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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실화 ‘또 하나의 약속’은 ‘변호인’의 속편이다
게시물ID : sisa_4845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풍월을읊는개
추천 : 3
조회수 : 76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27 22:18:24
‘또 하나의 약속’은 ‘변호인’의 속편이다
거대권력 삼성자본과 맞서 싸운 황상기의 실화, ‘변호인’만큼 강한 울림 전해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4526


영화 <변호인>의 실제주인공 노무현 변호사는 훗날 대통령이 된다. 대통령이 된 그는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말해 권력은, 삼성으로 넘어갔다. 노무현 대통령은 군사독재세력을 넘어섰지만 삼성으로 대표되는 거대자본세력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삼성의 힘을 인정한 그 무렵, 삼성과의 싸움을 시작해 결국 작은 승리를 이뤄낸 한 택시운전기사가 있었다. 그는 변호사도, 군인도 아니었다.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노동자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였다. 2월 6일 개봉하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황상기씨가 만든 기적 같은 실화를 극으로 만들었다. 

영화는 노동자 한윤미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한다. 한윤미는 진성반도체에 입사한 지 20개월 만에 백혈병에 걸려 쓰러졌다. 노조에 가입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던 아버지 한상구(박철민 분)는 차가운 욕실에서 락스로 닦은 대야에 목욕물을 받으며 망연자실에 빠진다. 가족들은 윤미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밥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 영화 '또 하나의 약속'.
 

한상구 앞에 나타난 진성반도체 인사관리팀은 돈을 주며 사직서를 요구했다. 그리고 산업재해는 신청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윤미가 일했던 3라인에서 다섯명이 백혈병이 걸렸다고 했다. 그런데도 회사는 윤미를 바라보며 “자기가 병 걸린 걸 왜 남 탓을 하냐”며 조롱했다. 윤미는 갑작스러웠던 불행에 억울해하며 아버지의 택시에서 눈을 감았다.

딸을 보내며 “아빠가 니 억울한 사연 풀어줄게”라고 다짐하는 한상구의 모습은 “이라믄 안 되는거잖아요?”라고 말했던 <변호인>의 송우석 변호사를 떠올리게 한다. <또 하나의 약속>은 여러 측면에서 <변호인>의 속편 느낌이다. 두 사람 모두 ‘개인’의 문제에서 출발해 사회모순을 직면하며 삶이 달라진다. 1편에서 송우석 변호사가 국가폭력과 맞섰다면, 속편에선 노동자의 아버지 한상구가 국가폭력을 압도하는 자본의 폭력에 맞선다. 마치 송우석 변호사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속편에서 한상구가 해결해나가는 느낌이다.

한상구의 투쟁은 법정싸움으로 압축된다. 삼성에서 일하다 희귀병을 얻게 된 이들이 연대해 단체를 만들고,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업재해인정을 위한 소송을 진행한다. 법정싸움 뒤에는 진성그룹 사옥 앞에서 딸의 억울함을 목 놓아 호소했던 한상구의 질긴 싸움이 있었다. 메아리 없는 빌딩숲에서 개인의 외침은 나약했다. 피해자가족은 진성반도체가 제시하는 보상금액과 패배에 대한 두려움으로 갈등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그들을 붙잡은 건 한 노동자의 아버지가 보여준 의지였다.

   
▲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한 장면.

도대체 그 의지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영화 속 진성반도체는 한상구에게 20억의 보상금을 제시한다. ‘팔자’를 고칠 수 있는 돈이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극중 한상구를 연기한 배우 박철민도 기자와 만나 “어떤 힘 때문에 황상기씨가 그 먼 길을 완주하셨는지 찾지 못한 채 연기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왜 남들처럼 합의도 안 보고 고집스럽게 산업재해인정을 받으려했는지, 그 분노와 의지의 지점은 영화에서도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몇 가지 단서는 있다. 한상구가 딸의 죽음으로 직면한 나머지 반쪽 세상은 서울대학교 권장도서인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가 불온서적이라는 것만큼 황당하고 비현실적이었다. 세계 일류기업이라던 진성반도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안전장치를 풀고 일해야 했고, 회사는 노동자들이 어떤 발암물질을 만지며 일하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극중 등장하는 한 삼성노동자는 역시 백혈병에 걸리지만 회사를 탓하지 않는다. “내가 그냥 운이 없었던 거야.” 한상구가 마주한 ‘무노조 신화’였다.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직접 발병원인을 증명해야 한다. 회사는 당연히 관련 자료를 내주려하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자본의 편이었다. 노동자의 권리는 법전 속에만 존재하고 있었다. 딸에게 노조 근처는 가지 말라며 신신당부했던 평범한 아버지로서는 이 웃지 못 할 비극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재판장에 모인 진성반도체의 병든 노동자들을 가리키며 판사에게 말한다. “이보다 확실한 증거가 또 있을까요.” 

   
▲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한 장면.


결국 영화를 관통하는 한 노동자의 분노는 ‘사람냄새’ 없는 세계 초일류기업이 자초한 일이었다. 여기엔 문제의식 없이 기업의 말을 받아 적기 바빴던 기자들도 한 몫 했다. “신문이 어떻게 다 이럴 수 있어요. 신문에 내면 다 진짜인줄 알았는데….” 한상구가 보여준 ‘바보’같은 삶의 궤적은 송우석 변호사와는 또 다른 전율을 선사한다. “이 싸움은 여러분 스스로가 하는 거잖아요. 절대 누가 대신 할 수 없어요.” 유난주 노무사(김규리 분)가 노동자들에게 던지는 이 한마디도 극장을 나오며 깊숙하게 박힌다. 2월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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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관이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2월 6일에 개봉한다고 합니다. 
아래는 감독인터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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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삼성을 건드려…개봉 자체가 기적"

[인터뷰] <또 하나의 약속> 김태윤 감독
http://m.pressian.com/mobile/section_view.html?no=113034
어떻게 삼성을 건드려…개봉 자체가 기적" 촬영도 하루 12시간 이상은 안 했다. 근로기준법을 자체적으로 준수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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