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5층 빌라 2층에 살던 때의 일이다.
어느 일요일 오전 느긋하게 늦잠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여자(?)의 날카롭고 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비명소리는 누군가 위층에서 계단을 통해 급하게 아래로 내려가면서 내는 소리였다.
그 비명소리에 간담이 서늘해지고 몸이 얼어붙어 잠시 멍때리다가
창문을 열고 창밖을 내다 보았다.
밖에는 사람들이 대여섯명 서 있었고
그 사람들 옆 바닥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굳이 나가서 사람들에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다음 날 지역신문에서 기사를 봤다.
외할머니가 딸 대신 어린 손자를 봤는데
외할머니가 잠시 다른 일을 하는 사이 손자가 5층 빌라 창문에서 추락하여 죽었다는 것이다.
그 핏자국은 그 어린애의 것이었다.
외할머니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동네 뒷산에 올라가 목을 맸단다.
공포영화를 남들만큼은 보는데
그 때의 비명소리는 어떠한 공포영화 여주인공도 흉내도 내지 못할 만큼
사람 맘을 깊이 찌르는,
듣는 사람에게도 당사자의 공포심이 그대로 전달되는,
처절하고도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손자를 그렇게 보낸 외할머니의 심정이 어땠을지..상상도 안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