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참 욕많이 먹는 그 지역 삽니다. 작년 대선때는 전주시에서 투표하고
이번 총선은 완진무장(완주 진안 무주 장수)에서 투표합니다. 아버지랑 같이 투표장에
가면서 잠깐동안이지만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평소에는 정치를 주제로
대화를 괜히 피하곤 했는데 선거할 때 만큼은 허심탄회 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편입니다.
'너는 누구 뽑을래?'
'당을 보면 2번인데 사람을 보면 3번인 것 같습니다. 고민 돼네요'
예, 여러분이 싫어하는 그 3번입니다. 다만 이번에 우리지역에 나왔던 3번이
군수로 있으면서 꽤 운영을 잘해서 전 솔직히 이번에 3번을 뽑고 싶었습니다.
비례야 2번이더라도 단순히 사람을 본다면요.
근데 아버지가 말씀하시더라구요.
'난 1번 뽑을거다.'
3번도 아니고 1번이라는 말에 솔직히 많이 놀랐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유를
말씀해주셨어요.
'전남은 모르겠지만 전북은 분명 정치적으로 무시받는 동네다. 여당쪽에선 표가 안나
온다고, 야당쪽에선 어차피 우리가 뽑힌다는 생각에 거의 지원을 못받는다. 누군가 들
으면 많이 지원해줬지 않느냐 하겠지만, 분명 양쪽에게 별 메리트가 없는 동네다.
그래서 1번찍는다. 분명 이번에도 야당이 될거다. 2번일지 3번일지는 모르지만 그것
은 분명하다. 하지만 1번의 표가 올라간다면 여당은 표를 더욱 올리기 위해 2 3번은
표를 뺏기지 않기위해 관심을 갖게 될거다.'
이 말을 듣고 나니 이번에 3번이 호남지방에서 각광받는 이유를 어느정도는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는 1번을 말씀하셨지만 다른 분들은 비슷한 이유로
3번을 찍었을겁니다.호남은 지금껏 항상 한쪽에선 별 영양가없는 지역이라는 이유로
다른 한쪽에서는 당연한 지지를 받는 지역이라는 이유로 항상 중심에 서본적이 없는
지역입니다. 뭔가 엄청난 지원을 바라는게 아니라 양쪽에서 무시받는 설움. 그걸 표현
하고 싶어서 더욱 2번이 아닌 다른곳을 기웃거렸을지도 모릅니다.
오유분들은 호남을 추켜세우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민주화의 성지' 운운 하면서요.
하지만 현지에 사는 사람입장에서 그 말은 그리 기분좋은 말이 아닙니다. 전 오히려
기분이 나쁩니다. 항상 똑같은 지지를 보내며 선거철에 야당의 안전빵을 책임지는
그런 취급이 기분이 나쁩니다. '우리도 여당 사람한번 뽑아서 지원좀 받아보자!'
할수도 있고 '1번은 지긋지긋하고 2번도 우리를 물로본다. 아예 3번을 찍자!'할수도
있게된 지금, '깨어있는 시민'이 아니라 지역의 이익을위해 다른곳을 찍을수도 있게
된 지금이 전 차라리 낫다고 생각합니다. 더민주에 대한 호남의 지지는 계속되겠
지만 그것이 조건없는, 무조건적인 지지는 아니라는걸 더민주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