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간 반의 녹음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겨놓아 문맥이 허술하네요. 간결하구요. 그래도 적어봅니다.
1. 작가가 된 과정은?
27살때까지 직장생활을 했으나 IMF가 왔다. 여성에게 평생직장은 없구나 평생직장을 찾아야 겠다는 마음이 컸고 카메라맨 친구가 작가를 해보라고 해서 방송아카데미에 무작정 등록했다.
그 아카데미에서 다큐대부를 만났다. 내가 만약에 글을 쓰면 다큐다. 창조적인 것보단 설득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잘 됐다고 생각했다. 아카데미에선 모든 장르를 다 써보게 한다. 다큐, 코메디, 극 다 써봤는데 교수님이 넌 창작쪽이 어울린다고 LA아리랑에 들어가라고 하셨음. 그러나 다큐는 투철한 사명의식과 무식한 철학쟁이가 하는건데 그건 쉽지 않았었다. 말랑말랑한 인간얘기가 오히려 나에게는 맞았었던것 같다. 그런데 LA아이랑에선 적응을 너무 못했다. 나는 재미 없는데 다른 사람은 웃었다. 써야될 것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힘들었다.
작가는 자기속에 있는거, 자기가 잼있어 하는 걸 써야한다. 자기가 잼있는 걸 파야한다.
제가 중학교 2학년 14살때부터 27살까지 일기를 썼다. 한번도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걸 보면 작가가 되려는 본성이 있었지 않았나 싶다. 처음엔 이문열작가님의 글을 봤으나 완벽한 문장에 감탄을 하고나니 질려 추후 글의 기술력보단 인간을 따뜻하게 그리는 글에 끌리기 시작했다. 나머진 그저 평범한 인생을 산 것 같다.
시트콤을 찍던 시절 10년동안 참 많이 썼고 그 시절 같이 활동했던 작가들이 다 성공했다. 나만 빼고!! 언젠가는 나도 뜨겠지..그러나 한참 후배가 성공하자 1년을 글을 한줄도 안썼다. 1년후에 진정.. 내가 누군가의 흐름에 따라 엮일려고 하지 않아 기특했다. 유수부쟁선 ‘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다’ 다 자기 타이밍이 있다.
2.소재는 어디서 찾나?
플롯이 먼저 들어오는 사람이 있고 인물이 먼저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전 먼저 인물이 먼저 들어온다. ‘또 오해영’에서는 ‘난 다시 태어나면 엄청 쉬운 여자로 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오해영이란 인물을 탄생시켰다. 한편, ‘나의 아저씨’ 썼을 당시 작품들은 남자주인공이 다 기괴했다. 버럭하고 성격이상하고 능력(초능력)은 많은 설정이 판을 쳤다. 그런 사람에게 감동해 본적이 없던 나는 사람이 사람에게 감동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평범하게만 보이는 한 남자를 까고까고 봤을 때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인간의 근원(선함?)을 발견한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눈물이 날까라는 생각으로 탄생.
이런 남자의 얘기를 극적으로 풀어가려면 이 사람을 보통의 아저씨로 보고 이용해 먹을 아주 거친 여자(지안)가 필요했다. 이면을 봐줄 수 없을 것 같은 아이가 그 사람의 진가를 혼자 알아본다는 설정. 인물에 집중하는 이유는 미니시리즈는 구성보다는 먼저 시청자들이 그 등장인물이 보고 싶어해야 한다. 인간중심이기 때문에 모든 등장인물이 한번 나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에 대한 얘기를 끝까지 가져간다. 그 등장인물들은 나(박해영작가)가 갖고 있는 감정의 한 부분, 한부분을 띄어 만든다.
3.시나리오 편성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30페이지의 메인줄거리→ 대본4개정도(구현이 제대로인디>) → 편성팀에 보낸다→ 드롭인지 편성할지 결정
4.제일 힘든 순간은 언제였는지?
어쩔 수 없이 시청률이 안나오면 멘붕이 온다. 다행히 요즘엔 사전제작으로 그런 스트레스는 덜하다. 시청자 의견 나왔을 땐 8화 대본이 나와 수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평을 듣는게 제일 힘들다. 작가가 선봉이여서 더 힘들다. 모든 제작의 시작이 작가이기 때문에.... 내가 못쓰고 있으면 결방이라 무조건 써내야 한다. 20년간의 노하우로 역산하여 사전집필을 한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는 것 같은 내탓 같은 것 같은 마음 때문에 힘들다.
5. 캐릭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 시청자가 응원할 만한 사람인가? 시청자의 공감코드에 맞아야 한다.
6. 드라마 심리묘사는 어떻게?
사실 모든 사람이 말할 때 그 밑바닥의 심리가 어디서 왔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말의 심리의 근원을 파악하는걸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 어머니 덕택이기도 하지만 대학 때 집단상담심리라는 강의를 받았다. 7명 쯤 앉아 밑바닥 감정얘기만 한다. 그렇게 6개월을 했더니 나도 모르게 감정의 근원을 파악하게 되었다. 그래서 심리묘사에 대한 훈련이 되었던 것 같다.
7. 작가로서의 삶이 행복한지?
한번도 행복한 적 없다. 그럼 은행원은 행복한가? 어쩔 수 없이 직업이다. 어마어마한 지탄을 받아야 해서 더 그렇다. 다음에 일할 땐 ‘덜 괴롭자’ 이 생각으로 버텼다. 2시간이상씩 명상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 노트북에 가기 싫어 수시간을 버틴다. 20년간 들어온 욕과 싸우기 위해 노트북으로 간다. 이겨내고 싶어 머리를 비우기 위해 명상을 한다. 어떤 원망도 나의 그늘로 들어오지 않게 없애는 과정. ‘나의 아저씨’ 때는 정말 작정을 했다. 하지만 역시 첫방 나가고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8. 어떤 마음가짐으로 글을 쓰시나?
최근에 생긴 감정. 방송작가의 덕목 두 가지가 있다. 굳건한 체력과 시청자를 계몽하려 하지 말 것. 내가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글을 잘쓰는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20년을 버텨왔지만 이건 아닌거 같다고 생각했다. 바퀴얘기를 하시며 어떤 신문물이 발견 될 때는 동시다발적으로 나온다. 인간의 마음은 하나다. 시대가 필요한 글을 쓰면 된다. 내가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는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우린 같이 뭔가 해소를 해야한다. 그래서 글을 쓴다. ‘나의 아저씨’ 는 사람은 원래 이렇습니다. 라는 걸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해서 썼다. 요즘은 아이디어가 잘 안떠오른다.
9. 나의 아저씨 때 여론 때문에 고생하셨는 줄 압니다.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명상: 어떤 논란도 나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자기암시. 작가와 시청자는 자신의 몫이 있다. 결과를 논하지 말자.
10. 경험담인가요?
안본 걸 쓸 순 없다. 직접, 간접경험을 해봐야.. 깊이 알고 써야 한다. 모르는 일을 쓸 수 없다. 그래서 판타지가 힘들다. 그래도 시간 판타지는 좋다.
11. 작가가 가장 투영된 캐릭은?
등장인물 모두에게 나의 마음을 나누어 준다. 작가가 혼자 썼다 해도 몰입할 수 있는 이유.
12. 삶을 건강히 살기 위해선?
어떤 사회학자 얘기를 하시며 그 사회학자가 마지막으로 한 말.. ‘친절해라’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선 친절해야한다. 내 맘이 좋아야 남에게 잘한다. 자기를 사랑(친절)한 사람은 남도 사랑할 수 있다. → 지안에게 동훈이 ‘좀 친절하고..’라고 했던게 생각나네요.
13. 롤 모델은?
롤 모델이 없다. 한계치를 정해 놓으면 안되는 나이다. 평생을 살며 누구처럼은 없었다.
14. 자기관리?
명상, 걷기
15. 새드엔딩은 아니었나?
주인공은 시청자의 반영이다. 주인공을 죽이는 건 시청자를 죽이는 것. 또 오해영은 원래 새드엔딩은 아니었다. 나의 아저씨는 시놉에 죽는게 있었다. 나의 아저씨는 모든 방송사에서 거절당해서 설정이 쌨어야 했다. 평범한 남자얘기여서 심심했었다. 기승전결이 정확하려면 클라이막스가 있어야 했다. 8화까지 대본이 나오자 스탭들과 함께 못죽인다 생각.
16. 배우를 연상하며 쓰는지?
한명도 생각안해봤다. 배우를 갖다 붙여 놓고 글을 쓰면 그 배우에 맞춰 글이 나온다. 나의 아저씨가 한석규라고 생각해봐라. 그럼 그 배우의 색이 나온다.
17. 달빛의 의미.?
제가 논리와 의도를 가지고 글을 쓰지 않는다. 직관으로 쓴다. 느낌이 그랬다. 생각을 곰곰히 해보니 할머니가 물들지 않았다. 자기의 근원을 알고 있는 사람. 말랑말랑한 사람(경직된 인간-지안과 대비)
18. 엔딩의 네, 네! 의 의미
역시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앞의 네는 긍정, 뒤의 네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끝까지.
19. 장례식이 나온 이유
느낌상 장례식이 나와야 할 것 같았다. 삼형제의 어머니 요순이 죽는 다는 건 정말 큰일! 하지만 봉애가 죽는다는 건 약간의 해방감도 있는 것이다. 지안이가 더이상 아픔없이, 짐없이 나아가겠구나. 또한 봉애는 죽음을 준비한 사람.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 심각한 사건이 아니야. 장례식이라도 주인공(후계팸)들의 반응을 통해 삶, 죽음 그렇게 대수 아니야 라는 걸 보여주고 싶없다.
20. 취재는 어떻게?
이번에 취재는 제일 많이 했다. 구조기술자. 스님 등등. 매일 같이 카톡으로 물어봄. 동훈의 직업은 제일 마지막에 선정. 직업 찾는데 두달이 걸림. 대기업, 권력 암투가 심한 집단. 어느덧 구조기술사 발견. 제 또래 구조기술사(연우구조사무소) 분이 드라마 광이셔서 자문을 부탁했다. 많은 도움을 주셨다.
21. 작품을 연출할 사람을 선택한 이유
아니, 전 선택받는 사람. 제가 못찾겠다. 방송사에 등록된 감독들 중 재미있게 봐주신 분들이 있으면 함께 시작한다. 김원석감독이 알아봐서 땡큐였다. 작가보다 감독이 뛰어난 게 일을 하기 상당히 편하다. 프리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편집,음악) 끝까지 하는 건 감독 하나다. 자기생각이 분명한 사람이 좋다.
22. 소리 매개체로 많이 쓰신 것 같은데..
나의아저씨가 먼저 쓰여졌다. 박동훈 박동운 동명이인으로 인한 오해..이거 잼있는데 그렇지만 까여서 묵혔다가 또 오해영을 시작해서 그 설정이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23. 대본을 쓸 때 장면을 상상하며 썼을텐데 실제로 연출과 차이는? 방송을 봤을 때의 느낌은?
또 오해영을 봤을 때는 누가 언니는 코발트 불루로 썼는데 방송은 오렌지네. 밝기로 따지면 8로 썼는데 10으로 나왔다. 나의 아저씨는 6정도였는데 톤 다운하여 5로 나왔다. 작가들 중에 방송을 보고 두세시간 글을 못쓰는 경우가 많다. 너무 달라서.. 그런데 나의 아저씨는 그럴 수가 없었다. 김원석감독님이 방송전에 완편집본을 다 보여주고 빼고 넣을 것을 작가에게 확인 작업을 하신다. 경이로웠다. 촬영도 기가막혔다. 더 짜릿한 순간은 배우에게 새로운 모습을 볼때다. 이선균, 아이유씨에게 이런게 많이 보였다. 내가 쓴 글보다 방송이 훨씬 좋을 수 있구나 이번 기회에 깨달았다. 편집, 음악 모든 분야의 스탭분들이 열정을 통해 나온 작품이라 제가 이렇게 얘기하고 다니기도 민망하다.
--> 요 내용은 그대로 김원석감독님께 전달해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하트 뿅뿅을.. ㅋ
24. 작가지망생에게 조언?
(정직하게 )하지마라. 내 딸이었으면 절대 말렸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너무 많은 직업이다.
25. 교육원에서 배운점은?
인맥을 넓힐 수 있었다. 모든 장르를 배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