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공포영화, 공포소설에 나오는 귀신, 괴물과 같은 [허구의 존재]에 대해서 공포를 느낀다.
콜린 레드포드 : "왜 인간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두려워 하는 거지?"
이에 대해 콜린 레드포드는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허구적인 대상에 대해 감정(공포)을 느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였다.
가령, 우리는 친구가 진짜로 아프다고 믿을 때는 동정심을 가질 수 있지만
꾀병임이 밝혀졌을 때는 그 동정심이 지속되지 않는다.
즉, 감정(공포)은 감정(공포)의 대상이 실존한다고 믿을 때에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존재하지도 않는 대상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켄달 윌튼 : "레드포드씨, 내가 답해줄께요"
이러한 레드포드의 의문에 답하기 위하여 여러 철학자들의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비교적 정확한 해법을 제시한 인물은
켄달 윌튼이였다.
윌튼은 소설이나 영화적 감상을 '믿는 척하기 놀이(make-belive game)'개념으로 이해할 것을 주장했다.
'믿는 척하기 놀이'란 아이들의 소꿉장난에서 발휘되는 상상력과 같은 것이다.
가령 아이들이 소꿉장난을 하면서 장난감 그릇에 담긴 '놀이터의 흙'을 '밥'이라며 맛있게 먹는 척하다가
놀이가 끝나면 주저 없이 그것을 버리는 것처럼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도 이와 유사한 과정에 의해 감상이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윌튼은 이러한 자신의 이론을 토대로
대상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만 감정이 생길 수 있다는 레드포드의 기본전제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허구적 대상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것이 가능하다는 답을 내놓았다.
다만 그는 허구적 대상에 대해 우리가 감정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진정한 감정이 아니라 '유사 감정'일 뿐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윌튼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진정한 감정은 감정의 대상이 실재한다고 믿는 경우에만 생길 수 있다.
예컨데 공포 영화 속의 괴물, 귀신은 실재한다고 믿는 대상이 아니라, 단지 영화를 볼 때에만 실재하는 것처럼
판단하고 보는 대상이므로 이에 대한 공포는 '진정한 공포'가 아니라 '유사 공포'라는 것이다.
둘째, 진정한 감정은 '동기를 부여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를 행동하도록
압박한다는 것이다.
예컨데 진정한 두려움은 두려움의 대상을 피하도록 우리를 압박하며
진정한 후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우리를 압박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포영화, 소설에 나오는 괴물, 귀신을 보고 느끼는 두려움으로 인해
극장 밖으로 뛰쳐나오지는 않는다.
따라서, 공포영화,공포소설을 보고 느끼는 공포는 진정한 공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윌튼은 레드포드의 전제를 지키면서
그가 해결하지 못한 의문에 대한 정합적인 답변을 제시했고
이로 인해 허구적 대상에 대한 감정을 다루는 예술 철학의 논의들을 활발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