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매 선거때마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으로부터 친노패권, 막말, 종북 등 고전적인 네거티브로 공격 당하면서도 제대로 대처 못 했죠.
김종인은 여당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어떤 방식으로 야당을 공격하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친노패권주의 ▷ 친노와 운동권 출신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을 컷오프시킴으로써, 친노패권주의, 운동권순혈주의를 끊어냈죠. 친노가 주류라는 이미지가 있고 실제로도 그러한 정당에서, 친노의 대표급 인사도 공천을 못 받는다면 패권주의는 설득력이 사라지는거죠.
종북 논란 ▷ 북한 관련 이슈에서 정부에 의혹을 제기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자제했죠. 보수에서 야당의 정책 중 가장 지탄을 받고 있는 햇볕정책도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으면 붕괴될 것이라는 북한 궤멸론을 제기하여 더불어민주당이 북한 체제를 좋아하는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죠. 북한 문제가 선거 쟁점이 되는 것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내용없는 정권심판론 ▷ 야당은 잘 한 것도 없으면서 관성적으로 정권심판론을 제기한다는 프레임은 정권심판론이 제대로 작동하는 데 방해가 되어 왔죠. 경제가 엉망이어서 경제실정을 심판해야 한다는 경제심판론을 내걸었고, 틈만 나면 경제 얘기를 부각시켰습니다. 경제민주화라는 대안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했죠.
하나 하나만 놓고 보면 당장 효과가 없어도 야당의 변화하는 모습이 일관성 있게 쌓이면 일정한 영향력은 분명히 생깁니다. 김종인이 무리할 정도로 선거 기간 내내 튀는 목소리를 자제시킨건 그 때문입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의 약점으로 한번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말하려고 하다보니 대중에 전달이 잘 안 된다는 것이 지적되어 왔는데요. 김종인은 새누리당의 방식을 차용하여 메세지를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반복하고, 언론의 주목을 받고 대중에게 각인시켜줄 수 있는 쇼도 벌인겁니다.
김종인의 이런 네거티브 대책은 야당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기 보다는 잠시 눈속임을 한 것에 불과합니다. 실제로는 노무현 청와대·문재인 영입인사·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공천을 많이 받았으며, 야당이 다시 집권하면 햇볕정책을 실시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