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베오베 눈팅만 하는 31살 직장인입니다...
코끝이 찡해지는 글을 하나 읽고 나니 갑자기 떠오른 친구가 생각나서 글을 찌끄려 봅니다.
그 친구를 처음만난건 중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그 친구의 별명은 "인상파" 였습니다.. 항상 인상을 쓰고있고.. 아무와도 친구로 지내지 않는..
그냥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 항상 어눌해 있고 화난거 같고 하니까 잘 건들지도 않는 그런 아웃사이더 였죠..
근데 그 친구가 컴퓨터에 관한 지식이 상당했습니다. 컴퓨터에 관심이 있던 저는.. 기억나진 않지만 갑자기 그 친구와 친해져 있었습니다.
정말 중학생이 알기 힘든 지식들.. 예를 들어.. 컴퓨터에 원래 하드 말고 다른 하드를 한개 더 부착 시키려면 점퍼 위치를 수정해야한다 <- 혹시 이거 아시나요 ? ㅋㅋ
이런식의 지식들을 습득하고 있던 그 친구와 저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껏 지내는 절친 5인방? 친구들도 있었고.. 머 이래저래 잘 지냈던 터라.. 친구들이 많았지만,,
그 친구에게는 저밖에 없었습니다..
항상 부르면 오고.. 제가 오늘 학교 끝나고 우리집갈래? 이러면 항상 오케이 해주던 친구..
중2땐가.. 스타크래프트가 한창 인기를 끌면서 모뎀 플레이 <<-- 이거 기억하시나요 ㅋㅋ
스타크래프트로 1:1을 하려면..그땐 인터넷이 지금처럼 연결이 안되던 시기라... 모뎀을 통화 전화를 거는겁니다.. 그 전화선을 통해서.. 멀티플레이를 하는거죠..ㅋㅋㅋ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이 친구와 엄청 밤도 많이 새고..(전화비 30만원씩 나왔죠..ㅋㅋㅋ),, 전략도 연구하고..
같이 컴퓨터 학원도 다니면서 GW basic이라는 기초 프래그래밍 도 배웠고.... "우리 나중에 같이 스타크래프트같은 게임 만들자!" 하면서 꿈도 키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스타크래프트 실력은 동네 탑이 되고 있었습니다. 동네 게임대회 나가서 상금(30만원)도 타보고 ㅋㅋ 지역대회 나가서는 탈락도 해보고~
컴퓨터 관련 자격증도 같이 따고.. 오락실도 다니고 게임방도 열심히 다니고..
생각해보면 전 다른친구들과도 어울리며 놀고.. 가끔 짬나면 이 친구랑도 놀고 했지만, 이 친구는 항상 제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던거 같습니다. 부르면 나왔거든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살이 되었고,,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지방에 다른 대학에도 따로 갔습니다.
하나 둘씩 군대를 가던 시절..
이 친구도 군대를 갔습니다. 솔직히 좀 걱정은 했었습니다. 이 친구는 진짜 사회성이 없는 친군데.. 군대라는 곳에서 적응을 할 수 있을까 ?
나 이외에 사람과는 거의 대화도 안해봤을 친구라.... 제가 알기론 가족관계도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형이 막장이였음..폭력...)
그래도 모 갔다오면 달라질수도 있겠지 하면서 넘겼었죠..
어느날..집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데.......집 벨이 띵동 울리는 겁니다.
그 친구였습니다. 응? 100일 휴가 나왔다는데..전화도 없이.. 나 집에 없으면 어떻게 할라고 그냥 바로 집으로...찾아온겁니다.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이야~ 오랜만이네!"하면서 반겼는데........표정이.........이상햇어요..
남에 집에 와서는 그냥 쇼파에 가만히 앉아서 말도 없이 멍~~~~~~
야 군대는 어떠냐 할만하냐? 그러면 "그냥 모..."이러면서 말도 없고... 이상했어요..
때마침 그날 친구들이랑 저녁을 먹기로 해서.. 그냥 같이 갔습니다~
친구들도 이 친구는 아니까.... 삼겹살에 쐬주 한잔 할라는데.. 이 친구가........갑자기...............청량고추를......한숫가락 떠서 입에 넣는거에요......
그러더니 막 씹는거에요.............응? 너 뭐하는거야? 하니까... 물을 막 마시면서 그냥 삼키고...............
진짜............진짜.....이상했어요........그런 상황은 처음이라.. 다들 놀래고 ;;;;;;;;;;;;
여튼 2:2로 오랜만에 스타나 한판 하자! 해서 게임방을 갔어요..
이 친구랑 저랑 편먹으면 진짜 프로게이머가 와도 (이땐 그런게 없었던듯하지만) 자신있을 정도로 우린 호흡이 좋았거든요..........
그래서 친구들도 져줄 요량으로~ 게임방비 내기 하자! 하면서 하는데................
하는데.......진짜 이상한거에요.....................
테란인데 이 친구가........서플라이를 안짓는거에요.................
그냥 계속................일꾼 10마리로 돈만 캐서 건물을 짓긴하는데..................여튼 진짜 이상하게 하는거에요..................
결국 졋죠 `ㅡ`;;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진짜 이상하다! 라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어요... 처음부터 이상했지만... 이때 진짜 확신 했습니다.
여튼 그렇게 집에 보내고 얘네 집에 전화해서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얘 진짜 이상하다고... 그러니까 부모님이 다음날 병원을 데려가셨는데...정신병원....정신병으로 바로 입원했습니다...
그 이후로..의가사 제대 되고 한 2년?? 병원에서 지낸거 같아요...
한달에 한두번씩 전화가 왔어요...
처음엔 어머니가 오셔서.. 저 찾는다고... 그래서 받으면...진짜 어눌한 목소리의 그 친구가...나야! OO야? 하곤...별 말이 없었습니다.
내가 맨날 "야 한번 갈께 갈께" 했지만 저도 군생활하고.. 하니까 또 까먹고...머 그렇게 지냈어요.
아 그 친구가 왜 그렇게 됏는지는 솔직히 지금까지도 미스테리에요.
이 친구는 군대에서 선임한테 총으로 머리를 맞았다고 했어요. (개머리판으로).
근데 그 선임은 때린적이 없다고 하고.. 그래서 소송을 하면서 질질 끌다가 결국 졌어요......
그래서 아무런 보상도 못받고 그냥... 상황은 종료 됐어요..
증거도 없고... 이 친구는 맞았다고 하는데 정상이 아니고... 때렸다는 놈은 아니라고 우기니..결국은 지더라구요.
그 친구............ 퇴원하고 집에 있다가.. 결국 하늘로 갔습니다.
이때 당시에 이 친구 어머니랑 참 통화 많이 했었는데... "니가 좀 챙겨주지... 너밖에 없었는데 ..." 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네요.
지금은 벌써 그 일 이후 7년,8년 많이도 흘렀습니다...
전 지금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어요..
요새도 가끔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지금은 비록 스타2지만) 보면..그 친구가 떠오르곤 해요..
진짜 그 친구랑 지금까지 같이 있었으면... 게임도 같이 만들고..스타도 하고 ... 나보다도 훨씬 잘했을텐데...하면서...
친구야..솔직히 너한테 정말 많이 미안하다...
너 병원에 있을때...살아있을때... 이런 저런 핑계로 가지도 못하고..솔직히 너무 변해버린 널 보기가 무서웠어...
나도 어렸고..........
"한번 와 한번와" 얘기하던 너였는데..............ㅠㅠ
가끔 생각난다.. 니가 나보다 프로그래밍이든 스타든 더 잘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