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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다 유부남아
게시물ID : humorbest_7254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pkZ
추천 : 152
조회수 : 11565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8/05 18:27:16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8/05 17:28:43
문득 너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매일 츨근하는 지하철에서 늘 마주치던 니가.
 
십분을 늦어도, 십분을 빨리 와도 늘 그 자리에서 항상 오랜 기간동안 마주쳐왔던 너였기에
 
광화문 한복판에 섞이면 월리를 찾아라'st 의 회사원 중 하나인 편한 인상의 너였기에
 
나 역시 네가 주는 데미소다를 수줍게 받아들 수 있었어.
 
그 두 달 참 행복했다.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너와 함께 지하철을 타는 그 세 정거장의 순간을 위해 옷을 사고 화장을 하고 향수를 뿌리고.
 
주중에 한 번정도 데이트, 두 주에 한번씩 주말에 만나고. 그렇게 따지니 함께 한 데이트 한 횟수는 참 비루하다. 그치?
 
근데 널 만나면 만날 수록 이상하더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무역회사인데 연락은 늘 회사에서만 하게 되고 퇴근 후엔 연락이 안 되고.
 
이유를 묻는 나에게 넌 휴대폰 중독 증세를 보여서 자기 전 서너시간동안은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지. 중독 증세때문에 불면증을 앓
 
고 있다고.
 
거기까진 믿었다. 의심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런데 왜 주말에는 연락이 안 되는거니.
 
핑계도 다양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라 교회에서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 부모님 주말농장 일을 도와드리느라 전화를 못 받았고. 연수에, 골
 
프 접대에 친구 부모님 상가집에, 회사 상사 이삿날까지.
 
참다가, 믿다가, 믿도록 노력하려다 날린 내 돌직구에 넌 뻥한 표정을 지었었어.
 
처음엔 아니라고 부정하다가 다른곳으로 내 관심을 돌리려다가 서류 떼어올 수 있냐는 내 말에 너는 말했지.
 
자기가 유부남은 맞는데 어찌 알았냐고. 전에도 유부남 만나본 적 있는거 아니냐고.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아챘냐고.
 
내가 나이는 고스톱 쳐서 땄겠니? 꼭 유부남 만나봐야 알겠니? 넌 상한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별 못 하니? 똥인지 된장인지 정말 모르니?
 
미안해하며 날 잡는 너에게 마시던 커피라도 확 뿌려버리고 싶었지만 그 빨래를 해야하는 니 와이프는 무슨 죄니. 출근하는 널 위해 정성으로
 
다리고 챙겨주며 널 믿고 있을 네 와이프인데. 비염 있어 향수 냄새 싫다는건 진짜니? 혹시 니 옷에 향수 묻혀 가면 와이프한테 의심 받는건
 
아니고? 아니긴 뭘 아니겠어. 니 입에서 나온거 하나라도 거짓말이 아닌게 있겠니.
 
처음부터 유부남이라고 밝혔다면 어쩌면 난 널 더 길게 짝사랑했을 수도 있겠다. 해선 안되는 사랑에 더 목메이며 안타깝게 너와 이별 할 수
 
있었겠다. 눈물 콧물 펑펑 흘리며 네 사진 보며 오래 기억했을 수도 있었겠다.
 
지금도 내 전화기엔 네 번호가 찍히며 혼자 울리고 있어.
 
그러나 미안하다.
 
유부남을 향한 순정은 존재할 수 있으나
 
거짓말장이를 향한 순정은 없다.
 
유부남이면서 거짓말까지 하는 이에게 쓸 시간도, 돈도, 마음도 없다.
 
나 때문에 오유를 알았고 너 또한 쏠로 코스프레하면서 글도 몇 번 올렸으니 이 글을 틀림없이 읽겠지.
 
한 번만 더 전화하면 네 회사 인사과에 전화 넣을테니 그런줄 알아.
 
내 지랄맞은 성격 어러번 목격한 너이니 이게 단순 협박이 아닌거 알테지.
 
속아주길 바랐겠지만 안 속아줘서 미안해.
 
마지막으로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老醜야.
 
노추.
 
늙고 추하다라는 것.
 
우리 같이 늙어가는 사이잖아.
 
추하게 늙지말자.
 
잘 지내. 몰랐던 동안은 행복했어. 기뻤어.
 
굳빠이. 첫번째 유부남 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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