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은 여러가지 일들이 많이들 일어난다. 어떤 일들은 군생활 내도록 고참의 입에서 나의 입으로, 그리고 내 후임의 입으로 구전되어 노르망디의 풍경이 그려진다는 조상님 수통처럼 대대손손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있는 반면, 어떤 이야기들은 혼자 입 싹 다물고 아는 사람들끼리만 알게되는 그러한 일들도 있다. 전역자들의 입에서나 가끔 나오게 되는 그런 이야기. 이번의 이야기는 군 내부 인트라넷, 소위 군트라넷의 넓은 바다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군 복무자들의 대다수는 인트라넷을 접할 환경이 되질 못한다. 상황 근무때나 몇번 께작거리면서 공군 공감이나 국방부 홈페이지 괜히 들어가봤다가 말았다가.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봤자 방패지식인이라고 불리는 인트라넷 건전이용자의 최후의 도착지로 가는 경우가 끝이다. 이걸 근무가 아닌 평시에 접할 수 있었던 여러분들, 여러분들은 꿀보직이었다. 물론 나도 그렇다.
하지만 때는 바야흐로 2012년, 소위 "톡갤" 혹은 "생갤"이라고 불렸던 국군 생명의 전화 홈페이지가 일반적인 디시 갤러리이상의 화력을 뽐냈었던, 그 옛날 (구)공감 시절의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을정도로 온갖 군병신들이 그들의 잠재적인 병신력을 뿜어내던 무법시대였다. 처음 시작은 괜찮았다. 조그맣게 모일 공간만으로도 행복했던 그 시절. 몇몇 사람들끼리 힘들게 모여살던 덕후,병신,일반인,잉여군인,꿀쟁이들, 심지어 일과가 없어 농땡이피던 초급 간부들(!)까지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정보를 나누고 같은 관심사를 나누기 시작하며 어렵게 찾아낸 신천지. 안타깝게도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시작은 꾸준글의 출현이었다. 당시 군생활을 부대가 아니라 인트라넷에서 보냈었던 상급 잉여들은 알겠지만, "일리단"으로 칭하던 저급 어그로 종자의 출현은 톡갤의 분위기를 선량한 노매드들의 쉼터에서 위대한 항로로 바꾸어 버리고 밀았다. 근묵자흑이라고 했던가. 분명 구공감의 폭파와 공군병커의 폐쇄화로 고된 엑소더스의 여정을 감내했었던 선구자들조차 분위기에 휩쓸리고야 말았다.
넘쳐나는 트래픽과 뻘글, 그리고 진지해야만 할 상담방에서조차 분탕질을 일삼던 전우님들의 노력으로 결국 본부 대령님이 출동, 마치 키자루가 쪼렙들을 쓸어담듯 호구들을 무찌르고 톡갤을 폐쇄시키고야 말았다. 며칠 동안의 유예기간동안, 모두는 슬픔에 젖었다. 그렇게 우리 군잉여들의 르네상스는 끝나고야 만 것이다. 비탄에 가득찬 자, 모두를 비난하던 자, 내가 신고했다고 자랑스레 어그로를 끌던 자, 자업자득이라고 체념하던 자... 마치 세기말이란게 있다면 이런 것이었을까. 그렇게 모두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었다. 아, 정말로 끝이구나. 라는 감정 하나만을 공유한 채.
...하지만 모두가 체념하고 있을때 조차,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구원의 길로 인도하고자 했던 "그"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