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시작하기 전에 할말이 있어요.
주작, 이라고 달린 덧글을 읽었는데요...글쎄요.
주작이 아니라 조작이겠죠.
제가 소설을 쓴것 같나요?
그럼 그렇게 믿으세요.
평생 그렇게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쪼잔하게 살다가 가시면 되겠군요.
저는 믿어달라고 말하지 않아요.
여러분이 읽고 그냥 이런 일도 있구나, 라고 생각해주시면
그걸로 감사합니다.
욕먹어가면서까지 믿어달라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보기 싫다구요?
보지 마시죠.
저도 봐달라고 빌지 않아요.
그럼 본문 시작하겠습니다.
역시나 음슴체로 갈게요.
우리 가족은 이상하게 꿈을 잘 꿈.
보통 꿈에서 깨면 꿈 내용이 기억 안난다고 하는데 다들 생생하게 기억하는 편이고.
근데
꿈을 꾸면 같은 사람을 보는 경우가 있음.
물론 같은 꿈을 꾼다는 건 아니고.
여자애가 나옴.
꿈에.
옛날 한복을 입은 꼬마애인데 보기에는 다섯살 내지는 여섯살 쯤 되보임.
머리를 양갈래로 묶고 머리에는 꽃이 달린 방울인지, 아니면 그게 생화인지 모르겠는데
일단 머리에 꽃을 꽂고 있고
어딘가 모르게 쓸쓸해 보이는 얼굴을 한 여자애가 나옴.
맨 처음 그 꼬마애를 본 건 엄마였음.
우리집은 엄마, 아빠, 우리 세자매까지 해서 5인가족임.
차를 타면 보통 우리 자매가 뒤에타고 아빠가 운전석, 엄마가 조수석에 앉는 흔한 구도임.
그니까 조수석은 엄마 지정석.
이제는 버릇이 되서 택시를 타도 엄마는 주로 조수석에 앉음.
한날
엄마가 낮잠을 자는데 내가 위에서 얘기한 차림 그대로의 여자애가 나왔다고 함.
엄마가 걔랑 같이 손을 잡고 택시 정류장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음.
택시가 와서 엄마가 택시를 잡고
택시를 같이 탐. 애기가 어리니까 엄마가 안고 탈려 했음.
근데 애기가
고개를 막 젓더니
엄마한테 안전벨트를 매줬다고 함.
그리고는 엄마를 살살 쓰다듬으면서
"조심해~"
이러고는 살풋 웃고 엄마 품에서 나와서 걸어서 사라졌다고 했음.
애기가 다 사라지고 나서 택시가 출발하고, 엄마는 깼음.
근데 그 다음날 급하게 볼일이 생겨서
택시를 탈 일이 생겼음. 그래서 택시를 잡고, 조수석에 앉았는데
평소에 눈길도 두지 않던(여러분은 이러시면 안됩니다. 안전벨트 꼭꼭매세요)
안전벨트에 눈이 가더라는거임.
그래서 그냥 보험드는셈 치고 안전벨트를 맸는데
출발한지 얼마 안되서 뒤에서 차가 들이받은거임.
다행히 안전벨트를 매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음.
그리고 그게 그 아이와의 첫만남이었음.
두번째 만남은 나임.
말했다시피 나는 운동하는 여자임.
꿈을 꾸는데 내가 도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음.
근데 그때가 12월 말쯤이라 시범단은 학부모님이나 다른 원생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기로 되있음.
작년에는 태권무를 했으니까 이번년에는 쌍절곤으로 하자고 해서
우리는 쌍절곤을 연습했음.
근데 내가 그런거에 좀 약해서 혼자 연습하고 있는데
빙빙 돌리는 동작에서 손이 미끄러져서 창문으로 휙 날라간거임.
그 쌍절곤이 하필이면 쇠라서 창문에 부딪히자마자 사방으로 깨지면서 산산조각으로 흩어졌음.
꿈에서도
무의식중에 손을 들어서 막 막았는데 피도 안나고 아무 일도 안나는거임.
그래서 감았던 눈을 뜨니까
내 앞에 그 여자애가 막아서고
그 유리를 다 막아준거임.
여자애 몸에 유리가 다 박혀서 피가 질질 흐르는데
그때는 무섭다는 생각보다 미안하고 안쓰러워서
유리를 하나하나 다 빼주고 미안하다고 엉엉 우니까
그 여자애가 내눈물을 자기 치마로 닦아주면서
"조심해야지."
이러고 슥 사라지는거임. 그리고 나는 꿈을 깼음.
그리고 다음날 내가 도장가서 연습을 하려고 쌍절곤을 집어드는데
왠지 찝찝한거임. 꿈도 그런 꿈을 꿨는데 조심하라는 말은 들어야할것 같아서
플라스틱 쌍절곤을 집어들었음.
그리고 연습을 하는데 꿈에서처럼 마찬가지로 빙빙 돌리는 동작에서 손이 미끄러져서
쌍절곤이 창문으로 날아간거임.
다행히 플라스틱이라 유리에 기스가 조금 나고 말았지만
만약 꿈에서처럼 쇠쌍절곤이었으면...;;
이외에도 내 동생이나 아빠가 꾼 꿈도 있지만 다 쓰면 너무 길어지니까 좀 생략하겠음.
한가지 굵직한거만 말해주면
내동생은 이 여자애덕분에 배를 안타서 살았고
우리아빠는 등산가서 산에서 길을 잃었는데도 살아돌아오고...암튼 좀 많음.
우리 가족이 이 여자애가 누굴까, 고민해도 답이 안나오는거임.
근데
우연히 할머니께 얘기를 듣고 , 정체를 조금은 알 게 됐음.
우리 할머니는 6.25때 북쪽에서 피난오신 피난민임.
할아버지가 애기를 한명도 안잃어버릴려고 끈으로 꽁꽁 묶고 내려올 정도로 다들 챙겼는데
하필이면 내려오는 도중에
몸이 제일 약했던 막내가 물을 잘못먹어서 설사로 죽었음.
우리 가족은
아마
그 소녀가
꿈속의 소녀가 그때 돌아가신 우리 막내할머니라고 생각하고 있음.
아니어도,
우리한텐 고마운 존재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