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긴 시간은 아니지만,
짧게나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항상 추구하던 바가
동생들에게 좋은 얘기를 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니
형, 누나들도 많이 있을 테지만 오늘은 술기운을 좀 빌려서 반말로 좀 적어갈께.
벌써 4년이 되어 가. 처음 고백 했던 그 날이 벌써 일주일 후야.
내가 아마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였을거야. 그 아이를 좋아했던게.
지금 내 나이 27이니까, 꽤 오랜 시간이 지나기도 했지 ?
있지. 그때는 짝사랑이라고 하기에도 좀 민망할 정도였어.
그저 참 애가 생각이 깊구나.. 하는 정도 ?
그렇다고 내가 그 나이때부터 처음 사귄게 2010년도였으니,
수년간 여자친구 한번 없었던 건 아니었어.
지금도 그때 누나와 동생들 생각하면 참 많이 미안해.
이 아이를 그리며 만나고는 하다가,
바로 직전에 만나던 누나랑 헤어질때는 심지어, 피시방에서 난 게임 리그를 준비하고 있었거든.
생각해보면, 그 누나도 참.. 고등학교때 전교등수가 뒤에서 놀던 놈과 사귀었으니
얼마나 고생 했을런지, 큰 상처도 많이 받았으리라 생각해. 그 누난 공부를 참 잘 했었거든.
나보다 4살이나 많았었고, 안그래도 어른스럽게 생각 하는데 철없이 굴다가 실망만 안겨주고..
그러고 보면 오유가 참, 나한테는 많이 특별해.
있지, 내가 2010년도 1월 27일에 고백하고 우리가 처음 만날 때였거든.
내가 그 해 1월 1일에 장난스럽게나마, 새해 소망 게시판? 이런게 있었거든.
거기에 정말, 장난스럽지만 진심을 가득 담아서 여자친구 여자친구... 뭐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었어.
그러고 채 한 달이 안 되어서 고2때부터 짝사랑 하던 아이를 만나게 되었던 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난 군대를 좀 늦은 나이에 갔어.
사실, 할 줄 아는거라고는 컴퓨터 몇번 만진 것 밖에 없던 내가 그나마 삶을 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했던게
정보보호 기술병이라는. 그거 하나밖에 없었거든.
생각해봐. 고등학교떈 전교 뒷자리에서 머물던 꼴통.
너희 생각에 아무리 시험을 찍어서 본다 쳐도, 7.6점이라는 점수는 결코 흔하게 볼 수 있는게 아닐거라 굳게 믿어 나는.
전교생 삼백명이 약간 넘는 학교에서 삼백등에 머물던 그런놈이 나였거든.
어느샌가, 그 아이랑 만나고부터. 정말 내 모습이 부끄러운거야.
비록 대학 평점은 4.2라는 점수를 보았지만, 지방 전문대 출신의 학점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우린 있지. 참 긴 시간을 몰래연애를 했었어.
어쩌면 다행이었던게, 우리가 만나던 2010년도는 군대 가겠다고 하고 그 아이를 보러 학교까지 갔다가
집에 오고, 또 게임에서 같이 보고 채팅도 하고 그렇게 허송세월을 보냈었거든.
그래도 꼴에 부끄러운건 알았는지, 조금씩이나마 공부를 했었는데,
이때 아마 정보처리 산업기사도 땃었고, 중학교에서 시간강사도 잠깐 했었고,
정보보호 기술병 면접에도 합격해서 그 이듬해 2011년 2월 14일에 군대를 가게 되었어.
남들 초콜렛 주고 받으며 사랑을 속삭일 때, 우린 영상통화 하면서 참 많이 울고 그랬었는데... ㅎㅎ
내가 있잖아.
난 논산 훈련소에서 종교 행사를 항상 기독교로 갔었거든.
아는 사람들은 알거야. 세븐마리아 라고 기억하는데,
논산 훈련소 기독교 종사행사의 소녀시대 라고들 해.
김태영... 이랬나, 그때 그 친구가 아마 나한테 이런 말도 했었어.
"형은 무슨 돌부처야 ? 종일 여자친구 사진만 보고 있어 ?"
다들 모자 뒤집어서 흔들고 이럴 때에
내게는 몇장 안가져온 그 아이의 사진을 눈치보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그런 시간이었거든.
훈련소에서 전화를 할 기회도 몇번인가 있었는데
난 세 번째 전화를 할때 비로소 집에 전화를 했었으니 말야.
내 생각은 그땐 그랬었어.
비록 우리가 항상 보던 것과 달리, 난 군대에 있지만.
진심은 전해질 거라고.
이것도 참, 무참히 깨진게 나도 상병때였었지. 날짜도 기억나.
3월 26일에 이별 통보를 받고... 뭐, 이건 다 내 과실이고, 선뜻 얘기하긴 좀 부끄러운 얘기고 하니까 그만둘께..^^;
4월 19일이었을거야. 어떻게든 만나서 마주보고 얘기하면 달라지리라. 내 진심을 알아주리라 생각 했지만 그마저도 무참히 깨져버린게.
이때가 2012년도였거든.
하... 내가 있잖아. 그때 그 아이에게 썻던 편지가 있었어.
비록 붙이지 못한 채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또 우습기도 하지만 그 편지 있잖아.
내가 훈련소 입소하던 때에, 그 아이가 전역 하는 것 기다리리라, 그리고 열심히 공부해서 꼭 결혼까지 하자고 했던 그 편지였거든.
그 뒤에 적었어.
다시 붙이리라, 내가 전역 하는 날 널 찾아가서 꼭 전해주겠다 다짐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반드시 멋진 모습으로 내 처지때문에 비록 우리가 아무도 모르게 연애했어야 했지만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네 앞에 다시 설 것이라며.
그렇게 11월 14일에 전역하고는 참, 나도 막막하더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허송세월을 보낸 것도 꽤 되었고,
어떻게 기회가 닿아서 한 업체에서 PC 유지보수를 하게 되었거든.
두 개 시청에 지원을 다니면서 정말 퇴근시간도 잊고 오늘 요청 받은건 다 해결하고 가리라 했던 것이,
그때 사장님께서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 하는 것도 아닌 나를 어떻게 또 좋게 봐주셨었나봐.
뭐, 어떻게 닿고 닿다 보니 작년 하반기부터 농협에서 근무하고 있어.
이건 내 자랑인지지 몰라도, 난 지금 12호봉이야. 다른 수백씩 벌어들이는 동갑내기도 있을지 몰라도,
어찌어찌 하다보니 11호봉에서 시작해서 새해가 오고 나니 12호봉이 되었어. 회사에도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고. 내가 근무하는 곳 뿐만 아니라,
그리 자주는 아니지만 여기저기서도 내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곤 하니까, 정말 기쁜 마음에 뛰어나가고는 해.
그리고.. 2012년 11월 14일. 그때 내가 전역 했거든. 전역하면서 하리라 했던 다짐. 있잖아.
부모님 뵙기도 부끄러워 숨어 연애하던, 항상 청바비에 후드티, 트레이닝복 입고 다니던 그 남자애가
지금은 명함도 파고 그럴싸한 정장에 넥타이랑 구두까지 신고 관리부서에서 비록 내가 큰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일원이 되어 있으니까.
어쩌면 회의실 준비도 하고 또 명절이라고 조합원들 선물 온것도 옮기고,
이사님들 회의록도 두어번 정도 돌리고 하다 보니까 나름 자부심이 생겼었나봐.
이정도면... 부끄럽지 않게 다시 그 아이를 만나 볼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도 생겼었거든.
기념일에도 선물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고, 커플링조차도 숨겨야 했던 우리였기에
내가 가장 먼저 그 아이를 다시 만나면 올해 졸업 할텐데 정말, 예쁜 정장 하나 맞추러 같이 가고 싶었었어.
그래. 항상 비싼 것만 고집하던 내게 그런게 무슨 필요냐면서 몇만원도 채 안 하는 가방을 사곤 했던 아이였거든.
마치, 영화처럼 말야. 손 잡고 백화점에 들어가서 옷 한벌 맞춰 주는거. 사귈 때에도 항상 그려보던 그림이었거든.
근데 있잖아. 어쩌면 너무나도 늦었는가봐. 무작정 찾아가보리라 했던 다짐과는 다르게,
새벽에 뜬금없이 전화를 했었고, 들려온 답은 너무나도 차가왔거든.
난 있잖아. 부대에서도 동생들이 고민 상담 하러 오곤 하는 그런 형이었었어.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볼때면 참 안타까워서 나도 겪었었고, 했기 때문에 정말 되도 않는 소리로 위로를 많이 해줬거든.
어디선가 또 본건 있어서, 널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잃었지만, 그녀는 널 사랑해주는 사람을 잃은거다. 라거나
혹은 그 여자를 참 나쁜 여자로 만들기도 했었어. 단지 내 후임들이 힘들어 하는게 정말 싫었었거든.
정작 나는 그렇게 못하면서 말이야.
생각해봐. 전교 삼백명 간신히 넘는 학교에서 삼백 몇등 하던 꼴통이..
공부도 해본 놈들이 한다고, 산업기사며 강사생활에다가 지금은 기사까지 취득하고 농협에서 근무해.
결코 쉽게 온 길은 아니었어. 정말, 그 아이에게 다시는 부끄럽지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한건데...
거진 십 몇년을 짝사랑 해온지라 포기하는게 쉽지 않다고 생각 하는건 아냐.
만약, 십 년 후에 그 아이가 다시 날 찾아 오겠다 하여도 그때까지도 준비하고, 더 나은 모습으로 맞이하리라 다짐 할 수 있어.
웃기지 않아?
후임들이 그리 힘들어 할땐 그만 하라며 다독였는데
정작 나는 그렇게 못 한다는게.
어제 전화를 하고 그 아이에게 답장을 받았을 때에는 이렇게 말했어.
너에게 그렇게밖에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또, 지금 내 모습을 만들어 준데 감사한다고.
있지. 이제는 더 이상 프로필 확인하고 어떻게든 몰래 소식이라도 전해 듣고.... 그런거 그만 두려고 해.
그렇다고 다시 학교 다닐 때에 그 꼴통으로 돌아가겠다는 건 아니야.
그리 되면 너무 허망하잖아. 하나의 증거로 남겨 둘거야. 지금보다 더 나아져서 난 너를 보며 이렇게 될 수 있었다는걸 보여주려고.
근데 왜이렇게 가슴이 아픈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