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부트에서 행메 해온지도 어느덧 1년차.
레벨업과 스펙업이 뒷전인 채로 탱자탱자 놀기만 하던 잉여 해적 나부랭이도 어느덧
해적왕을 찍고, 5차전직을 하고, 몹들을 갈아마시는 빠와! 를 보여주게 되었다.
접속하면 반갑게 인사하는 길드원들, 값진 아이템, 빵빵한 링크 및 캐릭터 덱, 남부럽지 않은 자산 등을 가지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몇주 전부터 공허하기 이를데가 없었다.
생각에 잠기기를 몇차례. 나는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초심'
나는 리부트 서버가 창설되던 시기부터 유입된 인간으로, 초창기에는 길드고 인맥이고 그런 것도 없이
천둥벌거숭이마냥 본서버를 내팽겨치고 리부트로 달려든 이들 중 하나엿다.
다소 자뻑을 붙여보자면, 아메리카 대륙을 개척하던 시대의 뉴 프론티어 정신을 가진 채로 임했다고 해야될까나..
모두가 같이 맨 밑바닥부터 아동바동 기어오르면서 시작했었고, 때론 상호간에 힘을 합치는 일들도 있었다.
나 역시도 어느정도 기반이 다져진 이후에는 오유인 길드인 '높새바람'을 창설했었으니....
많은 길드원들이 높새바람을 통하여 나와의 인연이 닿았고, 맺어졌으며, 스쳐지나갔다.
초창기 시절 아무것도 모르는 뉴비상태였던 그들이 어느샌가 정신을 차려보니 나보다 월등히 높은 스펙을 가지고
양로원의 노인 부양이라도 하듯,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땐 도움을 주고 있었다.
물론 그들의 도움은, 지극히도 순수한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하지만, 그 '윤택함'과 '편리함' 이라는 마약에 길들여진 채, 나는 모르는 새에 이빨이 다 빠지고, 살만 뒤룩뒤룩 찐 늙은 짐승과 진배 다를 바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처음 리부트 서버를 택해서 개척해나가던 그 시절의 나와는 이미 엄청난 괴리가 느껴졌다.
다시 한 번 그 때만큼, 밤낮으로 메이플 월드에서 굴려지면서, 스스로를 파밍하고 미개척지와도 같은 이 리부트 서버를
점령하는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옛날과 같은 즐거움을 다시끔 느껴보기 위해서
지인, 링크, 메소, 아이템... 등등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로
리부트 2에서 다시 한 번 시작해보기로 하였다.
단순히 기존의 리부트 서버에 부캐를 생성하는 것 따위로는 안된다.
부캐를 생성한다 하더라도 창고가 이어져있고, 그로인해 메소와 소비템 등을 자유로이 지원 받을 수 있으며,
캐릭터 덱과 여제의 축복에 링크 등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길드에 안든다 하더라도 계정친구로 등록된 이들은 다 보이기 마련이다.
나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다.
사실 나도 모든걸 던져버리기에는 어쩔 수 없는 속세의 인간이었나보다.
모질게 마음먹었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리부트를 완전히 던져버리진 못하고, 리부트 2와 두집살림을 하는데까지가 한계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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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트 별별 도장을 다 받고 난 후 1년 전, 리부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 마냥
부푼 기대감을 안고 리부트2의 문을 두드렸다.
캐릭터의 직업은 배틀메이지를 하기로 하였다.
스탯창에서부터, 밑바닥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캐릭카드 덱이나 여축 등이 없으니까 이런 저렙 부터 차이가 날 줄이야...
본래의 리부트 서버보단 불편하고, 시간도 많이 들여야 했지만
확실히 기존의 서버에서 가지지 못했던 것들이 채워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천천히 키우고 싶어서 일부러 메가버닝 설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V 다이어리의 경우는 깨는 족족 받고 있다.
리부트 1섭과 병행하다보니 레벨업이 상당히 더뎌서, 이틀만에 80레벨대를 달성했다.
기존의 선행학습으로 다져진 노하우가 있다보니, 리부트 1에서 처음 키울때보다는 쾌적한 편이다.
..... 1섭에서 얻으려고 개고생했던 녀석이 레벨업하려고 사냥하던 도중 나온 엘몹 한마리 잡더니
원큐에 등록이 되었다.
이후로도 기이할 정도로 좋은 운수는 이어졌다.
첫 엘보에게서 에잠이 뜨고...
약초 채집 레벨 꼴랑 2짜리가 1렙짜리 풀좀 몇번 캐니깐 장미꽃이 ....
앞으로가 기대된다 ~
오늘은 모험담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