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아랫분과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적어 봅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대학교 4학년까지 폐결핵을 앓았습니다.
폐결핵은 망국병 소리 듣던 그 당시에도 약만 꾸준히 잘 복용하면
아주 심하지 않으면 2년정도면 대개 완치 됐었죠
그런데 저는 젊은 객기에 파스짓인지 나이드라짓인지 하는 약을 매끼마다 한웅큼씩 먹는 게
너무 지겹고 해서 먹는 척 하다가 모아서 버리곤 하는 통에 병을 키웠습니다.
덕분에 고등학교 때 한번, 대학교 때 한번 이렇게 휴학할 정도 였습니다.
병이 점점 심해져서 간헐적으로 각혈 하던 어느 날 맥스월 그라인드 큰 깡통에 거의 가득 차도록
수차례 심하게 각혈했습니다. 그날 밤 아, 이제 죽는구나 하는 느낌이 오더군요
하도 긴 시간을 병마와 싸우면서 죽음과 맞대면 하던 까닭인지 처음에는 그냥 체념이 되서 담담 했읍니다.
그저 헛되고 헛되니 다 헛되도다....이런 허무한 마음 뿐이었습니다.
인간은 살아생전 엉치뼈와 척추등뼈 사이의 오목한 부분이 잘때도 바닥에 닿지 않습니다.
죽으면 이게 내려 앉지요 서서히 내려 앉는 느낌이 오자 이제 정말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때만해도 죽는게 무섭다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임종에 가까운 사람이 경험한다는 살아생전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는 바로
그 순간을 맞이 하면서 과거의 제 모습을 보게 되는 순간 저는 갑자기 죽음이 공포스러워집니다.
바로 그 때까지 살아생전, 제가 저지른 나쁜 짓 때문이었습니다.
나 같이 범인이 나쁜 일을 해야 얼마나 나쁘겠습니까만 서점에서 책 훔친일, 남을 미워하고 저주한 일,
또 무엇을 훔친일, 거짓말 하고 속인 일 등등이 스쳐지나가는 순간
이렇게 죽을 수 없다 이렇게 죽으면 안된다는 발버둥이 죽음을 무섭게 하더라는 말입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그게 환영일수도 있고 착각일수도 있을텐데
그 순간 장짓문인 제 방문에 시커먼 그림자가 어른댔습니다. 저승사자다,퍼뜩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저는 맹렬하게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방금전, 일어날 힘도 없이 누워있던 제가 말입니다.
그리고 집안 여기저기를 달리며 도망가는데 제가 아궁이 속으로도 도망가더군요 , 물론 저승사자?도
그 속까지 따라오고요. 이 공포가 극에 달하는 순간 저는 의식을 잃었나 봅니다.
그 뒤는 모르고 깨어나니 희미하게 동트는 새벽이었으니까요
아침이 되자마자 거의 빈사상태인 저를 발견한 아버님이 세브란스병원에 데려가서 이럭저럭 살게 되었는데요
한 번 죽음을 맛보니 산다는 것에 대한 애착이 없어지더군요.
아둥바둥 축재하고 명예를 쫒고 하여튼 이런 일이 다 쓸데없이 여겨지는 것이 흠이라면 흠입니다,
그리고 항상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명박이 그네, 무성이 , 한길이....같은 인간들 말입니다.
저와 같은 죽음의 순간을 맞이 할텐데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과거 삶의 족적을 맞닥트리는 순간
죽음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저처럼 자기의 삶이 부끄럽고 무섭지 않을까 하는측은지심입니다.
어..어떻게 끝맺지?
네, ...그...저...걍 살자고요, 가급적 차카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