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는 법엔 참 모범답안이 많습니다. 물론 모두가 모범답안이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그런 모범답안이 있어요. 그리고 그 모범답안을 따라가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역시 변수가 너무 많죠...? 그 모범답안이 내게는 맞는지, 그사람에게는 맞는지 그리고 우리가 처한 상황에는 맞는지. 아니 어쩌면 그 모범답안을 내가 지속할만큼 성숙한 사람이 아니기때문일수도 있겠군요.
내가 과거에 행했던 연애에서 가장 못하던.. 내 가장 취약했던 부분은 '양보하기' 였습니다. 그 어떤 사람이 됐던 사람은 당연히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기에 완벽히 일치 할 수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더 많죠. 나는 사랑의 표현으로 동그라미를 주고 싫음의 표현으로 네모를 준다면, 상대방은 사랑의 표현으로 네모를주고 싫음의 표현으로 동그라미를 줄 수도 있더라고요. 그걸 깨닳는데도 오래 걸렸던것 같습니다. 깨닳았다고 하더라도 나 자신을 맞추는건 아니었죠. 나 자신을 맞추기엔 너무 화가나고 힘든 일이니까요. 그래서 어떻게든 사랑의 표현이 세모일수 없고 동그라미여야 한다고 억지 이유를 붙여 그사람을 설득하고, 맞춰달라 강요했어요. 더 웃긴건 그사람이 노력해줬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그사람이 지쳐 다시 세모를 표현하면 나에대한 사랑이 식었다고 혼자 판단해 헤어짐을 고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성숙하지 못한 사랑을 몇번 겪고나자 상대의 잘못만 보는게 아니라 나의 잘못도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그리고 열심히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상대방에게 나를 맞출수 있는 방법을. 만약 나도 50% 바뀌고, 그사람들도 50% 바뀌었었다면 우린 조금더 행복한 연애를 했을것같았거든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모범답안을 찾았어요.
"그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기. 니가 생각하는 그사람의 단점은 그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그것이 너이기때문에 단점이 되는것이다."
그렇더라고요. 예를 들어 전 아침잠이 너무 많아서 종종 아침약속을 그날 당일 아침에 변경하곤합니다. 아침잠이 없는 상대에게 이 행동은 너무나 실례이며 무례한 행동이지만, 반대로 같이 아침잠이 많은 상대라면 '잘됐네 나도 너무 졸리고 추워서 나가기 싫었는데. 우리 세시간만 더 푹 자고 일어나자' 하며 둘이 너무 행복하게 다시 잠에 빠질것입니다.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그사람의 행동이 단점이 될수도,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될수도 있던거였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부터 그사람의 모든것을 좀 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여 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무다한 마음쓰림과 홧병이 동반됬지만 옛날처럼 무조건 난 못하겠어. 는 아니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만족했습니다. 아 이게 바로 모범답안이구나. 이대로 하면 예쁜 결말이 오겠구나. 그래서 더더욱 노력했습니다. 주변에서 모두 깜짝 놀랄만큼 노력하고 맞춰갔지요.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안네요. 이제 나도 맞추는 방법을 알았으니 50%정도 맞춰줄 수 있고, 상대방도 50%정도 맞춰주면 우리는 똑같은 모양이 되겠구나! 라며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그사람의 성격은 차분하며 화를 내지 않고 나를 온전히 받아들여주는 그런 성숙한 사람이었기에 더욱 잘 해 낼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사람과의 연애 초 가장 좋았던 부분은 그사람은 나에게 바뀌길 요구하지 않았어요. 대신 그사람에게 단점이 하나 있다면 나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대신 자신도 바뀌지 않더군요. 괜찮았어요. 그사람은 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데 나도 그사람을 그대로 받아들여줘야지. 그래 그게 맞는거지.
그런데... 이 말을 들었을때 이게 얼마나 모순적인지 알아채신분 있나요? 그사람은 나에게 바뀌길 요구하는게 없다. 대신 자신을 바꾸지도 않는다. 우리 둘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했다. 갈등을 해결하려면 지금과는 달라야한다. 달라지지 않으면 우린 계속 이 갈등을 반복할테니까. 그런데 그사람은 여전히 나에게 표현적으로 요구사항이 없다. 하지만 자긴 바꾸지 않는다. 나는 트릭에 속아넘어가 그사람처럼 상대를 온전히 받아줘야한다는 생각에 나를 바꾼다. 그리고 갈등은 해결된다.
나에게 표면적으로 요구하지 않음과 동시에 자신도 바뀌지 않느다는건. 그런 바로 내가 자신에게 맞추라고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거란걸 어느순간 보여지는 결과물로 알게됐네요.
예를 들어볼까요?
나는 서운한게 생겼을때 투정을 부리고, 내가 원하는 상대의 반응은 날 토닥토닥여주는겁니다.
그런데 그사람은 누군가 투정을 부릴때 토닥토닥여주는 방법을 모를뿐더러 상대가 투정부리는것도 별로 내켜하지도 안습니다. 그래서 그사람은 침묵하죠.
나는 수도 없이 말합니다. 내가 투정을 부릴때 나를 좀 받아달라고. 요구하고 부탁하고 애원합니다.
그사람은 여전히 받아들여주지 않습니다. 투정부리는거 자체가 별로 달갑지 않은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저에게 니가 투정을 좀 줄여봐. 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표면상으로 전 그사람에게 바뀌어달라고만 요구하는 이기적인 사람인것 같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그래 저사람은 나에게 투정을 줄여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데 난 그사람에게 투정을 받아달라고 혼자만 이기적이게 요구했구나. 그러니 내가 바뀌어야겠다. 그냥 내가 투정을 줄여야지 뭐. 어차피 안받아주는건데.
옛날에 열번 부릴 투정을 한번정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한번 투정을 부릴때조차 그사람은 내 투정을 듣자마자 입을 다물어버리길래 나는 스스로 '아 난 왜 또 못참았을까. 그래 내가 다시 참아봐야지' 라고 투정을 부리다가도 그만둡니다.
갈등은 해결됐습니다. 우린 더이상 싸우지 않고 웃으며 행복한 연애를 합니다.
와우. 서프라이즈하네요. 자세히 보니 이건 내가 100% 맞춰준거네요. 그죠? 그런데 몰랐어요. 난 그사람이 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있고, 나도 그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있으니 우린 서로 노력하고있는거구나! 했는데 이거 아니었네요?
나는요. 내가 상대방에게 맞춰줄수 있는 사람이 되면 행복한 결말이 될줄 알았어요. 내가 50% 맞춰주면 상대방도 50% 맞춰줄거란 어이없는 전제를 깔아버린거죠. 아이 멍청해라. 사랑을 포함한 인간관계는 그런건가봐요. 한쪽이 맞춰주려 노력하면 상대방도 노력하는게 아니라 나는 그대로 있어도 갈등이 해결되는 달콤함을 즐기려하나봅니다. 물론 그사람이 나빠서가 아니예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어느순간 깨닳았죠.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청계천을 거닐기도 하고 가끔은 전시회를 보기도 하며 시내를 활보하거나 훌쩍 여행을 가는 데이트를 즐겼던 내가 활동적인걸 피곤해하는 그사람을 만나 영화,식사,모텔 외에 다른 데이트는 해보지도 못하고 있다는걸. 두시간,세시간씩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전화하는걸 좋아하던 나였는데 전화하면 급격하게 말이 없어지고 전화하는걸 좋아하지도 않는 그사람과 만나며 하루 하는 전화통화는 5분이 안된다는걸.. 그나마 그건 자기 전에 하는 잘자 인사 외에는 없다는걸. 이벤트를 해주는것도 좋아하고 받는것도 좋아해 밤을 새워 만든 십단 도시락에 아기자기한 선물들을 준비하는 난데 이벤트 자체를 싫어하느 그사람덕에 매번 난 챙겨주면서 한번도 이벤트를 받아보지 못했다는걸.. 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기는걸 좋아해서 항상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들고다니며 예쁘게 날짜까지 적어 가끔씩 꺼내보며 행복해하던 난데 사진찍는걸 정말 싫어하는 그사람때문에 이젠 핸드폰 사진조차도 찍으려 시도하지 않는 나라는걸.
우리 커플에게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는 정말 드물어요. 이렇게 다 맞춰갔으니까요. 평온하고 안정정이예요. 그런데.. 내가 행복을 느끼지 않아요. 안행복하네요.
그동안 사랑하는 마음과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수련하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묻어뒀어요. 그 하나쯤. 받아주려고 했을때는 힘들지만 얼마든지 묻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이 한번 이건 아니다 라고 생각이 드는순간 그동안 묻어왔던게 뻥 폭발하네요. 그동안 서럽고 서운했던 모든것들이 그 정도를 가리지 않고 다 수면위로 올라와버리네요.
자. 사실 정해진 답은 '서로의 인연을 그만 놓고 다른 길을 가는것' 입니다. 하지만 일단 그 말을 가슴속에 좀 더 품어둬보려고요. 제가 고치기로 한 두번째 단점이 바로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너무나 쉽게 이별을 말하는거였으니까요. 그게 나중에 후회로 남을때가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이미 답은 나온 상황이지만 조금 더 이성적으로 절 설득하려합니다. 이 문제의 답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하나밖에 없다고. 그러니 나중에 후회할 필요 없다고.
긴 장문이 되었군요. 이 글은 사실상 제 마음의 답을 정하려고 쓴 글이라 좀 두서가 없습니다.. 그래요. 사람이 사랑을 한다는건 참 왜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제 과연 앞으로 어떤 사랑을 해갈까요. 모범답안을 보완해서 더 완벽해지려고 할까요.. 아니면 그냥 예전의 나로 돌아가게 되느걸까요.. 그건 조금 더 후에 생각해봐야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