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토요판 기사입니다.
밑에는 일부만 발췌합니다.
위에 기사 링크 클릭클릭!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의 집무실 한쪽 벽에는 커다란 칠판이 설치돼 있다. 취재진이 15일 방문했을 때 칠판에는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설명하는 표와 그림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는 차분한 어투로 우리의 보험제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5분여간 설명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http://www.hani.co.kr/arti/SERIES/397/620264.html
[토요판] 뉴스분석 왜?
노환규 의사협회 회장 인터뷰
▶ 대한의사협회가 파업한다고 하면 국민은 2000년 의약분업 정책 시행 당시의 파업을 떠올립니다. ‘밥그릇 싸움’이라는 프레임이 어김없이 등장하고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이 뭘 더 벌겠다고 파업까지 하느냐’며 삐딱하게 지켜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의사들이 ‘의료 영리화 반대’를 주장하며 파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왜 의사들이 돈을 더 벌 수 있게 하는 정부 정책을 반대하고 나선 걸까요. 의아합니다. 노환규 의협회장을 만나봤습니다.
-‘오랫동안 저수가가 지속되었다’는 게 무슨 말인가?
(노환규 회장의 집무실에는 커다란 칠판이 놓여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표와 그림을 그려가며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모든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있다. 입원환자의 경우 환자가 진료비 20%를 병원에 내고 건강보험공단이 나머지 80%를 보전한다. 그런데 공단이 진료수가를 늘 원가 이하인 평균 75% 수준으로만 책정해 왔다.(200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자료) 예를 들어, 환자 치료에 병원이 100만원을 썼다면 진료수가는 75만원만 책정된다. 공단과 환자가 병원에 내는 돈을 다 합쳐도 75만원이니 병원으로서는 손해다. 그러면 최소한 30만~40만원을 어딘가에서 받아내어야 병원 경영을 지속할 수 있다. 그래서 병원은 환자에게서 비급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 진료를 유도해 손해를 메우는 처지에 내몰린다. 의사들은 두번 양심과 싸우게 된다. 환자에게 싸구려 진료를 해야 하고,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유도할 때.”
자회사들이 건강식품 만들고
화장품 제조하고, 헬스클럽에
온천업·의료기기 임대업까지
병원은 자회사 상품 권할 테고
전체 의료비 상승은 뻔한 일
초진도 원격진료 하자던 복지부
내가 문제 있다고 반박하니까
경증환자만으로 바꿨더라
경증환자인지 중증환자인지
알기 위해 하는 게 초진인데…
솔직하지 않은 정부, 자꾸 말장난만
-그렇다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보험료 올리자는 것인가? 결국 ‘밥그릇 싸움’인가?
“보험료를 올리자는 게 아니라 의료수가 정상화하고 민간 보험 시장을 약화해 민간 보험 회사로 갈 돈을 공단에 가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영국이나 유럽처럼 국민건강보험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2012년 임채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건강보험과 민간 의료보험이 공존하는 구조를 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의료 민영화(영리화)가 아니라고 설명하는데 그 말을 한번 믿어볼 수 없나?
“현오석 부총리는 ‘중국도 영리병원을 하니까 우리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의료법 개정 및 보건의료투자활성화 대책 등이) ‘영리화는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정부 말을 어떻게 믿나. 정부 말이 안 믿기는 게 아니라 정부가 솔직하지 않은 것이다. 의료 영리화에 대한 국민 반대가 심해지니까 자꾸 말장난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이 의무적으로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미국 같은 경우 국민건강보험과 민간 의료보험의 선택 가입이 가능하다. 건강보험 제도를 기준으로 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의료 민영화’가 아니다. 반면 국내 의료기관의 94%가 민간 소유이다. 의료서비스 공급자를 기준으로 하면 이미 우리나라 병원은 민영화돼 있다. 또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비영리법인으로 분류돼 있다. 수익이 나면 병원 경영을 위해서만 재투자해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에 영리병원은 없다. 그러나 자회사를 통해 영리 행위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하면 ‘의료 영리화’를 추진한다고 볼 수 있다. 의사협회는 ‘의료 민영화’라는 단어에 담긴 함의가 다양해 공식적으로 ‘의료 영리화’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 “정부는 우리더러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싸운다고 하는데 정부가 오히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의료 영리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우리에게 별로 없다. 파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국민 여러분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노환규 의사협회장 인터뷰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