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원동력은 잊고 있었던 것들이 희미하게나마 뇌리에서 상기될 때 느껴지는 요소들로 얻어진다.
마치 없었던 것처럼, 잊고 있었던 흔적들. 상처가 나면 그 자리에 흉이 지기 마련이다. 너무 작은 상처는 흉이 지지 않을 거라 생각해 내 신경에서 벗어나지만 어느날 문득 그 자리에 흉이 작게나마 진 것을 본 적이 더러 있다. 그제서야 사실 없었던 것이 아니라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이고,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는 걸 실감한다. 언제나 '지금'이 가장 두텁고 강렬하다. 그러나 가장 두터울 수 있는 이유는 지나온 많은 것들이 '없었던 것처럼' 존재하지만 잊혀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