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살았던 아파트에서 있던 일이다.
그 곳은 학생이나 독신자가 대부분이었기에, 이사를 와도 딱히 인사를 오거나 하는 문화가 없었다.
애초에 인사하러 간다 하더라도 다들 생활 패턴이 가지각색이라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들기도 하고.
내가 입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밤 중에 옆집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옆집에 사람이 사니 소리가 나는 것 자체는 별 이상할 게 없지만, 조금 신경이 쓰였다.
혹시 밤일 소리가 넘어오는 건 아닌가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그런 게 아니라 [어째서야?], [왜 그러는건데?], [제발 그만 둬.] 같은 말이었다.
매일 밤마다, 매일 밤마다 그것이 반복되었다.
어느날, 아침에 외출을 하려다 옆집 사람과 우연히 마주쳤다.
인사도 겸해 말을 걸어 보았다.
소심한 것 같지만 사람은 좋아보인다.
근처 대학에 다닌다고 했다.
같은 역에서 지하철을 타기에, 그 날 아침에는 잡담이나 하며 같이 역까지 가기로 했다.
그러자 조금 말하기 힘들어 하며 그는 물었다.
[이사한 뒤 방은 좀 어때요?]
[2층 모서리방이라 빛 들어오는 거나 환경은 뭐 그냥 그래요. 뭐, 생각보다는 괜찮더라구요.]
그러자 그는 [아... 뭐... 그렇습니까...] 라고 그닥 분명치 않은 말투로 대답했다.
기분은 좀 떨떠름했지만, 역에 도착했기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헤어졌다.
그 날 밤도, 그 후로도 계속 한밤 중의 소리는 이어졌다.
그리고 얼마 뒤, 또 아침에 함께 역까지 가게 되었기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소리에 관해 물었다.
[저기, 지난 번에는 미안했습니다. 이야기 도중에 그냥 가 버린 느낌이라.]
하지만 그는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요즘엔 어떻게 지내세요? 아, 맞다. 그 쪽은 혼자 사시는 건가요? 아니면 누구 룸메이트라도?]
그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아니, 한밤 중이면 이야기 소리가 들려서요...]
그러자 갑자기 그는 멈춰서더니,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의 방에 유령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한밤 중이 되면 자신이 자고 있던 깨어 있던, 누군가가 자신의 방에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네? 정말로요?] 라고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영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그런 내 반응에 실망한 것인지, 우리는 그대로 역에서 헤어졌다.
그리고 그 날 밤, 사태는 급격히 변했다.
변함없이 한밤 중에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만둬... 그만 하라고... 도와줘, 으아아아아아!]
무심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평상시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렇게 생각하고 옆방에 가 보려고 현관까지 나섰지만, 문득 오늘 아침 그가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니 덜컥 무서워졌다.
그래서 그대로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침이 올 때까지 덜덜 떨고 있었다.
그 후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그의 방 앞을 지나갔지만, 초인종을 누를 용기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어쩌지?
아니, 무슨 일이 있던 건 확실해.
그럼 최악의 경우엔 죽어 있는 건 아닐까...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 속을 빙빙 돌아, 불안과 공포로 가득 찬 채 나는 그저 역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거기는 역 앞에 있는, 내가 아파트에 입주할 때 계약했던 부동산 앞이었다.
나는 사무실로 뛰어들어, 어젯밤 있던 일을 부동산 아저씨에게 말했다.
아저씨는 놀란 듯 했다.
내가 갑자기 뛰쳐들어와 이상한 소리를 해서일까, 아니면 이야기 자체를 이해할 수 없어서일까.
[일단 좀 진정하세요. 자, 차라도 한 잔 하시고.] 라며 차가운 보리차를 주셨다.
[에... 그러니까 주소가 어디라고? 이름은? 지금 찾아볼테니까 잠깐 기다려요.]
덜덜 몸이 떨렸다.
그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살아있다면 구급차를 불러야 할텐데.
빨리 그의 집에 가야 할텐데.
그 사이 서류를 찾아보던 아저씨는 왠지 모르게 당황한 듯 했다.
그리고 나에게 같이 가자고 말한 뒤, 서둘러 아파트로 향했다.
방 앞에 오자, 아저씨도 살짝 긴장한 듯 망설이며 문을 두드렸다.
대답은 없다.
[이봐요, 있습니까? 있으면 나오세요!]
반응이 없다...
나는 그가 죽어 있는 모습을 생각하며 벌벌 떨고 있었다.
아저씨는 방문을 마스터키로 따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뭐야, 아무도 없잖아!]
그 한 마디에, 나는 겨우 마음을 놓았다.
다행이다, 살아 있었구나!
별 일 없었나봐!
그렇게 생각하자, 빨리 그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놀랐잖아요! 걱정했어요!]
그렇게 말하고 방에 뛰어들었지만, 방은 텅 비어있었다...
아저씨는 텅 빈 방에서 한밤 중에 소리가 난다기에, 누가 잠입한 게 아닌가 싶었다고 한다.
원룸이기 때문에 현관에서 보기만 해도 방 안은 전부 보이지만, 일단 방 안 전체를 확인한 아저씨는 수상한 건 없다고 말했다.
[기분 탓이요. 다른 방이나 밖에서 들린 소리겠지.]
그리고 아저씨는 돌아갔다.
하지만 그 소리는 뭐였단 말인가?
그보다 그는 누구였단거지?
그가 유령을 보던 게 아니라, 내가 유령을 봤단 걸까?
더 이상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그 때, 다른 집 문이 열렸다.
[안녕하심까.]
그 집에 사는 것 같은 사람이 말을 걸었다.
하지만 나는 도망쳤다.
그마저 유령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무서워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는 그대로 그 아파트에서 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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