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7살,8개월 아들 두명 데리고 사는 아빠입니다.
4월부터 아내가 출판사카페에 육아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어요.
자랑게시판에 써야될까 싶었는데, 쨋든 육아 에세이라 육아 게시판에 올립니다.
매주 한편(수요일)씩 아들램과의 대화와 동요를 묶어서 글을 쓰고 있는데, 이번주는 세월호 관련 내용이네요..
아 이러니까 또 세월호 게시판에 써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살짝드네요;;
아들 둘 키우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이렇게 작품활동(?) 하고 있는 아내에게 서프라이즈해주고 싶은데 갑작스럽게 덧글이 마구마구 달리면...
좋아하겠죠??
얼마전에 베스트에서 남편몰래 차사준 아내 얘기 같은거 보니.. 차는 사줄 형편은 안되고.. 작게나마 아내를 기쁘게 해주고 싶네요.
이번주는 3화 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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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그래도, 봄이 왔다
작년 이맘때, 그러니까 여섯 살 윤수가 귀를 쫑긋 세우고
세상에서 들려오는 모든 말을 빠른 속도로 몸에 새길 무렵이었다.
넋 놓고 뉴스를 바라보던 내게 윤수가 자꾸 물었다.
“엄마, 실종이 뭐야?”
“엄마, 사망이 뭐야?”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윤수의 입에서 나오는 ‘실종’, ‘사망’이라는 말이 너무 멀게만 느껴져서,
그렇게 많은 어린 생명이 멀어져 가는 게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대꾸도 못하고 마음만 졸이는데,
윤수가 무언가 조몰락거리더니 보여 주었다.
“엄마, 회색 배가 뒤집어져서 사람들이 파란색 배를 타고 구하러 왔어.”
파란색 배 위에서, 두 손을 내밀고 있는 장난감의 모습에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그래, 윤수는 알고 있구나.
여섯 살 아이도 아무 계산 없이 두 손 내밀어야 하다는 것을, 아는구나.
그런데 왜 어른들은 모를까.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손 내밀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을까.
왜 가족을 잃은 이들이 슬퍼하는 것을 두고 손가락질할까.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
가지런히 놓여 있는 꼬까신 하나
아기는 살짝 신 벗어 놓고
맨발로 한들한들 나들이 갔나
가지런히 놓여 있는 꼬까신 하나
다시 4월이다.
길가에 피어난 노란 개나리를 보고 아차, 싶었다.
노란 리본 달며 간절히 바라던 그때의 마음은 언제 저버렸을까.
개나리는 때맞춰 돌아왔는데
돌아오지 못할 가족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이 봄은 얼마나 잔인할까.
더 이상은 고통받지 않으면 좋겠다.
화사한 개나리 꽃그늘 같은,
사람들이 진심을 다해 걸어 놓은 노란 리본 지켜보며
한들한들 나들이 가듯, 그렇게 봄을 봄답게 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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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에게
윤수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야 할 아이들이 아직도 차가운 바다에 있어.
바다를 향해 돌아오라, 울부짖던 사람들은 이제 바다보다 차가운 길 위에 서 있지.
왜냐하면 우리가 손을 내밀지 않았기 때문이야.
윤수가 바라보고 겪을 세상에서는,
절대 봄을 빼앗기지 않았으면 해.
윤수가 계산 없이 손을 내민 것처럼
지금, 어른들이 그렇게 해야만 할 거야.
오늘은 엄마랑 마음을 다해 노란 리본을 그려 보자.
그래도, 봄은 개나리 앞세워 여기까지 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