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뭔가 헛헛해진 공게 같아서 제가 겪은 썰 하나.
저는 겁이 없습니다. 원래부터 겁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어릴 땐 전설의 고향에 귀신 나오면 이불 뒤집어 쓰고 ‘아빠! 귀신 들어갔어?’ 물어보고 그랬는데… 살다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그렇다고 귀신을 안 믿느냐? 아니에요. 믿어요.
UFO도 믿고.. 다 믿어요.
다만 만나고 싶지 않을 뿐..
그 날은 연 이은 마감에 겨우 성공하고 반 시체가 되어 자고 있었습니다.
저는 잠을 푹 자는 게 소원이에요.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자면서 3~4번 깨는 건 그냥 평범..
1번 정도 깨면 아주 잘 자는 편..
심지어 이 때는 하루 3시간씩 자면서 마감을 했던 터라 너무 피곤했어요.
그 날도 약간 서늘한 느낌에 잠을 깼는데
이불이 반쯤 침대 아래로 흘러내렸더라구요.
잘 뒤척이지도 않는 편이라 그런 일이 거의 없는데 이상하다.. 싶었지만
피곤하고 해서 그냥 이불을 잡아당겨서 덮으려는데
응? 안 올라오네요.
이런 구조라서 이불이 어디 끼이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왜?
하는 마음에 고개를 들어 침대 밑으로 내려간 이불을 보니..
헐…
딱 봐도 ‘그래. 나 귀신 맞아’ 라고 할 정도로
뻔하디 뻔하게 생긴 흰 옷 입고 머리는 산발을 한 여자가
‘으히히~ 놀랐지? 무섭지?’ 하는 표정으로 이불 끝을 꽉 쥐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_-
헉.. 이게 말로만 듣던 귀신인가? 꿈 꾸는 건가?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졸렸습니다…
그냥 말없이 이불을 제 쪽으로 다시 당겼는데
놓지 않겠다는 듯 꽉 쥐고 절 보며 막 웃네요.
무서웠는데.. 빡침이 무서움을 압도하더군요.
며칠 내내 3시간 이상 못 자다가 겨우 푹 자게 됐는데!
이 양심도 자비도 없는...
“(버럭)야! 놔! 안 놔? 이걸 확~ 놓으라고! 샹녀나!”
귀신은 이런 반응을 예상치 못한 것 같습니다.
0ㅁ0 이런 표정으로 잠시 벙쪄하는 틈을 타서 이불을 확 뺏고
몸에 두른 다음 등 돌리고
잤습니다…
갔나 뒤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쫌 들었지만 쫌 무서웠어요.
쓰고보니 뭔가 허무하다...
나름 무서운 년이었는데...
비슷한 경험이 두 개쯤 더 있는데 어차피 개그니까 나중에 올리던지 할게요.
*
아무래도 누군가 댓글에서 얘기할 것 같아 추가하자면..
엄마 아닙니다-_-
엄마는 머리 산발이 아니고 흰옷도 안 입으시고…
무엇보다 아무리 졸립고 정신 없어도 엄마는 알아봐요.
왜? 엄마한테 개기면 죽거든요-_- 누울 자릴 보고 다리 펴라고 했다고… 지 살 길은 찾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