. 대사를 본국으로 송환해 처벌하는 선에서 적당히 마무리 짓고 곧 교역을 재개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 서던 제도이다. 우리는 아렌델이 간절하게 필요하지만, 아렌델 입장에서 우리는 있든 없든 상관없다.
아렌델이 우리와 교역을 중단한다면? 다른 나라들에도 우리와 교역하지 말라고 한다면? 혹시나 군사적 조치까지 취한다면?
난 최대한 조국을 위해 행동했는데, 오히려 조국을 최대의 위험에 빠뜨렸다. '어설픈 현실주의자'라는 건 나에게 적용해야 할 말이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딱 하나 뿐이었다.
 
나는 엘사 여왕 앞에 온몸을 내던져 엎드려 빌었다.
"모든 것은 제가 독단적으로 벌인 일입니다. 서던 제도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제발 처벌은 저에게만 내려주십시오!"
여왕은 아무 말도 없었다. 엎드려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나는 여왕의 표정을 살필 수도 없었다.
"서던 제도는 정말로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저를 처벌하셔도 본국에서는 아무 항의를 하지 않을 것이고, 본국으로 송환하시면 본국에서 저를 엄히 처벌할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믿어주십시오!"
 
"...고개를 드세요."
여왕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나는 벌벌 떨며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여왕이 감정을 읽을 수 없는 굳은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참 교활하게 우리나라를 휘두르셨더군요. 아렌델을 손에 넣기 일보 직전까지 가셨으니 참 대단하십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별로 비꼬는 것도 아닌 평온한 말투였다.
 
엘사 여왕이 계속 말했다.
"그런데 하나 이상한 게 있습니다."
나는 눈빛이 너무 흔들려서 차마 엘사 여왕을 계속 쳐다보지 못하고 눈길을 내렸다.
"왜 안나가 아닌 저에게 와서 비는 거죠?"
도무지 의중을 파악할 수 없는 질문에 나는 다시 여왕을 바라보았다.
"네? 그야...여왕이시니까..."
"아니요, 당신처럼 똑똑한 사람이 모를 리가 없잖습니까. 안나는 마음이 여려서 당신이 자신을 배신했어도 당신의 애걸을 매몰차게 물리치지 못했을 거예요. 안나에게 먼저 가서 안나를 당신 편으로 만들었다면 일이 훨씬 쉬워졌을 텐데요. 당신처럼 지극히 현명하게 현실적 이익을 좇아온 사람이 왜 그러지 않은 거죠?"
이제는 내가 침묵할 차례였다.
 
"당신을 본국으로 압송하겠습니다. 당신의 조국에 대한 조치는 일단 뒤로 미루지요."
"가, 감..."
"감사하진 마세요. 아직 결정 내린 바는 없으니. 안나의 순수한 마음을 농락한 것을 생각하면 어떤 벌을 내려도 분이 풀리지 않습니다!"
"......"
나는 그대로 끌려가 죄인으로서 결박되어 서던 제도로 돌아가는 배에 실렸다.
 
*****
 
나의 조국, 서던 제도에 도착했다.
죄인의 모습으로 배에서 내린 나를 보며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소문이 나보다 빨리 도착해서, 사람들은 아렌델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며 나를 비난했다.
 
내가 서던 제도의 왕과 왕비인 아버지와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자, 아버지 폐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어찌 이리 경솔한 짓을 했느냐! 아렌델과의 관계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단 말이냐!"
죄인이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난 침묵을 지켰다.
 
나와 함께 아렌델로 갔고 거기서부터 나를 압송해온 시종이 품에서 편지 하나를 빼어 들고 아버지 폐하께 말했다.
"폐하, 아렌델 여왕께서 이 편지를 폐하께 전해 드리라 하셨사옵니다."
아버지 폐하는 굳어진 얼굴로 편지를 읽었다.
언제 저런 편지를 전한 거지? 그래도 내용은 뻔했다. 자기 나라를 통째로 집어삼킬 뻔했고 사랑하는 여동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나에게 엄벌을 내리라는 것이겠지. 혹시나 아들이라고 아버지 폐하의 마음이 약해질까봐 걱정이 되었나 보다. 쓸데없는 걱정을...
 
아버지 폐하가 큰 소리로 편지를 읽었다.
"서던 제도에는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의 아들에게도 선처를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 것인가?
아버지 폐하는 여전히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너에게 더는 죄를 묻지 않겠다. 물러가 근신하거라!"
 
엘사 여왕이 나를 용서했다.
도저히 현실감각이 없어서 멍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어떻게 이렇게나 관용을 베풀 수 있는 거지?
이러면 나는 원래도 멀었던 권력에서 더 멀어지는 것 외에는 아무 벌도 받지 않는 거란 말이다.
얼마나 선하면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끝까지 나만 나쁜 놈이구나!
 
결박이 풀리고 비틀비틀 물러나면서 결국 울음소리가 터져나오고 말았다.
"쯔쯔쯔, 못난 놈..."
아버지 폐하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미안합니다, 모두들. 내가 위태롭게 만들었던 나의 조국 서던 제도, 아렌델, 크리스토프 씨, 엘사 여왕...
그리고 안나...사랑스럽지만 사랑할 수 없었던 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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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뭘 쓴 거죸ㅋㅋㅋㅋㅋ
원래 애니메이션 속 한스는 악의를 가졌던 악역 캐릭터 맞는 것 같은데요, 저라면 그렇게 기적적으로 해결될 거라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정말 모든 사람을 위하고자 하는 선의를 지닌 정치 지도자라면, 그리고 개인적인 감정을 접어두고 그것을 최우선시하는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라면 잔인하지만 한스와 비슷하게 행동하지 않았을까요? 마키아벨리의 저서 <로마사 논고>에는 이런 말이 나오죠. "절대적으로 자기 나라의 안전이 걸려 있을 때 정의냐 부정의냐, 자비로운 것이냐 잔인한 것이냐, 칭찬받을 만한 것이냐 수치스러운 것이냐의 문제는 결코 고려해서는 안 된다. 대신 양심의 가책을 일체 무시한 채, 나라의 생명을 구하고 나라의 자유를 지킬 수 있는 계획이라면 무엇이든 최대한 따라야 한다."
그래서 한스를 이런 '잔인한 선의'를 지닌 인물로 만들고 한스의 악행은 어쩔 수 없이 고통스럽게 한 일로 묘사해 봤습니다. 은근히 앞뒤가 맞는 것 같지 않아요? 아님 말고요 ㅋㅋㅋㅋ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딴 '한스나이트' 이야기(링크, 브금 주의)도 있는 걸 보면 저만 이런 류의 생각을 한 게 아닌가 봐요 ㅋㅋ 댓글 중 '아빠 한스가 왜 도망가요?? 그는 아렌델이 필요로하는 영웅이지만, 지금은 아니야 Watchful protector silent guardian The 한스나이트' ㅋㅋㅋㅋㅋ 그리고 '네 다음 한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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