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공게에 매일 소설만 올려왔다가 오늘은 실화를 올립니다. 계속 소설만 올렸어서. 여러분들이 햇깔리실 것 같아 제목엔 소설 아님으로 썼어요 ㅋㅋ
시작합니다.
저희 엄마는 강원도 평창쪽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산골 벽지에 사셨죠. 이번 이야기는 엄마가 삼촌한테 들은 내용입니다.
어느날 삼촌이 읍내에 볼일을 보고 집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술도 거나하게 취해서 오고 계셨죠.
오솔길을 한참 걸어가고 있는데 평소엔 밤에도 잘 다니던 익숙한 길이 그날따라 어색해 보이더랍니다. 이러다간 안되겠다. 정신차려야겠다 싶었는데 한 여자가 반대편에서 걸어오더랍니다. 오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기생같은 젊은 여자였는데 애교있는 웃음을 살 살 흘리며 팔짱을 딱 끼고 자기도 혼자 집에 가느라 너무 무서웠는데 만나서 다행이라며 자기 집까지 같이 가자고 하더랍니다.
삼촌은 마침 무서웠는데 반갑기도 했고 전혀 이상하단 생각을 안했답니다. 그저 근처 사는 창기나 매춘부인데 길을 잃거나 자기와 비슷한 두려운 마음이 들어 딱 달라붙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래서 오히려 자기도 그 여자 허리를 붙잡고 같이 갔답니다.
그 삼촌 부인도 있으셨지만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인지라...
어쨌든 그 여자 집에 도착했는데 꽤 그럴듯해 보이는 집이 있었답니다. 여자가 방에 안내하더니 주안상을 내놓았대요. 산나물 반찬 위주였지만 생선도 있고 과일도 있고 꽤나 괜찮은 식사였다고 합니다. 허허 술은 됐는데...라면서도 여자가 술잔에 술을 따라주니 못이기는척 받아 마시곤 했는데 그렇게 향기로운 술이었대요. 그리고 안주도 정말 맛있었다고 합니다. 여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예쁜 술잔이랑 안주 맛있는걸 가방에 몰래 챙겼대요. 안주는 집사람 줘야지 하면서요. 아이러니하죠?
어쨌든 그분은 식사도 잘 마치고 여자랑 동침을 하려고 두근두근 하고 있는데 여자가 안오더랍니다. 어질어질 해서 그냥 귀찮은데 잘까...하고 그상태로 뒤로 자빠져 자려고 했는데
꿈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왔대요. 그렇게 삼촌을 좋아하시던 할머니였는데 무서운 모습으로 나타나서 어딜 집에 안들어가고 밖에서 자고 있냐고. 큰소릴 치더랍니다.
놀란 삼촌이 꿈에서 깼는데 너무 추웠답니다. 눈을 떴는데 집 안이 아니라 나무 밑에서 자고 있더래요. 그때는 순간적으로 기억이 끊겨서 여자랑 집에 들어갔던 것 까지는 잊어버리고 아 내가 잔치집 갔다가 집에 가는길에 잠들었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대요.
그런데 주변에 바람소리도 그렇고 너무 무서워서 얼른 일어나 뛰었답니다. 다행이 부지런히 뛰어 내려가자 평소에 다니던 길이 나왔고 어땠든 많이 늦은 시간이었지만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해요.
집에 가서는 어머니께 엄청 혼이 났구요. 늦게까지 기다리던 부인도 조금 타박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방을 열었는데 가방을 여는 순간 그 기억들이 떠올랐대요. 그래서 산에서 있덨던 얘기를 했답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개여시한테 홀렸구만 쯧쯧." 이러셨대요.
글쎄 가방에서 짐을 꺼내보니 그 안에서 귀뚜라미와 풀벌레 죽은 시체. 개구리 시체. 그리고 도토리뚜껑이 나왔답니다.
그리고 도토리 뚜껑에선 노루오줌 냄새가 났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도토리 뚜껑을 술잔으로 착각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엄마는 그 삼촌의 이야기를 꽤 흥미롭게 들었고 저한테도 얘기해 주셨어요. 그 개여시는 삼촌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