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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비잔티움 제국사 (11) 부모와 자식의 대결
게시물ID : history_72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볼버오셀롯
추천 : 4
조회수 : 52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1/18 17:07:06

http://cafe.daum.net/shogun의 마법의활 님이 쓰신 글입니다.

 

일명 2차 4두 정치는 다음과 같이 출범하였습니다.
서부 카이사르는 세베루스가, 동부 카이사르는 막시미누스 다이아가 이었는데, 이 인선은 시오노 나나미 말대로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인선이었습니다.

즉 1차 아우구스투스들의 성장한 자식들이라는 변수가 그것이었습니다.

1차 4두에서 막시미아누스는 막센티우스라는 아들을, 콘스탄티우스는 콘스탄티누스라는 아들이 있었으며, 공교롭게도 동부 지배자들은 하나같이 아들을 두지 못했습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에게는 슬하에 외동딸만 하나 있었으며, 이 딸이 갈레리우스와의 사이에서 역시 딸만 하나 낳았기 때문입니다. 이 딸이 또 다시 막센티우스와 결혼해서 자식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차기 카이사르라면 당연히 막센티우스가 되어야 했지만, 그러자면 발생하는 문제.
왜냐하면 막센티우스 같은 경우는 통치자로써 검증받은 바가 하나도 없었으며, 마땅한 군무 경험도 없어서 바로 이점이 디오클레티아누스와 갈레리우스가 보기에는 치명적인 결함이었습니다.

(막센티우스가 그럭저럭 이탈리아와 아프리카 정도는 커버할 역량이 있다는 걸 보여줘서, 그들의 평가가 잘못되었음을 입증합니다만, 일이 다 벌어진 후였지요.)

게다가....막센티우스를 카이사르로 올려놓으면, 디오클레티아누스 밑에서 12년 동안 군생활한 콘스탄티누스는 뭐가 되는가? 그렇다고 두 사람 모두를 카이사르로 올리기엔 좀.....
여전히 막센티우스가 군무 경험이 없다는 게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골칫거리였습니다. 게다가 갈레리우스 자체도 실질적인 리더를 하고 싶어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아마도 그 자신이 콘스탄티누스의 페르시아전 활약을 지켜보았기에 이 젊은 놈이 자기 말을 순순히 따르지 않고 친아버지 말만 들으려 할 지도 모른다는 걸 진작부터 간파하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결국 답은 두 사람을 배제하는 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갈레리우스의 친구이자, 콘스탄티우스 밑에서 군무 경험을 쌓아 콘스탄티우스와도 친분이 있었던 세베루스가 서부 카이사르가 되었습니다.

한편 동부 카이사르는 갈레리우스 누나의 아들인 막시미누스 다이아가 되었는데.... 근데, 이 친구 알려진 것보다는 꽤나 찌질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갈레리우스가 추천했겠지요.) 군무 경험이 있었다지만 그렇게 딱히 두각을 드러내는 타잎은 아니었고, 그야말로 갈레리우스 생질이란 것 외에는 내세울 게 별로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이 카이사르로 선정되자 누구보다도 자신이 가장 놀랐다고 하지요.
그런데.....디오클레티아누스는 역시 사람 보는 눈이 있었습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막시미누스 다이아가 찌질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리만 차지했다하면 저 성실한 세베루스와는 달리 외삼촌에게 게기려 들 것을 간파합니다. (갈레리우스만 몰랐지요. 조카니까, 내말 잘 들으려니. 근데 그게 아닌 겁니다. 조카니까 더 앵겨들려고 하지요. )

그래서 니코메디아를 포함한 아나톨리아 지역은 갈레리우스에게 넘어가고, 막시미누스 다이아는 격에 맞게 시리아와 이집트만 커버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디오클레티아누스가 온갖 안배를 해서 2차 체제는 출범했는데...
선임 아우구스투스는 콘스탄티우스가 하지만, 실질적 리더는 적극적 성격인 갈레리우스가.
그리고 서부 카이사르는 두 아우구스투스 모두에게 충성을 바치는 성실한 세베루스.
동부 카이사르는 갈레리우스의 찌질한 생질.

막센티우스만 열받는 상황이지만, 12년 동안 디오클레티아누스 밑에서 온갖 노가다를 뛴
콘스탄티누스도 아무 자리를 못받는 상황이고, 여하튼지 간에 서부 아우구스투스는 막센티우스의 매형이니까.....이건 그럭저럭 무마가 되었습니다.

근데.....남는 문제. 그럼 콘스탄티누스는 어디로? 일단 니코메디아가 갈레리우스에게 넘어왔고,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스팔라토에 짱박혀버렸기 때문에 콘스탄티누스는 이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문하가 아니라 갈레리우스의 문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나름대로 순수한 마음에서 콘스탄티누스를 음으로 양으로 잘 돌봐주었던 디오클레티아누스와는 달리, 갈레리우스는 콘스탄티누스에게 딴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다 컸으니 아버지에게로 가겠다고 해서 디오클레티아누스도 그러라고 허락했는데, 갈레리우스가 멋대로 콘스탄티누스를 잡고 안 놔준 겁니다.

기독교 사학자들은 신벌 받아 죽은, 악마사촌에 천하병신 인간말종 개찌질이 박해자 갈레리우스가 위대한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천재성을 질투한 나머지 감히 죽이려 했다고 쓰고 있습니다. 반면 모 작가는 이따구 기록은 역사적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아예 생략해버리고 있는데....기번이나 존 노리치 및 워랜은 이 양자의 중간적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 시각이 맞다고 봅니다.

여하튼 갈레리우스가 콘스탄티누스를 감방에 처넣은 건 아니지만, 아버지한테 못가게 억류한 건 사실입니다. 제 생각으론 갈레리우스가 콘스탄티누스를 일종의 카드로 활용하려 한 듯 합니다. 잠재적으로는 서부 아우구스투스 콘스탄티우스에 대한 인질이며, 현실적으로는 이 녀석 자체가 상당한 능력을 갖춘 장군이어서 유사시에 써먹기도 편하고,
(갈레리우스는 짬안되는 카이사르일때 디오클레티아누스 밑에서 노가다를 뛰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을 것입니다. 똑같은 짓을 콘스탄티누스에게 시키고 싶었겠지요. )

이미 그때부터 슬슬 게김성을 보이는 조카에게도 내놓을 카드였기 때문입니다.
(너 이 새끼...자꾸 외삼촌 말 안들으면 네 자리에 콘스탄티누스 앉혀버릴 거야! 알았어?
-> 당연히 막시미누스 다이아도 바보가 아니니까, 알지요. 그래서 콘스탄티누스를 싫어했나봅니다. )

근데..... 여기서 태클을 건 사람이 있었습니다. 다름아닌 콘스탄티우스였습니다. 역사서에는 “간절한 요청”을 했다고 되어있는 모양인데, 콘스탄티우스 서열이 갈레리우스보다도 위였고 애당초 갈레리우스가 설칠 수 있었던 것도 콘스탄티우스가 잠자코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내가 내 아들 찾겠다는 데 지가 뭔데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막아? 가만히 있었더니 가마닌줄 아나, 이게......”

그러잖으면 세상 만사 달관했다고 큰소리치던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일부러 사위에게 사람까지 보내서 이러쿵 저러쿵 할 리가 없는 것입니다. 장인 말이라면 꺼뻑 죽는-갈굼의 체질화-갈레리우스가 그 서한에 두말 않고 콘스탄티누스를 보내주었는데, 제 생각으론 결국 이런 내용이었을 것 같습니다.

“넌 도데체 언제까지 걔 붙들고 콘스탄티우스하고 신경전 할 거야? 해달라는 데로 해줘! ”

그래서.....갈레리우스는 마지못해 콘스탄티누스를 보내주기로 합니다. 그러나 콘스탄티누스는 갈레리우스가 언제 생각을 바꿀 지 모르는 위인이라는 걸 잘 알았기에 갈레리우스의 궁정을 벗어나올 때 거기 있는 역마들의 뒤꿈치를 죄다 칼로 째버려서 추적을 못하게 합니다.

(물론 갈레리우스가 몹시 격분했을 것은 두말안해도 잔소리입니다. 이 자식이, 기껏 보내줬더니 그걸 못 믿고 이딴 짓을 하고 가? 물론 콘스탄티누스도 할말이 있었겠지요. 그간 계속 말 바꾸면서 못믿을 행동한 건 누군데? )

이렇게 해서 콘스탄티누스는 콘스탄티우스를 만나서 부자 상봉을 하게 되는데....일단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점점 막시미누스 다이아가 게김성이 강해지긴 했는데 그것도 이 단계에선 별다른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콘스탄티우스가 전쟁 중 지병으로 급사하게 되는 이변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콘스탄티누스가 아우구스투스를 자칭하게 되는데, 이건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단 세베루스가 아우구스투스로 승진하고 콘스탄티누스는 카이사르가 되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습니다. 물론 이번의 선임 아우구스투스는 갈레리우스 자신.

그런데...이렇게 되자 드디어 잠재되어 있던 화산이 폭발해서 디오클레티아누스 체제를 산산조각 무너뜨리게 됩니다.

그것은...

S.P.Q.R. 로마 시민과 원로원, 그리고 전통을 자랑하는 프라이펙투스 프라토리오가 이끄는, 마지막으로 남은 제국의 레기오나리 들이었습니다.

막센티우스가 콘스탄티누스를 질시했고 원래부터 야심이 있었다는 그건 정말로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원수정 로마의 마지막 남은 보루이자 잔재가, 드디어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전제정 로마에 전면적인 선전포고를 했다는 그점입니다.

원수정 로마 VS 전제정 로마.

그리고...... 1차전은 원수정 로마의 수장으로 은근슬쩍 갈아탄 막센티우스가 아버지 막시미아누스의 도움을 받아 세베루스의 군대를 무력화시켜서 세베루스를 자결시키고, 자신이 로마 원로원에서 추대를 받아 아우구스투스가 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원수정 로마 황제가 전제정 로마 황제를 추포해서 죽인, 이 센세이셔널한 사태.

(여담이지만 막시미아누스도 은근슬쩍 “아우구스투스”칭호를 도로 취함으로써,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선임 아우구스투스”자리를 손에 넣었습니다. 보면은 참 어린 아이 같은 구석이 있는 아저씨였습니다. -_- 그러나 막시미아누스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도통 깨닫질 못했으니, 정치적 자질은 아들인 막센티우스보다도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길고 긴 내란이 시작됩니다. 이건 황제들끼리의 싸움이라기보다는, 전제정 로마와 원수정 로마의 대결, 자식인 코미타텐테스와 부모인 레기오나리들의 대결이었습니다.
그리고.....SPQR과 막센티우스만 몰랐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것을.

일단 상황이 이 꼴이 되자 명색이 선임 아우구스투스였던 갈레리우스가 헐레벌떡 뛰어와 이탈리아로 진군했고, 갈레리우스가 닥치는 데로 쳐부수어 이탈리아 민심을 돌리게 하는 바람에 갈레리우스가 망신을 당해서 막센티우스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졌지만....

그러나 여기서부터 이미 막센티우스가 파멸할 씨앗은 잉태되고 있었습니다. 결국 야전에서 이탈리아 레기오나리들은 이미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양성해놓은 코미타텐테스들에게 상대가 안된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고야 만 것입니다.

이 중대한 의미를, 여러 황제들 중 콘스탄티누스만 깨닫고 있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콘스탄티누스를 위한 모르모트 역할을 한 갈레리우스에게 애도를....)

한편...... 또다른 부모와 자식간의 대결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번에도 무대는 이탈리아였습니다.

막시미아누스는 자신이 선임 아우구스투스라고 생각했고 막센티우스는 자기가 옹립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지만, 막센티우스는 로마법에 의해 로마 원로원에서 정식으로 옹립받은 자신이 선임 아우구스투스라고 생각했고, 단지 막시미아누스는 그전에도 존재했던 여러 공동 아우구스투스들중 하나라고 주장했습니다.

막시미아누스가 노발대발할 수 밖엔 없었습니다.
“이 자식아, 내가 고작 2인자 황제 노릇이나 할려고 너 도와준 줄 알아? 20년간 2인자 했는데, 또 그거 하라고?”
“ 적법한 로마 황제는 바로 이 나란 말이요!”
“@#$%@#$^&@*”

......막시미아누스가 이런 심리 상태였으니, 건방진 아들놈의 이익을 그다지 수호해줄 마음이 없었던 건 당연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다급한 갈레리우스가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이 자리에 디오클레티아누스와 막시미아누스가 참석합니다.

막시미아누스는 두 사람이 다시 아우구스투스로 복귀해서 이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다시 막시미아누스가 원대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을 합니다. 막시미아누스 말도 일리는 있었으나, 그간 벌어진 일을 죄 주워담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디오클레티아누스 말대로 그것도 무리한 조치임에는 분명했습니다.

그러자..이번에도 갈레리우스 선생이 사고를 치고야 맙니다.
서방 황제 자리에 자기 친구 리키니우스를 앉히자는 제안이 그거였는데.....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어쨌든 현재 선임 황제가 갈레리우스니까 그러마 했고, 막시미아누스도 만사가 다 귀찮아져서 수긍했습니다만, 그 리키니우스라는 자는 저 막센티우스 만큼도 역량이 없는 인간이었습니다.

당연히 리키니우스는 말만 서방 황제였지, 서방 제국 영내로는 들어가지도 못했고, 갈레리우스가 시르미움이 속한 일리리아 관구만 떼어주어서 거기만 다스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니..... 막시미누스 다이아도 사고를 치게 됩니다. 제기랄, 리키니우스 같은 작자도 황제를 하는데, 나라고 못할게 뭐람? 드디어 막시미누스 다이아도 아우구스투스를 자칭하고 싶다 떼를 씁니다. 갈레리우스가 어설프게 “필리우스 아우구스티”,
“아들 황제”라는 칭호를 주었으나, 막시미누스 다이아는 화를 내면서 이참에 아우구스투스를 자칭합니다.

........이렇게 되니, 황제가 몇 명이냐.

갈레리우스, 리키니우스, 막센티우스, 막시미누스 다이아 등등등...

이번에도 황제가 네 명인 것은 똑같은 상황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황제 자리를 줄인다고
조치를 좀 한게 저 지경이 되었으니 나원참.... 설상가상으로 안타깝게도 이들이 전부 찐따들이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습니다.

(그럴바엔 차라리 막시미아누스, 막센티우스, 갈레리우스, 세베루스 진용이 나았습니다. -_-)

막시미누스야 검증된 병신이고, 리키니우스는 한 술 더 뜨는 놈인데다가, 막센티우스는 재능은 걔중 가장 나아도 어찌 되었든 그는 정통 황제를 추포해 죽인 찬탈자이자 대립 황제였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막센티우스가 화를 내겠지만, 로마 황제 자리가 SPQR의 승인과 별반 관계가 없다는 것은, 이미 백수십년을 거치며 증명된 사항이었습니다. 상당히 시대착오적이었다고나 할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갈레리우스가 마지막 공헌을 하고 갑니다. 황제 자리를 하나 줄여놓고 가셨지요. 하필이면 또 이때 갈레리우스가 중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이참에 리키니우스가 낼름 갈레리우스의 관할 구역을 접수하는데, 뒤질세라 막시미아누스 다이아가 뒷치기로 아나톨리아 지역을 강탈합니다.

한편 그러거나 말거나......이 바보 놀음을 알프스 산맥 근처에서 조용히 몸을 웅크리며 지켜보던 능구렁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 능구렁이의 아가리 안에 스스로 몸을 던진 한 사나이가 있었고, 그로부터 엔딩은 시작되었습니다.

SPQR의 파멸이,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체제 개혁이 마침내 그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완성을 보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디오클레티아누스 자신이 가장 바라지 않았던 형태이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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