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깜빡했네, 오글주의
지각대마왕(이었던) 마사토끼&joana님의 웹툰 빵점동맹이 어느덧 69화까지 나왔네요.
어머, 의미심장한 숫자라고요? 음란대마왕 같으니라고, 데헷!
전날 저녁부터 기다리며 전전긍긍하다가 11시 40분쯤 들어갔더니 아직 안 올라왔더라고요. 잠시 딴 짓 하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 오늘 새벽 네 시가 돼서야 보았습니다. 어?
사실 이 두 사람 임수영과 백희지의 첫 만남은 그닥 유쾌하지 않았죠. 열심히 공부하는 성실한 희지와 커닝이란 잘못된 방식이 아니면 만점을 받기 어렵다는 삐뚤어진 생각의 수영.
전혀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이 두 사람이 서로 이해하기 시작한 무렵은 아마 12화부터일 겁니다. 임수영이 희지에게 희지가 수능 당일 날 지각을 무릅쓰며 지병으로 쓰러진 할머니를 도운 것이 옳은 것이었다고 말 한 순간, 희지는 울었죠.
온 세상 사람들이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냐며 손가락질 할까봐, 자기 자신조차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의심하며 남에게 털어놓지 못했죠. 근데 말도 섞기 싫었던 임수영이라는 녀석이, 약삭빠르고 요령있는 그 녀석이 의도치않게, 희지를 구원합니다. 작가님들은 아마, 이때부터 두 사람을 자연스럽게 이어줄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수영이는 사실 아픈 과거가 있죠. 희지처럼 공부를 정말 잘했던 형이 수능을 망치는 바람에 자살했습니다. 형을 잃은 것도 분명 상처였겠지만, 옆에서 왜 형을 말리지 못했을까라는 죄책감은 수영이를 삐뚫어지게 한 원인이었죠. 나아가, 수영이의 입장에선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비관하는 형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상처받았을 겁니다.
(나중에 만회하면 되잖아, 그렇게 세상 끝난 것처럼)
점점 희지를 알아갈수록 자꾸 형의 모습과 겹쳐보였을 겁니다. 똑똑하지만 요령없고, 예상하지 못한 일엔 쩔쩔 매는 모습이. 그리고 희지를 형처럼 잃을 순 없단 필사적인 생각이 들었겠죠. 지키고 싶었겠죠. 희지가 트라우마 때문에 방에 틀어박혀 아무 것도 하지못한 채 울고 있을 때 수영이는 형 때 못했던 위로, 조언, 격려의 몫까지 합쳐 최선의 방법으로 희지를 도운 겁니다.
다행히 그 목소리가 희지의 마음에 닿았던 것 같습니다.
지난 주 68화, 희지 앞에 태연한 얼굴로 나타나 다음 화를 19금으로 장식할 법한 포스를 뿜뿜하며 수트를 쫙 빼입은 임수영.
분명 도움을 받은 건 희지입니다. 하지만 사실 구원받은 건… 수영이가 아니었을까요?
희지를 도울 기회를 얻음으로써, 그리고 실제로 도움으로써,
임수영은 상처를 극복할 수 있었던거죠.
69화, 수영이의 독백을 통해 우린 얼마나 수영이가 사실은 얼마나 아팠는지 알 수 있죠.
수영이도 사실은 괜찮지 않았던 겁니다.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따윈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고, 납득하기도 전에 가까운 사람이 죽었던 겁니다. 형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많이 위로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후회하죠.
*스포주의. 진짜 주의. 69화 안 본 분들 빨리 네이버 가셔서 보고 오시죠!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495498&no=71&weekday=thu&listPage=1&mobile=y
그 담담한 고백을, 형을 대신해서 희지가 듣습니다. 처음 읽을 때 이 부분을 자세히 읽지 않았죠. 같은 화를 두 번, 세 번 읽고 수영이의 입장이 되어보니까 눈물이 나더군요.
희지는 수영에게 강하다고 했죠.
형은 떠나보냈지만, 수영을 인정해주는 희지가 있습니다.
삐뚤어진 자신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말하는 희지가 있습니다.
이때 저는 생각이 났습니다. 두 사람은 처음 던져진 물음에 답을 구한 게 아닐까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