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심해 이건 뭐 자기가 가히리 주인공인 줄 아느니 하는 그런 스레가 아니얔ㅋㅋㅋ
게다가 난 싱크빅한 녀석이 아니라 이야기를 쓸 머리가 못 된다.
2
여기 양키들은 만화를 무지 좋아햌ㅋㅋㅋㅋ
특히 닌자라면 사족을 못 써서, 오죽하면 내가 얘네랑 하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한 20명 대규모 파티 나가면 열세명 정도가 닌자닼ㅋㅋㅋㅋ 허허 요 서치 어 개구쟁이들!
3
우리 학교는 시험 성적이 80%를 못 넘으면 유급인데, 그래서그런지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생수가 줄어든다. 나는 졸업반이라, 우리 학년은 반이 한 반 밖에 없엌ㅋㅋㅋ
PSP들고 다니면서 ㄷㅅㄷㅇ하고 파판 대전하는 오덕들하고 노래 틀어놓고 춤추는 일반인 파로 나뉘어있긴 하지만, 다들 사이가 좋고 잘 뭉쳐다닌다.
4
오덕파 애들 중에는 대인배나 인간성 좋은 애들이 진짜 많고, 일반 파보다 성적도 좋앜ㅋㅋㅋ 야 이 오덕아! 하면 호호 셧 더 마우스 업 하는 애들임.
그래서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그림 그리거나 해도 별로 혼내지는 않았다. 오죽하면 자기 PSP 가져와서 우리랑 철권 배틀 로얄하는 선생님도 있었겠어? 하여간 즐거운 학교 생활을 보냈다.
...그런데 이런 대인배들도 못 참는 녀석이 우리 아래 학년에 한 명 있었다.
5
이 녀석은 인내심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녀석이었다.
뭐 자기가 ㅇㅇ만화의 ㅇㅇ다! 하고 드립치는 그런 중2병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씹덕이지. 단지 여캐들을 무지하게 좋아하고, 그 여캐들의 사진을 아이폰에 넣어 가지고 다니고, 유튜브를 뒤져 신작 게임 트레일러를 다운받고 그걸 애들한테 보여주고 또 보여주는 그런 녀석이었다.
그냥 전 아는 게 많아 보이고 싶은 씹덕이라고 왜 말을 못하니!!! 으아앜ㅋㅋㅋㅋㅋㅋ
6
특히 이 녀석은 양키들 중에서도 진정한 씹덕만이 알고 있다는 보컬로이드의 미쿠를 핥고 또 핥는 녀석이다. 맨날 씹덕질만 해서 성적은 안 좋지만 그림은 좀 그려. 단지 전부 모작이라는 게 문제짘ㅋㅋㅋ 매일 거대한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면서 "YO 나으 이 그림 좀 봐 줘YO 나으 미쿠쨔응이 난민처럼 벗고 뿅가죽는 표정을 한 이 나으 그림을 봐줘YO 예아!" 이랬다. 아니 다 좋은데 그걸 왜 여자애들한테 보여줰ㅋㅋㅋ 나야 오덕파니 별 상관 없지만 선생님한테 그걸 보여주면 어쩔 거냐곸ㅋㅋㅋㅋㅋ 선생님 얼굴이 "오마이지저스 마치 dong쓉운 곳 가타요!" 이잖아ㅋㅋㅋㅋ 우리 모두 개념있는 오덕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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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잌ㅋㅋ 아무도 안 듣고 있어도 나으 턴은 계속된다!
하여간 얘를 미쿠덕이라 할게. 미쿠덕은 사실 미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캐도 핥았다. 그런데 그냥 '아, 이 녀석은 남자니 어쩔 수 없지'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뭔가 기분나쁜 그런 거 있잖아. 그런 기분을 들게 했다.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게임은 크리미널 걸즈, 무장신희 그리고 케이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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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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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걸 초성체로 밝혔어야 했나? 하지만 이미 저질러버렸으니 쿨하게 간다.
솔직히 크리미널 걸즈야 말할 것도 없고, 무장신희는 캐릭터가 '나갑니다 주인님^^' 막 이러면서 노는 미소녀배틀물이잖앜ㅋㅋㅋㅋ 타이츠 아슬아슬한 디자인진짜 많다곸ㅋㅋㅋ 게다가 보이스 볼륨을 100으로 해놓고 일부러 캐릭터가 맞게하면서 '꺄아아악~' 하는 신음을 들으면서 ㅎㅇㅎㅇ하고 이상야릇한 표정 짓는 놈하고는 진짜 별로 상종하고 싶지 않다곸ㅋㅋㅋㅋ
안 그러냐? 나만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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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미쿠덕은 여자로써 정말 이야기하기 싫은 씹덕 자식이다. 하지만 녀석에게 체크 무늬 셔츠가 없고 안여돼가 아니라는 것이 유머... 게다가 너 나미쨔응피규어 학교에 들고 오지 맠ㅋㅋㅋㅋ 왜 가슴부분만 도색이 닳아있어?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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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얘네 반에는 오덕이 얼마 없어서, 얘는 항상 우리 반에 와서 오덕오덕나는씹덕hey에브리봐뒤 세이 아이 엠 쓉~떡! 했다.
그리고 그 당시 나는 녀석의 악명을 몰랐찌... 내가 씹덕질만 하는 게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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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학교와는 좀 멀어서, 나는 등하교를 책임진다, 학교 전용 학교써비스!! 를 타고 학교에 다녔지.
그런데 하교를 하는데 이 미쿠덕이 탄거다. 미쿠덕은 PSP로 케이온 리듬게임을 이어폰도 안 끼고 하고 있었다. 초딩123456...이 그걸 또 신기하다고 와아~ 하고 있었고, 어떤 애들은 "님 여자임? 왜 이런 거 함?" 하고 내가 묻고 싶었던 질문을 했지만 미쿠덕은 "난 쿨시크한 차도남...하지만 화면 안의 여캐에겐 따뜻하겠지". 하면서 계속 게임을 했다.
...당시 능욕당하고 있던 캐릭터는 고양이 귀에 수영복을 입은 아즈냥이었다. 아즈냥 미안해애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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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중에도 케이온을 하는 녀석이 있구나, 하지만 뭐 우리 반에도 몇 있으니까 별로 상관 없나, 하는 느낌으로 나는 녀석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어, 너 케이온 알아? 신기하네, 애들 중에 이거 보는 애 몇 없는데."
"...(후와후와 따아~이무~♪)"
"아, 게임 중이지, 미안, 난 비킬게."
나는 개념있는 오덕으로써 녀석의 열정적인 게임플을 위해 자리를 비키려고 했다. 그런데 녀석이 날 불렀찌...
"...여기서 누가 제일 좋아?"
"응? 아 난 릿쨩파임ㅇㅇ 아즈냥도 좋아."
...녀석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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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부터 녀석은 하던 게임을 집어지고 나에게 마구 오덕토크를 시작했다. 내 버스가 떠날 때까지 항상 나랑 오덕오덕하던 오덕녀(양키임)도 거기 껴서 한동안 신명나게 풍악을 울렸다.
거기서 알게 된 사실은 대충 이러했다.
+미쿠덕은 미쿠를 매우 핥는다. 아이폰이 죄다 미쿠노래임.
+미쿠덕은 미쿠도 미쿠지만 여캐를 핥는다. 배경화면은 천사 미쿠고 사진 폴더는 수영복 입은 하쿠(가슴강조 뿌라스 알파), 무장신희로 도배가 되어있다.
+미쿠덕은 의외로 그림을 그린다. 다만 전부 모작. 명암이 뛰어난 이유는 사진에 명암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베낀 거임. 그리고 그걸 보여주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듯 함.
+미쿠덕은 난민처럼 헐벗은 여캐를 매우 좋아함. 솔직히 여자들한테 슬링 수영복 보여주는 녀석이 정상은 아니라고 봄.
+미쿠덕은 츤데레를 숭배하고 있씀. 루이즈루이즈아아루이즈를 만든 녀석이 바로 이녀석일지도 모름. 샤나를 핥아서 샤나 판치라 이미지 마스터임. 토라도라의 타이가+미쿠 외관의 여친이 가지고 싶다고 함. 시를 써라 개객기야
결론=미쿠덕은 상종해서는 안될 씹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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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쿠덕의 끔찍한 씹덕력에 아씨바 할말을 잃었슴다, 하고 느낀 우리들은 녀석의마수에서 도망치려고 했다.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하지만 오랜만에 자신이 말하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난 미쿠덕은 마치 파리지옥처럼 우리들을 씹어 삼키려 했다.
게다가 병크는 이 때부터 시작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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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러붙지마라, 미쿠duuuuu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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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미쿠덕은 절대 남캐는 핥지 않기 때문에 요즘 뒷걸에서 간간히 보이는 나는 ㅇㅇ의 ㅇㅇ니 하는 드립은 치지 않는다. 오우 지져스 감솨함돠...ㅠㅠ 적어도 이 녀석은 현실을 알고 있어!!
하여간 미쿠덕은 우리를 알게 된 후부터 항상 우리 반에 찾아와서 나에게 님^^ 저랑 오덕토크 안 하실래염? 하고 신청을 날렸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날 불쌍한 눈으로 봤찌... 다들 나랑 상관엄다 이거지? 얻어터지들다! 핫!챠!
사실 내가 미쿠덕과 등하교도 같이 하고(서비스 타니까) 무엇보다도 일어를 조금 해서... 미쿠덕은 본격적으로 일어로 쓰인 웹코믹이나 사이트, 게임 등을 가져와서 나에게 무엇이 쓰여있는지를 묻고 또 물었다...
그냥 구글 선생님을 불러!!!!!! 번역기는 뒀다 국 끓여먹냐?! 양키덕들한테 물어봐 이 씹덕아!
나한테 19금 동인지 가져와서 왜 물어봐?! 어?! 나 여자라고!!! 아니, 사실 별로 상관은 없는데 그런 거 공공장소에서 가져와서 보여주지 말라고!! 인쇄 해 오지도 말라고!!!!! 헉헉퍽퍽파워떡치기 하는 씬 대사가 뭐가 궁금해?! 거기 대사가 쓰여 있긴 하니?! 그냥 다 앙앙헉헉으로 읽어!! 얻어터지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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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9금 동인지를 울먹이며 해석하는 걸 본 여덕+남덕들은 모두 불쌍한 눈으로 나를 봤다. 결국 보다 못한 애들이 걔가 날 찾아오면 지금 스레주는 반에 없는데--;; 하고 변명해주고 나를 책상 밑에 숨겨주고 그랬다. 원래 우리반 남덕들이 나 짖궂고 그러긴 한데, 여자애한테 떡치는 동인지를 번역해달라고 하는 녀석의 병크를 보니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마워 얘들아. 하지만 미쿠덕은 전교생 중에 가장 키가 큰 위너 중 탑 3에 들잖아? 나 들켰어...
/system/스레주(은/는) 도망에 실패했다! 미쿠덕의 개념less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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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에 왔다가 내가 없으면 녀석은 제 아이폰으로 다운받은 신작 게임 PV나 미연시 영상을 보여주고 보컬로이드 노래도 틀어서 강제로 듣게 하고 그랬다. 진짜 민폐임... 솔직히 아무리 같은 그림쟁이라도 자기 연습장 열어서 막 보여주고 그럼 좀 귀찮지 않냐?
게다가 이 녀석은 귀에 자동 필터링이 달려있었다.
미쿠 여신이지 그치?→나는 미쿠를 별로 안 좋아함(미쿠 팬들 미안하다!)→나는 미쿠가 싷다고 최대한 상냥하게 돌려 말함→미쿠덕은 깜놀한 표정으로 ㅇㅇ알겠음이라고 대답함→둘 다 아무말 없이 3초가 지남→미쿠 여신이지 그치?→무한반복
으아니! 챠! 네 귀는 장식으로 달렸군요?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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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패턴은 굳이 내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게다가 자끄 보고 싶지도 않은 비디오를 시도때도 없이 보여주는데, 정말 질려갔지..미안하지만 미쿠덕아, 너는 중덕에 불과하지만 우리반 덕들은 덕 중에서도 덕이란다... 이건 진심이다. 파판에 빠져서 1부터 13까지 스토리며 대사를 줄줄 외우는 놈도 있었고, 성덕도 있어서 양키더빙은 이래서 그렇고 일더빙은 이래서 그렇고 하는 양키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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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미쿠덕에게 시달리고 반 애들하고 크고 아름다운 분노를 키워가며 반년이 흘렀다.
게다가 미쿠덕은 페이스북을 뒤져 내 엠에센 주소를 따고 친구들을 통해 내 폰번을 딴 뒤, 포풍문자질을 시작했다... 하루에 열 통씩 보내는데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나는 그 열 통의 내용을 압축해서 답문을 딱 한 통만 보냈다. 답문이 없으면 보낼 때까지 보내거든...
보내지 말라고 해도 귀에 붙은 무한 더 필터링으로 계속 보내더라. 핸드폰을 부숴버리고 싶었다. 게다가 노골적으로 씹덕 to the 대쉬를 해서, 정말 속된 말로 녀석을 죽이고 싶었다.
나중에 듣고 보니 거기에 사정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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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미쿠덕은 키가 작은 여자애들한테 그딴 식으로 굴었다. 자기 아래 학년 여자애들 중에 키가 작은 애들 메신저를 따서 씹덕거리고, '너 같은 여친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아주 대 놓고 몹쓸 짓을 하는 자식이었다. 게다가 녀석은 씹덕 중에서도 개념 없는 씹덕이라,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알겠지? 대화 레벨이 장난 아니게 19금 딱지가 붙었다, 이거야. 그 후배 여자애 중에 한 명은 거기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덕이 아니라 일반인이니), 얘네 아버지가 직접 학교로 와서 미쿠덕을 대차게 혼내셨다고 한다. 그 여자애는 전학을 갔고...
여기 우주핵쓰레기 하나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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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얜 아버지는 파일럿이고 어머니는 건축가라고 하는데,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돈도 많다. 자, 이 돈으로 미쿠덕은 앞으로 십 년은 더 싸울 수 있어!! 아무튼 녀석은 내 앞에서 자기 돈 많은 걸 과시하면서 케이온을 보고 나보고 고양이 귀를 해 보라느니, 츠무기 코스튬을 보고 바니걸을 입어보라느니 하면서 추근덕거렸다. 기분 좋냐고? 아니.
진짜 이 녀석을 죽이고 싶었다. 너무 역겹고 구역질이 나서, 토악질이 올라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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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고, 같은반 오덕녀나 후배들, 하여간 키가 작은 애들이면 만만해 보였는지 이런 식으로 굴었다. 오죽하면 선생님들이 나서서 주의를 주겠어? 그런데도 녀석의 태도는 고쳐지질 않았다... 으아니! 챠! 개같은 경우!
그런데 문제는 얘네 집과 내 집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이었다. 걸어서 10분 정도에 있는 거리였으면 가까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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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PSP 게임을 넣어주겠다고 난리더라고. 물론 복돌이를 이용하면 안되는 건 알아!! 하지만 나는 일반인이었어... 모두들 미안하다!
나는 마침 친구들 몇몇과 감상회...를 집에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애들은 가지말라고 난리였다. 그렇지만 넣어주겠다고 한 게임들이 너무 알흠다워서... 건담에 내여귀 EX 등등을 듣자마자 애들은 조를 짰다.
자, 무장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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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레스들에 쓴 걸로 알겠지만, 얘네 집에 혼자 들어간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남자 애들 몇몇은 집 앞에 서 있고, 나랑 친한 그 오덕녀랑 나만 그 집에 들어가서, 외장하드를 가지고 게임만 받아오기로 했다. 100기가 짜리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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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들어오라고 한 집은 굉장히 조용했다. 분명히 부모님이 계신다고 했는데, 계신다면 집이 이렇게 고요할 수가 있나? 방 안에는 컴퓨터 돌아가는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묘한 분위기가 나는 가운데 눈치 없는 녀석은 또 보컬로이드동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면서 ㅎㅇㅎㅇ했지.
평소같으면 어휴 저 ㅄ ㅉㅉ 하고 말 행동이, 이상하게 기분이 나빴다.
우리가 왜 게임을 받으러 왔지, 하고 후회가 생길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33
그런데 이 녀석이 갑자기 몸을 여기 저기 긁기 시작하는 거야.
보는 사람이 좀.. 기분이 더러워질 정도로 여기저기 긁었다. 오덕녀는 나를 쿡쿡 찌르면서 '야, 쟤 왜 저래?' 하고 물었다. 나는 왜인지 기분이 나빠져서 '몰라... 그냥 외장하드 가지고 가버릴까?' 하고 있었는데...
얘가 우리랑 마주보고 있었거든.
미쿠덕
---------
나 오덕녀
이렇게.
그런데... 얘가... 여기저기 긁는가 싶더니...
바지 안에 손을 넣고 긁기 시작했다.
...명백한 가운데 부분이었다.
34
듣고있어.
여자에게지켜줘야할 기본예의도모르는 놈이구만.
35
듣고있다.세상엔 이렇게 대단한 놈도 있구나
39
하여간, 이 녀석이 그런 짓을 한 후로 우리가 거기 가만히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게다가 타이밍을 노린 듯이 밖에 남자애들한테서 포풍문자가 작렬했다.
[스레주! 오덕녀! 지금 거기서 나와!]
[그 집에 부모님도 아무도 없대! 미쿠덕 혼자 밖에 없음! ㄷㄷㄷ]
[우리가 쳐들어갈까?!]
진짜, 눈물이 핑 돌더라.
오덕녀가 멍하니 있는 나를 잡아 끌고 뛰쳐나왔다. 나는 손에 무의식적으로 잡아 뺀 외장하드를 들고 있었고...
아무튼 진짜 까고 싶은 건 이걸로 끝이다!
이 녀석이 나 졸업하기 전까지 스토킹 한 썰도 있긴 한데, 그거 풀면 자작이라고 의심받을까봐 무섭다... 진짜 스펙터클 해서...
혹시듣고 싶은 사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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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쪙
귀척을할만큼 듣고싶어
41
>>39
여기 듣고싶은 사람 있다..!!
43
아무튼, 지금 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아무도 안 기다리는 것 같지만 풀어볼게.
자작 의심만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이것 때문에 너무 상처를 받아서. 경찰까지 동원됐던 이야기다.
44
내가 처음부터 계속 말했듯이, 녀석은 여자애 둘 앞에서 내가 고자라니! 파트를북북 긁은...솔직히 그건 긁은 게 아니지, 그치? 정말 솔직히 말해서 수음한 거나 마찬가지 아냐...
아무튼 이런 씹덕후에 우주핵쓰레기 같은 놈이지. 게다가 이 녀석에게는 여자애 하나를 전학보낸 전과도 있고 말이야. 그냥 >>1 부터 따라와 준 사람들은 알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더이상 이 개같은 녀석의 행각에 대해 설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45
...그런데 아까도 말했듯이 미쿠덕은 유난히 나한테 접근이 심했어. 처음에는 그냥 메신저하고 문자를 포풍저질스럽게 투척하는 정도였던 녀석이, 어느 날 병크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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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그렇겠지만, 휴대폰이 있으면 가끔씩 모르는 사람이 전화하기도 하고 그러잖아. 보이스피싱도 있고. 나 같은 경우에는 가끔 심야에 술취한 사람이 "야! 너 지금 어디야! 마시자!" 하고 걸었다가 사과하는 일도 있고, 모르는 사람이 전화하기도 하고 친구들이 메신저 대답 안 한다고 거는 경우가 많아서 좀 익숙해진 편이다.
그런데 그 날은 깜짝 놀랐다. 밤 열두시에 누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한거야.
보니까 미쿠덕이었다. 무슨 일이 있나 해서 전화를 받으니까, 아무 말도 없더라. 그래서 기분이 나빠져서 그냥 끊었지.
47
그 때 친구들하고 레포트가 밀려서, 밤에 피자 시켜먹으면서 놀고 있었거든.
애들이
"어 누구야?"
그러고, 나는
"ㅇㅇ몰라 미쿠덕이 걸었는데?"
그러니까 어떤 애는 깜짝 놀라서 피자를 떨구더라.
"야 미쿠덕이 너 좋아하나보다"
"ㅎㅎ님 죽을래요?"
이러면서 그 날은 아무생각 없이 애들하고 시시덕거리고 포풍레포트 쓰다 잤다.
48
아, 참고로 이 일은 미쿠덕이 외장하드 병크를 터뜨리기 전의 일이다.
50
하여튼 다음 날 서비스에서 미쿠 덕을 만난 나는
"어제 왜 전화했어? 밤에 걸어서 깜짝 놀랐어."
하고 물었다.
그러니까 미쿠덕은 또 SC 쩌는 모습으로 쿨한 척은 다 하면서
"아, 난 그런 적 없는데? 어제 잘못 눌렸나보지."
하고 말했다.
확실히 어제 내가 여보세요, 해도 아무 말도 없고 했으니까 나는 아, 그렇구나,하고 그걸 그대로 믿었다.
그런데 그 날 또 전화가 왔다.
그 다음 날도 전화가 왔고,
그 다다음 날도 전화가 왔어.
뭐라고 말을 해도 묵묵부답이야. 가끔 얕게 숨 쉬는 소리만 들리고.
새벽 한 시에 자는데 전화 걸려오면 그거 진짜 무섭다. 우습게 볼 일이 아니야. 결국 일 주일이 지나도 그게 반복이 되서, 나는 그 번호를 차단하고 친구들한테 이야기를 했다.
그 당시 미쿠덕은 시험을 봐야해서 한 시간 일찍 학교에 나가야했기 때문에 서비스에서도 얼굴을 볼 수 없었고, 시험 시간이 우리 수업 시간이랑은 달라서 좀처럼 학교에서 만날 기회도 없었기 때문에 더이상 캐물을 수가 없었어..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친구들은 미쿠덕의 시험이 끝나는 날 나를 데리고 미쿠덕네 반에 갔다. 물론 핸드폰 번호는 바꾼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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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덕들 중에 평소에는 말수가 적고 밝히기는 하지만 유머감각이 뛰어난 친구가 있었다. 얘를 대인배라고 할게. 웬만한 일로는 화도 잘 안내는 대인배였거든. 그런데 얘가 그 날은 머리 끝까지 열이 올라서 미쿠덕네 반 문을 열어제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야, (미쿠덕 본명) 나와!!"
평소에는 후배들한테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던 대인배였기 때문에, 평화롭게 하하호호하면서 도시락을 먹던 애들은 모두 식겁했다. 그 날은 신이 도운 날인지, 미쿠덕 반네 선생님은 출장 가서 교실에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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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쿠덕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 모습을 본 다른 남덕들은 미쿠덕을 한 대 패려고 했지만, 나랑 오덕녀가 말려서 진정이 됐다. 게다가 미쿠덕이 내뱉은 말이 가관이었다.
"왜요? 저 지금 밥 먹어야 해요."
나는 너 때문에 밥이 목에 안 넘어가는데 너는 그 짓을 하고도 밥이 넘어가죠?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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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배가 그 때 주먹을 꽉 쥐더라. 대인배는 덩치도 크고 약력이 대단해서, 우리 모두 일 날까봐 조마조마했어. 내가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친구들이 이럴 때는 네가 말해도 소용이 없는 문제다, 일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제 3자가 차근차근 물어보겠다고 해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우선 대인배가 물었어.
"야, 니가 스레주한테 밤마다 전화건다는 게 사실이냐?"
그러니까 미쿠덕이 아니라고 하더라.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진짜 미쿠덕 연기대상감인 듯.
그러자 대인배는 내 양해를 얻어서 핸드폰을 빌린 다음 통화기록을 보여주었다.
"그럼 이건 뭔데?"
그러자 미쿠덕은
"아, 핸드폰이 잘못 눌렸겠죠. 제가 뭐 미친 사람도 아니고 왜 남의 핸드폰에 밤마다 전화를 걸어요?"
예쓰! 댓츠 웟 위 원트 투 노우 투!! 우리도 그게 모르겠다고 요 서치 그지깽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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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친.....스레보다가 욕나온적은 오랜만이네ㅠㅠ
스레주가 고생이 많았구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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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핸드폰은 밤마다 잘못 눌리니? 일 주일 동안 계속 잘못 눌리냐고!!"
참다못한 오덕녀가 소리를 질렀다. 오덕녀는 내 단짝이었거든. 게다가 평소에도미쿠덕을 매우 싫어했다.
오덕녀는 양키지만 일본어를 조금 아는데, 예전에 미쿠덕이 자기도 일본어를 배운다고 드립을 치면서 나를 '후타나리' 나 '유리' 라고 부른 것 때문에 단단히 독이 오른 상태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유리는 백합물 부를 때 쓰는 용어고 후타나리는...
착한 어린이들은 검색하지 말자, 진짜.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후타나리 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wiki/%ED%9B%84%ED%83%80%EB%82%98%EB%A6%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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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쿠덕은 계속해서 핸드폰이 잘못 눌렸다고만 했다. 거기에 질린 애들은 돌아가려고 했고, 남덕들 중에 안경(안경 꼈으니까 그냥 이렇게 부를게)은 참다못해 얘한테 주먹을 날리려고 했다. 그러나 안경의 주먹은 때마침 등장하신 옆 반 담임 선생님 때문에 실패로 끝났지... 점심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렸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그 날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핸드폰 번호를 바꿨기 때문인지 대인배들이 도와준 덕분인지, 그 날 후로 한 사흘? 정도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거기서 안심하는 게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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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또 전화같은거 걸어?;;;
59
미쿠덕은 그 전화가 걸리지 않은 사흘동안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렇지만 끝까지 자기가 건 건 인정하지 않았지. 그런데 솔직히 미쿠덕과는 의도치 않아도 얼굴을 부딫칠 일이 잦으니까, 나도 그냥 좋게 끝내고 싶어서 알겠다고 하고, 다시 서먹서먹 이야기는 주고 받게 됐다.
...그런데 사흘이 지나자 이번에는 집전화와 핸드폰이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던거야.
60
새벽 두 시에 핸드폰이 전화받으세요~ 전화받으세요~, 집 전화는 따르르릉-따르르릉- 이렇게 울리면, 정말 토할 것 같은거야. 게다가 이번에는 발신자표시제한인데, 솔직히 이럴 사람이 걔 말고 누가 있어?
61
전화국 가서 기록떼서 들이밀지 그랬냐. 미쿠덕 돋네;;
62
>>61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거긴 미국이고 나는 외국인이라... 절차가 복잡해지더라고.
결국 나는 전화선을 빼기로 했다.
63
친구들한테는 메신저로 대화하자고 부탁하고, 전화 없이 살아보기로 했다. 그 때는 너무 무섭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불편하다는 것도 못 느꼈다. 내가 내가아닌 것 같았어. 이게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진짜 심각하다.
아, 혹시 자작 탈까봐 미리 밝히는 건데, 나는 이번에 졸업반이 된다. 미쿠덕은 나보다 한 살 적지만 미국에는 누나니 뭐니 하는 게 없으니까 미쿠덕이 나를 부르는 건 그냥 반말로 적었어. 그리고 나는 당시 하숙집에 묵고 있었지만, 하숙집 아주머니(현지인임)께서 교회일로 항상 바쁘셨기 때문에 집에 혼자 있는 일이 많았어. 아주머니께서 한 이 주일에 한번? 그정도 들어오셔. 애초에 하숙생 받으실 때도 대학생처럼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애들을 선호하셔서, 나는 학교랑 그 집이 교통도 좋고 하니까 혼자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들어간 거거든.
64
괜찮아 너 말하는거보니 자작아닌거 같다.
잘들어줄테니 계속 풀어봐.
69
다시 >>63에 이어서.
메신저로만 통화하던 나는(게다가 내 핸드폰은 인터넷이 안돼니까), 잠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었어. 친구네 집에 자러가고 싶지만 다들 사정이 안돼서... 일단 오덕녀네가 이틀 후부터 된다니까 오덕녀네로 가기로 했지.
전화선을잠깐이라도 끼면 부재중 목록이 좍좍 떴지. 정말로 스트레스였다.
70
이건 정신병 레벨..
71
그런데 전화선을 완전히 빼 놓고 살 수는 없었어. 우선 우리 집도 아니고, 하숙집 아주머니 일도 봐드려야 했으니까... 내 일 때문에 아주머니께서 볼일을 못 보시면 안돼잖아.
미쿠덕도 무슨 심보인지 밤에만 걸어댔고. 결국 낮에는 불안불안해하면서 전화선을 끼고 지냈다. 핸드폰도 혹시 몰라서 켜놓기는 했어.
참고로 말하자면, 핸드폰 번호르 네 번 바꿨는데, 네 번 다 미쿠덕에게 걸렸다.
73
하숙집 아주머니께는 일단 친구들하고 과제가 있어서 당분간 집에는 못 들어갈 거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가볍게 짐을 싸서 오덕녀 네로 갔지. 왠지 그 집에 있으면 미쿠덕이 보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바보같은 생각이지만 말야.
전화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하는 하루하루가 흘렀다.
그런데 하루는 내가 오덕녀 컴퓨터로 엠에센에 들어갔다가 로그아웃을 깜박하고 장을 보러 밖에 나갔었는데, 잠시 후 들어오니까 오덕녀가 조용히 나를 불렀다.
"..스레주, 너 잠깐 이리 와봐."
74
>>73
이거 뭔가 불안하다..
75
갑자기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쳤다. 내가 뭘 잘못했나?
그런데 오덕녀가 가리킨 자기 컴퓨터 모니터에는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인스턴트 메세지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내용도 없어. 전부 다 공백이나 온점 하나.
오덕녀도 돈이 많아서 컴퓨터 화면도 상당히 큰데, 그 큰 화면이 온통 메세지로 도배되어 있는 걸 보고 난 정말 바보같이 울고 말았다. 전화를 안 받으니 메세지로 도배하기로 한 것 같았다.
도대체 미쿠덕은 나한테서 뭘 원하는거지?
그 때 오덕녀네 집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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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걔 왜그래 ㅠㅠㅠㅠㅠㅠㅠㅠ
너한테 진짜 왜그러는거야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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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전화가 울리자 오덕녀의 표정은 싸하게 굳었다. 그와 동시에 오덕녀와 잠시 켜 두었던 내 핸드폰이 미친 듯이 울렸다.
오덕녀는 얼굴을 감싸고 침대에 털퍽주저앉고, 참다 못한 나는 내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중고라서 부서져버렸엌ㅋㅋㅋㅋㅋ... 지못미 내 핸드폰...
핸드폰이 부서졌는데도 벨소리가 귓가에 윙윙하고 환청처럼 울리더라. 뇌가 핸드폰으로 이뤄진 것 같았어.
79
결국 그 일 후로 나는 오덕녀의 집을 떠나서 우리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어. 폐를 끼치는 게 너무 미안했거든. 그 전화는 물론 미쿠덕이 건 게 맞았다.
오덕녀가 받아서
"...여보세요?! 야! 이 미X놈아! 제발 그만 하라고! 그만 하란 말이야!!"
하고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더니 아무말도 안하다가 뚝, 하고 끊겼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신저도, 핸드폰도 끊겼어.
...무슨 공포영화도 아니고,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냐고.
81
오덕녀네 집을 떠나와서, 나는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한번 생각해보았다.
도대체 미쿠덕은 어떻게 내 핸드폰 번호들을 알아냈을까?
미쿠덕에게 내가 오덕녀네 집에 있다고 말한 사람은 누굴까?
미쿠덕이 전학보낸 여자애한테도 이랬을까?
...나는 집에 돌아와서 오덕친구들에게 전화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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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데레같아 ㅠㅠ 뭐 이런 미친놈이
86
알고 보니 이야기는 간단했다. 이 녀석이 오덕파 애들이 안되니까, 내가 핸드폰 바꿀 때마다 번호를 따내는 일반인 파 애들한테 가서 내 번호를 따는 거였다. 일반파 애들은 이 얘기를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지... 결국 그 문제는 오덕애들이 일반 애들한테 이야기 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오덕녀네 집에 간 건 일반 애들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럼 대체 누구한테 이야기를 들은걸까? 나는 부엌에 있는 하숙집 아주머니께로 가서, 이러이러한 남자애가 온 적이 있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본 적은 없지만, 네 학교 친구라는 애가 네가 있냐고 묻길래 오덕녀네 집에 갔다고 하시더라. 나는 대충 사정을 잘 둘러대고 가능하면 내가 어디 있는지는 말씀하시지 말라고 부탁했다. 아주머니가 동의하셔서 나는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 날부터는 방학이었다! 적어도 학교에서 미쿠덕을 만날 일이 없다는 이야기였지. 오덕친구들과 나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오랜만에 애들 불러서상영회도 하고 하려고 들뜬 마음에 이곳저곳 전화도 돌렸지. 사실, 혼자 있는게 너무 무서웠다. 다들 콜! 하고, 뭐라도 좀 만들어둘까 해서 부엌으로 향하는데, 우리 부엌은 바깥에 마당이 보이는, 방충망으로 막아놓은 작은 창문이 하나 있거든?
...거기로 뭐가 휙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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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댓바람부터 뭐가 지나가다니, 나는 너무 놀라서 털썩 주저 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한 동안 일어 나질 못했어. 그 전화 때문에 먹지도 못하고 잠도 적게 자서 원래 저질이었던 체력이 엄청 떨어져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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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마당으로 나갈 용기가 없던 나는, 싱크대 밑에 바짝 엎드려서(내가 키가 작다고 했었잖아) 숨을 죽이고 한동안 움직이질 못했다. 친구들이 문을 두드릴 때까지 멍하니 거기 누워있었어. 밖에 해가 쨍쨍한데도, 그게 느껴지질 않더라. 간신히 문을 열고, 나는 애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내가 만든 밥을 먹으면서 놀았지ㅋㅋㅋㅋ
...대인배랑 안경, 오덕녀 등 나랑 제일 친한 몇몇 애들만 불러서 뒷마당에 간 건 비밀이었다, 애들이 애니 볼 때, 나는 간략하게 사정을 설명한 뒤 몰래 뒷마당으로 나갔어. 다른 애들도 미쿠덕의 행각에 대해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깊게 알게 되면 시끄러워질테니까.
97
안경의 친구 멸치(얘가 한국 멸치 조림을 너무너무 좋아했거든.)가 제일 먼저 뒷마당으로 나갔다. 벽에 세워져 있던 그 낙엽 긁어모으는 갈퀴 같은 걸 들고... 모두들 조마조마했다. 혹시 미쿠덕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
그런데 다행히 미쿠덕은 없고, 작은 상자가 하나 있었다.
98
뒷마당에 오래 있어봤자 좋을 게 없기 때문에, 우리들은 상자를 내 방에 놔 두고 애들하고 애니를 봤어.
애니가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더라. 보던 만화는 무려 쓰레기를 나무로 바꾸는 힘! 의 배틀물ㅋㅋㅋㅋㅋ 알 사람은 알거라 믿어.
애들이 다 가고, 멸치, 안경, 오덕녀, 대인배와 나라는 조촐한 인원이 남았다. 우리는 내 방으로 올라가서, 상자의 포장을 뜯었다. 그래, 포장 참 잘 돼있더라. 그냥 선물처럼 알록달록한 포장지로 싸여있었어.
보니까, 그냥 평범한 감자칩이었어.
99
>>98
과자면 그냥 평범하게 주라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
100
일이 이렇게 되니까 그냥 감자칩에도 다들 의심이 생기더라. 왜 감자칩을 보냈을까? 왜 이걸 굳이 포장한거지? 유통기한이 지난 거 아냐?
확인해봤지만 유통기한도 괜찮고, 그냥 정말 평범한 과자였다. 하지만 아무도 뜯어서 먹을 생각을 못했지. 특히 멸치와 안경은 먹을 것에는 환장을 하는 자라나는 새싹들이었다. 멸치는 항상 웃고 있는 애인데다 화나도 웃는 녀석이다. 그런데 그 멸치마저도 얼굴에서 미소를 싹 지운채 감자칩만 노려보고 있었다. 결국, 그 감자칩은 이웃집에 놀러온 꼬마애에게 주었다. 먹고 탈은 안 났으니, 정말 평범한 감자칩이었던 것 같아.
105
아무튼, 그 날은 전화가 오지 않았다. 편하게 자야 하는데, 어디선가 미쿠덕이 지켜볼 것만 같았어... 정말 눈물이 나오더라. 이걸 부모님한테 이야기할 수도 없고... 괜히 먼 나라 와서 걱정 끼치기가 너무 죄송스러웠다.
다음날은 내가 부쉈던 핸드폰을 사러가기로 했다.
오덕녀는 집에 일이 있어서못 가고, 안경과 멸치, 대인배가 자원을 해줬다. 여친과 데이트 포기하고 자원해준 대인배는 진짜 대인배다 고마워ㅠㅠ 아니, 애초에 그 둘을 이어준 게 나니까 별로 상관 없나? 부모님한테 이러저러한 일이 있어서 핸드폰을 부쉈다고는 말 못하니까, 그냥 내가 지금까지 모아온 용돈에서 사기로 했어. 너무 비싼 거 말고, 다시 중고로 사려고.
막 어제 감자칩 이야기도 하고 하면서 가는데, 갑자기 안경이 옆에서 내 팔짱을 꼈다.
"야, 너 왜 그..."
"스레주, 그냥 자연스럽게 걸어."
보니까 멸치랑 대인배도 앞만 보고 걷는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106
왠지 모르지만 나는 안경과 팔짱을 끼고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걸었다. 다들 걸음이 빨라져서, 나중에는 거의 뛰어가는 줄 알았다고...;;
가게 안에 들어가면서 안경은 이제 아예 어깨까지 안고 나한테 자, 핸드폰 골라봐 하고, 키가 큰 대인배도 내 바로 뒤에 서 있었다. 멸치는 웃고 있었지만, 계속 불안한 듯이 밖을 흘깃흘깃 봤다.
...미쿠덕이 그 밖에 서 있었어.
휴대폰 가게에 점원이 있는 벽 쪽으로 상점 이름이 붙은 작은 거울이 있었는데, 거기에 미쿠 덕이 이 쪽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고.
참고로 가게 벽은 안경점처럼 유리로 되어있었다. 내가 너무 놀라서 다리에 힘이 탁 풀려서 휘청하니까 안경이 붙잡아줬다. 대인배가 뒤에 서 있어준 덕에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내가 가려져서, 미쿠덕은 내가 자기를 눈치챈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사람이 충격을 받으면 만화처럼 휘청, 한다는 걸, 진짜 그 때 처음 알았다.
108
무슨 정신으로 샀는지도 모를 핸드폰을 들고 나와서(그것도 결국 대인배랑 안경이 골라줬다), 멸치가 큰 소리로 말했다.
"이야~ 배고픈데 우리 맥ㄷ날드라도 가자!"
그러니까 다른 애들도 큰 소리로
"나는 빅맥 먹을거다."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하고 말했다. 나 역시
"그럼 난 돈 없으니까 치즈버거! 제일 싼 걸로!"
하고 크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우리는 맥ㄷ날드 가게를 지나쳐서 에스컬레이터에 섞여 삼 층의 스타벅스로 올라갔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 안경은 계속 영어로 욕을 중얼거렸고, 대인배는 멸치에게 대체 누가 우리가 외출하는 걸 말한거냐고 화를 내고 있었다. 하숙집 아주머니는 어제 집에 없었어.
도대체 어떻게 미쿠덕은 내가 핸드폰 가게에 온 거라는 걸 안 거지?!
110
스타벅스에서 화장실 옆에 붙은 벽 쪽 자리에 앉았다. 가장 안쪽이고, 사방이 벽이라 미쿠덕을 볼 일은 없을 테니까. 평소 같았으면 다들 우왕ㅋ화장실냄새쩔엌ㅋㅋㅋ했을 텐데 조용했다.
"야, 저 자식은 왜 여길 온거야. 누가 말했어."
"몰라. 나 진짜 모르겠어. 스레주 저 자식은 물귀신이야. 너 쟤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미쿠덕을 제일 먼저 눈치챈 사람은 멸치였다고 한다. 지갑을 떨어뜨린 것 같아서 잠깐 뒤쳐져 있었는데, 우연히 미쿠덕이 서성이는 걸 봤다고. 분에 받친 안경은 일부러 나하고 친한 척을 한 거다. 우리 학교에서 안경과 내가 사귄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상당히 있어서, 안경은 어디 해볼테면 해봐라는 식으로 그런 짓을 했다고 했다. 대인배는 그 행동이 오히려 어그로를 끌 수 있다고 화를 냈지만, 그것 때문에 미쿠덕이 접근하지 못한 건 맞았기 때문에 결국 넘어 갔다. 무슨 범인에게 쫓기는 추리소설도 아니고,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야!
그리고 일이 터졌다.
뒷마당에 상자가 하나 더 있었고, 핸드폰이 막 울려댔다. 멸치가 보낸 거였다.
[안경네 대문이 엉망이야...]
111
나는 정말 덜덜 떨면서 상자를 가져왔다. 그 상자에 미쿠덕이 들어있을 것 같았다고. 물론 사이즈는 그거에 비해 작았지만. 그리고 안경이 걱정되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안경네 집은 부모님 두 분이 출장이 잦아서, 식모를 들여놓은 집이기 때문에 집이 텅 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식모도 모르게 대문을 엉망진창으로 해 놨다고?
내 핸드폰은 카메라가 없어서 사진을 받아 볼 수는 없었지만, 멸치의 말에 의하면 다행히 안경은 무사하고, 안경네 대문이 뭔가로 후려친 듯이 움푹움푹 패여있다고 했다. 안경 진짜 미안하다...ㅠㅠ
상자는 역시 잘 포장되어 있었다. 게다가 굉장히 작았다. 반지상자 정도?
안에 든 건, 핸드폰에 넣는 그 작은 메모리카드였다. 알지? 닌ㅌ도에 R4 써본 사람은 알 거야. 물론 혼자서 밤에 그걸 읽어볼 용기는 없었어. 오덕녀와 함께 열어보기로 하고 그 날은 잤다. 상자가 온 후부터는 전화는 안 걸려오더라.
115
우리 집에는 카드 리더기가 없기 때문에, 오덕녀네 리더기를 빌렸어. 나는 못 보겠어서 침대에 드러눕고, 오덕녀가 먼저 폴더를 열었다.
다음 순간 오덕녀는 메모리카드 리더기를 뽑아서 힘껏 바닥에 내리쳤다. 그리고는 내가 평생 걔 입에서 나올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한 욕이 나왔다.
내 사진이었어.
애들 페이스북에서 긁어온 게 대부분이었지만, 예전에 친했을 때 같이 찍은 것도 있고, 어제 안경이랑 같이 나오는 사진도 멀찍이서 찍은 게 있더라.
너무 끔찍해서 울었다. 더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오덕녀는 고소하자고, 자기가 현지인이니까 도와주겠다고 말했지만, 심증은 있어도 물증이 없기 때문에 고소할 수가 없었어. 솔직히, 감자칩은 그렇다쳐도, 카드는 그냥 내 사진 모은 거라고 하면 끝이잖아. 게다가 안경네 대문은 걔가 부쉈다는 증거도 없고... 얘 생각해보니 은근히 치밀하다. 우리들은 어떻게든 걔를 고소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로 하고, 오후에는 안경네 가서, 위로해주고 왔다. 안경은 괜찮다고 하더라. 개인 주택에서 산다는 게 한이다!
116
그 날로부터 한 일주일 정도는 아무 일이 없었다. 매일매일이 폭풍전야 같았어. 언제 어디서든 항상 미쿠덕이 지켜보는 것 같았고, 실제로도 미친 사람처럼 내 방을 뒤지면서 카메라를 찾았던 기억도 있다. 이대로 있다가는 내가 언덕 위의 하얀 집에 실려갈 것 같았어.
그렇지만 내가 집에서 찌질대고 있었던 게 아냐.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난 그 일주일 동안 혼자서예전에 전학갔다는 그 여자아이의 친구를 만나러 갔다.
117
그 여자애의 친구는 평소에도 내가 잘 아는 애였다. 내가 그림을 조금 그려서, 미술부 부장이었거든. 그래서 같은 미술부 부원이었던 그 애하고도 아는 사이였던 나는 그 애의 핸드폰에 만날 수 있냐고 문자를 넣었고, 그렇게 해서 우리 집 앞에 도넛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118
나는 당근 도넛을 시켰고, 그 애는 초코 도넛이랑 초코 크림이 든 도넛을 다섯 개나 시켰다. 그것도 내가 산다고 하니까! 이 녀석잌ㅋㅋㅋㅋ 호호 요 서치 어 개구쟁이! 내가 얼마나 지긋지긋했으면 그 때 시킨 도넛도 기억하고 있엌ㅋㅋㅋ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구나.
어쨌든, 난 그 애를 만나서 도대체 예전의 그 여자애는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냐고 물었다. 물론 내가 당한다는 얘기는 안 하고, 요즘 소문이 좀 안 좋은데 하면서 둘러댔지.
그 애는 내가 도넛을 쏜데다가(좀 많이 먹고 뚱뚱한 애다) 애가 입이 가벼워서, 금방 이야기를 늘어놓더라.
...내가 겪은 거보다 훨씬 평범했다. 그냥 반에서 맨날 점심 먹자고 집적대고, 성희롱오덕발언하고, 메신저+포풍문자질. 그것 밖에 없었다.
뭐, 사실 그걸로도 충분히 인간말종이고 그 쪽도 나름대로 힘들었을 것 같은데, 너넨 상자 안 받았잖아. 나갈 때 미행 안 당했잖아요. 그런데 겨우 그런 일로 전학을 갔다는 그 여자애에게 갑자기 짜증이 일었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나?
119
야....이건....얀데레가 아니라 그냥 싸이코잖아....
120
얜 포풍전화질도 안 당했다. 그냥 문자질 디 엔드. 너무 화가 나면 우스워진다는 게 맞는 말 같았다.
그 날, 집에 와서 엉엉 울었다. 내가 왜 이 먼 곳에서 이런 미친 상것에게 걸려서 당해야 하나, 너무 억울했다.
...녀석이 우리 집에 온 건 그 때였다.
122
딩동-하고 벨이 울리는데, 순간 본능적으로 이게 하숙집 아주머니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죽을 것 같았다. 정말로 죽을 것 같았다. 몸이 미친듯이 덜덜 떨리고 다리는 힘이 안 들어가고.
내가 문을 잠갔던가?
창문은 열려 있지 않았던가?
난 어떻게 해야하지?!
그냥 내 방 문 잠그고 이불 속에 들어가서, 덜덜 떨고 싶었다.
그런데 녀석이 안경네 대문에 무슨 짓을 했나를 알게 되자, 몸서리가 쳐졌다.
내 방문도 저렇게 될지 모르잖아...
123
그래서 정말, 걸을 수도 없고, 무슨 정신인지 방에서 커터칼을 하나 들고, 질질 기어갔다. 링의 사다코마냥. 다리가 움직이지도 않더라. 그리고 창문을 하나하나 잠궜다. 우리 하숙집이 개인 주택이긴 하지만 작아서 다행이야ㅠㅠ
지쳐 쓰러질 것 같았다. 그 와중에도 벨은 계속 울렸다. 그걸 표현하자면
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동
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동
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동
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동
...이런 식. 우리 하숙집이 학교에서 가깝긴 하지만 외진 곳에 있는 게 김사실이고,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이웃집이 중국으로 여행을 가서ㅠㅠ 아무도 컴플레인을 걸어 줄 사람이 없었어!!!!!!!!! 죽을 것 같았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바지에 오줌을 안 지린 게 더 신기했다.
125
야 저 레스는 내가 쓰고도 무섭닼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진짜 무섭넼ㅋㅋㅋㅋ.
나는 하숙집 아주머니 방에 들어가서, 아주머니의 캠코더를 들고 기어서 일 층으로 굴렀다곸ㅋㅋㅋㅋ 계단이 나선형인데, 그걸 기어내려가려고 하니까 그렇게 됐짘ㅋㅋㅋㅋㅋ 몸에 멍도 들고 계단이 쇠라 베여서 피가 났다. 정말 만신창이. 그렇지만 캠코더가 무사해서 다행이얔ㅋㅋㅋㅋ
하여간 그리고 이 상황을 찍어서 고소하기 위해 캠코더를 켜고 녹화를 시작했다.
...무서우니까 자음 남발이 막 되네, 미안하다.
126
과연, 우리 집 문은 문 옆에 불투명한 유리가 장식용으로 덧대져 있고, 그 옆은 커다란 창문들로 이뤄져 있다. 불투명한 유리에 누가 비치는 건 확실한데.
여기서 내가 있다는 걸 들키면 난 끝장인거야. 일 층 거실에 창문들에는 커텐이 쳐져있지 않았거든. 게다가 불투명 유리는 장식용이라, 정말 면적이 좁다.커텐을 안 치면 우리 집은 거실이 반투명한 거나 마찬가지야.
대충 이런 느낌으로... 더 헷갈리려나?
-----창문----유--문--유----창문--------
ㅣ ㅣ
ㅣ 거실 ㅣ
창문 창문
ㅣ ㅣ
ㅣ 계단 ㅣ
127
앗, 내 그림이 망가졌다! 으아니! 챠!
어쩔 수 없지. 그냥 사방이 창문으로 둘러싸인 거실이라 생각해줘, 자비로운 레스더들!
129
좀 더 자세한 촬영을 위해, 나는 먼저 문 바로 뒤에 숨어서 불투명한 유리에 비친 윤곽을 찍고, 위험하지만 창문에 캠코더를 세워서 누가 있는지를 보여줄 작정이었어. 그래야 경찰에 가서도 믿어줄 거 아냐.
몸에서 피가 줄줄 나고 정신이 멍하니까, 그런 대범한 일이 되더라?
...그런데, 내가 캠코더를 창문에 대는 순간
발에 힘이 탁 풀리면서 삐끗 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그걸, 미쿠덕이 봤다.
다음 순간 미쿠덕은 창문에 철썩 붙어서 창문을 탕탕 두드리기 시작했다!
132
아무튼, 나는 정말 비명도 못지르고 피투성이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뒤로 기었다. 너무 무서우면 비명도 안 나오더라...
옛날에, 그 남자친구가 자기 집 문을발로 차는 걸 영상통화로 찍어 보여주면서 협박한다고 올렸던 여자의 스레가 생각났다고ㅠㅠ 진짜 무서웠다. 아니, 무섭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무서웠다.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목소리가 안나오고 그냥 힝-힝-하면서 그 성대수술을 한 개 같은 소리가 나왔다.
...솔직히 고백할게.
...나 옷에 오줌 지렸었다.
133
그 때는 주변도 너무 어둡고 해서 안 보였었는데, 미쿠덕은 무슨 코트 같은 걸 뒤집어 쓰고, 손에 뭔가를 들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911을 불러? 오덕녀? 멸치? 안경? 대인배? 이 밤에? 핸드폰은 어디있지? 난 어떻게 해야하지? 다리가 안 움직여? 오줌 지렸어?
이게 꿈이기를 절실하게 빌었다. 계단에서 굴렀을 때 그 얇은 쇠 계단에 머리를 베였다는 걸 깨달아서, 피가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울어서 그런건지 피를 흘려서 그런건지 너무 어지럽고 힉-힉- 하는 비명 밖에 안 나왔다고... 진짜,무서웠다고... 나 정말 무서웠다고... 그냥 그대로 죽고 싶었다.
왜, 꿈 속에서 말하려고 하거나 소리를 치려고 하면 목소리가 힘이 빠지면서 작게 나오고 오싹거리고 그러잖아. 나 뿐인가? 나는 그런 목소리로 미쿠덕한테 소리를 질렀다.
"그만해 이 XXX야!!!"
...내가 태어나서 한 번도 육두문자를 쓴 적이 없거든. 그런데 그 때는 영어도 안 쓰고 그냥 한국말로 외쳐버렸다.
"그만하라고! 그만 해! 왜..한...그래! 그래!! 하마!! 하히마!! XXX! XXX! 아해... 아해..."
너무 무서워서 말도 안 나오더라. 솔직히 피투성이에 오줌 지리면서 그러면, 정말 미칠 것 같은 상황이다.
135
그 때 전화가 울렸다. 알고 보니 휴대폰을 부엌 탁자 위에 뒀더라고.
발신자는 오덕녀였다. 나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휴대폰을 열고 막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어ㅏ아ㅓㅇ넝나이ㅏㄴㅋ!! ㅏ이이너이이나이닝 이ㅣ미안;ㅁ아으너ㅏ!..!"
알아 듣지도 못할 소리를 막 지르니까 오덕녀는 뭔가 일이 심상찮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오덕녀가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일이 터졌다.
미쿠덕이 손에 든 걸로 창문을 힘껏 내리쳤다.
퉁, 퉁 하는 소리가 들리니까 오덕녀는 야, 너 거기 왜 그래!! 스레주!! 너 대답 해!! 하고 울먹이면서 소리를 지르고, 나는 그냥 어, 어어히이이!ㅣ! ㅇ이히히ㅣ이!ㅣ! 아아아!! 이런 소리 밖에 못 질렀다. 오덕녀가 911!! (오덕녀 동생)!! 911!!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게 윙윙 귓가에 울렸다.
챙 하고 창문이 깨지면서 집 안에 설치 된 경보기가 윙윙 울렸다. 나는 마구 괴성을 지르면서 으아아라아다다!!아아아아ㅏ!ㅏ1ㅏ1ㅏ 이러면서 기어 도망쳤다. 깨진 창문 조각이 몸에 박히고 그랬는데 아픈 줄도 몰랐다.
참고로 그 경보기는 울리면 바로 자동으로 911에 신고 들어가게 되어 있는 경보기다.
...그 와중에도 캠코더가 돌아가고 있었다는 게 불행 중 다행.
137
우리집 창틀이 워낙 튼튼한데다 미쿠덕이 들어갈 만한 구멍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걸려서, 결국 창문의 한 반이 부숴졌을 때, 911이 나타났다.
집 앞에 위잉-위잉- 하고 싸이렌이 울리고, 경찰차가 와서 영어로 넌 포위됐다, 움직이지 마라 하는 전형적인 대사도 날리는 걸 내 눈 앞에서 똑똑히 지켜봤다. 만화처럼 그 스포트도 비추더라.
경찰차 뒤로 파란색 마티즈가 보였다. 오덕녀네 어머니 차였다. 거기서 오덕녀와 오덕녀네 부모님들이 달려나오고, 뒤이어서 택시로 멸치와 대인배, 안경이 내렸다.
...나는 그대로 기절했다.
139
헉 세상에 미친놈;;;; 걔는 진짜;;;;;;;;;
스레주 정말 너무 무서웠을거같다 ㅠㅠㅠ;;;;;
142
정신을 차렸을 때는 병원이었어. 하숙집 아주머니께서 엉엉 울면서 나를 껴안으시더라고. 내가 미안하다고, 왜 이야기를 안 했느냐면서 정말 서럽게 우셨다. 나도 죄송하고 미안해서, 한동안 대성통곡을 했다.
미쿠덕에게 쫓길 때는 너무 놀라서 눈물도 안나고 목소리도 안 나왔는데, 그 때는 그 때 안나왔던 눈물이 다 나오는 것 같더라.
의사한테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했더니 과로에 영양실조에, 수치 같은 걸 재서 심하게 낮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조울증 증세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일곱 바늘 정도 머리를 꿰멨다고. 계단에서 베인 게 아니라 찢어진 모양이었다. 그 밖에도 몸에 깊이 박힌 유리 파편을 빼고, 타박상에 멍도 좀 있다고 했다.
...그냥 한 마디로 몸이 너덜너덜해진 거나 마찬가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사고가 잦아서, 교통사고도 당해보고, 얼굴도 할퀴어지고, 유리컵 가지고 놀다 동맥 가까운데 파편이 박히고, 마취 안 한 채로 혀도 꿰메봐서 아는데,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게 신기하다고 지금 옆에서 동생이 그런다. 이 녀석ㅋㅋㅋㅋ
143
꼬박 사흘 동안을 내리 잤다고 했다. 나는 P3의 주인공이냨ㅋㅋㅋ
나중에 체중 검진 해보니까 세상에, 6kg가빠졌어! 너희들도 살 빼고 싶을 때는 미쿠덕을 찾도록 해.
...는 페이크. 찾지 마라.
이게 듣기에는 자작 같고, 또 별 거 아닐지 몰라도, 절대 겪으면 안되는 일이다.
144
감방가서 짬좀 먹어야 할 놈이구만 이거 허허...
147
파상풍에 걸린 상처가 좀 있어서, 골치 아팠던 거 빼면 그럭저럭 괜찮았다.
...이제 끝난 것 같지?
하지만 그건 너희들의 착각이다!
아직 미쿠덕을 만나 담판을 짓는 일이 남아있다고!!
149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고 면회가 허락되자, 친구들이며 선생님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위로 파티를 열어줬다. 계단에서 구를 때 다리 뼈가 엇나가서 깁스하고 있었는데, 그 붕대가 새카매질 때까지 싸인도 해줬엌ㅋㅋㅋ 다들 너무 친절해서 눈물이 나오더라.
그리고 어느 저녁, 미쿠덕네 부모님이 나를 찾아오셨다.
151
미쿠덕네 부모님은 의외로 굉장히 멀쩡하게 생기셨고, 게다가 개념인이셨다.
두 분은 미국인이신데도, 내가 있는 병실에 들어오시자마자 아버님께서 나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하셨고, 어머님도 정장 스커트이신데도 불구하고 병실 바닥에 무릎을 꿇으셨다.
그러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시더라.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듣고 한국에서 '사죄(making a 'heavy' apology)' 하는 방법을 직접 알아오셨다고 했다.
153
>>151 와 부모님들 진짜 개념인이시다
어떻게 저런 부모님들사이에서 이런 덕덕더러러러러러덕더덕이 태어날수있을까..
154
내가 당황해서 일어나세요, 하고 말하니까 아니라고, 자기 아들이 여자애한테 몹쓸 짓을 했다고, 이야기는 선생님께 다 들었다면서 바닥에서 일어나려 하시질않으셨다. 일으켜드리고 싶었지만 내 다리는 마침 검진 시간이라 천장에 매달려있어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미쿠덕은 학교에 소환되서, 교장 선생님한테까지 불려간 모양이었다. 오덕녀들에게 물어보니, 자기네들이 학교에 못 나간 나 대신 대리인이 되어준모양이었다. 진짴ㅋㅋㅋ 너희들 멋쟁이!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 퇴원했을 때 걔네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를 라면도 넣고 냄비 가득히 해서 파티 해줬다.
155
아무튼 미쿠덕은 정학을 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와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돌아오지 말라는 게 교장 선생님의 처벌이었다. 역싴ㅋㅋㅋ 내가 학교 회장을 뛰어서 그런지 교장선생님의 대우가 달랔ㅋㅋㅋㅋㅋ
그래서 힘들겠지만, 언제 나와 미쿠덕이 만날 수 있냐는 거였다.
아니, MORAGUYO?
156
미쿠덕과 내가 다시 만난다니, 이건 마치 연쇄살인범한테 지난 번에 놓쳤던 목표물을 다시 쥐어주는 꼴이나 다름 없잖아...
미쿠덕 아버님께서는 내 표정을 보시고 아니라고, 미쿠덕은 이번부터 심리치료센터에도 다니고, 만날 때는 혼자만나는 게 아니라 두 분 다 동행하실 거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말했다.
나도 마침 부모님께서 일 주일 후에 오시기 때문에, 그럼 일 주일 후에 만나자고 차분하게 말씀드렸다.
...마음이 싱숭생숭 한 건 자연스러운거지?
157
그래서 일주일 후, 나는 부모님과 친구들을 동반해서 병원에 있는 만남의 장 같은 곳에서 미쿠덕과 부모님을 만났다.
...미쿠덕은 여전히 후드티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아버지는 미쿠덕을 보고 주먹을 날리시려고 했지만, 미쿠덕의 부모님 이야기를 들어서 간신히 참고 계셨다.
하지만 미쿠덕이 너무 뚫어져라 나를 보길래, 참지 못하고 'FXck eye' 라고 말씀하시긴 했다. 미쿠덕의 부모님들은 움찔 하셨지만, 곧 조용해지셨다.
158
으으 스레주 그래도 지금은 괜찮다니 너무 다행이야ㅠㅠㅠ
159
하여간 우리들은 미쿠덕에게 그 동안 쌓인 질문들을 시작했다.
첫 번째는, 어째서 미쿠덕은 나에게 그런 짓을 했냐는 것.
우선 모두의 예상대로, 미쿠덕은 내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그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키도 작고, 츤데레(본인 입으로 말했다)인데다, (내 몸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하여간 마음에 들었고, 사귀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메신저에서 자기가 고백을 했(정확히는 고백 비슷한 뉘앙스)는데, 내가 그걸 회피해버리니까 화도 나고 오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여자애 앞에서 몸에 대한 성적인 이야기를 한 아들을 본 미쿠덕 아버지는
그대로 미쿠덕의 뺨을 주먹으로 후려갈기셨다.
160
화가 나서 씩씩거리시는 아버님을 진정시킨 후, 우리는 두 번째 질문을 했다.
스레주가 밖으로 나가는 것들은 어떻게 알았는가?
그건 내 생각이 맞았다. 하숙집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잉여 미쿠덕은 매일 아침 일곱시부터 우리 집 앞에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상자를 투척한거지. 조금 후에 풀릴 경찰서 썰에서 이 상자의 비밀이 밝혀진다!
162
세 번째는 그 감자칩이었다. 왜 감자칩 같은 걸 보냈지?
그러자 미쿠덕은 내가 밥도 안 먹고 비실비실한 것에 마음이 아파서 감자칩 먹고 힘내라고 그걸 보냈다고 했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뎈ㅋㅋㅋㅋ 너 이자식 병주고 약주는 것도 아니곸ㅋㅋㅋㅋㅋ 게다가 진짜 줄거면 평범하게 주라곸ㅋㅋㅋㅋ 진짜 사이코네 이거.
165
네 번째는, 안경의 집 대문을 그렇게 만든 이유. 이건 부모님들끼리 해결을 한 것 같지만, 나는 내 귀로 그 이유를 듣고 싶었다.
미쿠덕은 안경이 '건방지게' '나의' 스레주에게 손을 대고, '자기의' 스레주와 친한척을 하면서 나대는 게 꼴불견이었다고 말했고, 죽여버리고 싶다(실제로 'kill' 이라고 말했다.) 고 했다.
너 이녀석ㅋㅋㅋㅋ아까 전에는 고백 차였다고 했잖앜ㅋㅋㅋㅋ 니가 뭔데 내가 '너의' 스레주얔ㅋㅋㅋ?
그런데 병크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 씹덕싸이코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안경의 멱살을 잡고 안경의 얼굴을 한 대 친 거다. 안경의 안경이 처참하게 부서져나갔고, 병실은 다시 한 번 난장판이 되었다.
180
안경과 미쿠덕은 서로 엉겨붙어서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경은 지독한 근시라서, 안경이 없는 상태의 안경은 당연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미쿠덕의 부모님과 우리들이 떼어내고, 내 몸이 나아지면 경찰서에서 만나기로 했다. 더 이상은 미쿠덕과 이야기를 할 상황이 아니었던거야.
진짜...ㅠㅠ 나 때문에 자꾸 씹덕다굴당하는 안경 미안혀요!
181
우리들은 안경을 보내고, 미쿠덕 아버님은 미쿠덕을 연행해갔어. 어머님은 주저앉아서 울고 계셨다...;; 우리 어머니는 더듬더듬 영어로 미쿠덕 어머님을 위로하셨지. 그렇지만 나는 상황이 어찌되었든 경찰서 정모를 포기하지 않았다.
사실, 미쿠덕네 부모님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서 정모 하지 말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 날 미쿠덕의 행동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고, 게다가 경찰서에서 전화도 받았거든.
...심각한 내용이었다.
182
...세상에 무슨내용?
183
내가 미쿠덕을 만났다고 미쿠덕네 부모님께서 현재 가디언(보호자)로 등록되어 계신 하숙집 아주머니께 연락을 넣었고, 하숙집 아주머니는 경찰에 그걸 알리신모양이다. 경찰서 정모는 내가 몸이 나아지면 하겠다고 말했었거든.
그리고 경찰은 다가올 정모 준비를 위해 몇 가지 사실들을 알려주려고 나에게 연락을 넣어준거야. 물론 핸드폰이 아니라, 병동에 연락을 해서 나와 통화를 했다.
정모 준비에 필요한 진술서나 몇 가지 서류 작성 등(자필로 해야 하고, 인장도 필요했다)을 위해 앞으로 몇 일간은 경찰서에 좀 들려야한다는 이야기와, 경찰 조사 결과 나온 미쿠덕의 횡포 이야기였다.
184
원래 정모는 그냥 경찰서에서 만나서 경찰관들을 동반한 상태에서 이야기 하고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가택침입 및 피해자 상해(어쨌든 미쿠덕 때문에 다친 건 사실이니까), 정신적인 가해죄 등이 겹쳐진데다가 상대가 타국인이라 문제가 좀복잡해져서, 내 서류작성 등이 좀 추가된 것 같았다. 뭐, 뉴스나 신문에는 나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제 우리 거리에 사는 사람들은 소문으로나마 알게 된 상황이었지. 911에 경찰차까지 동원됐으니...
193
전화로는 할 이야기가 아니라고 해서, 나는 이틀 후에 경찰서에 가기로 했어.
대충 정황만 듣자면, 친구들에게서 진술을 들은 경찰은 미쿠덕이 투척한 상자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딱히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지.
그런데 때마침 미쿠덕이 둔기로 안경네 대문이며 하숙집 창문을 깨부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 모를 무기 소지를 예방한다는 구실을 잡아서 미쿠덕네 집으로 갔다.
...그리고 방에서 엄청난 물건을 발견했다고 한다.
195
부모님은 경찰서 정모에는 참가하지 못하셨다. 참가 하시려고 했지만, 아는 아저씨께서 돌아가시는 바람에...;; 우리 집은 옛 풍습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서, 제사며 성묘를 꼬박꼬박 지내는 집인지라 결국 나는 당사자로써 이 문제를 책임지고 부모님은 한국으로 돌아가셨어.
나의 두 달 동안의 눈물겨운 투쟁이 펼쳐졌다.
200
처음 가 본 경찰서는 의외로 조용하고, 혼자 있기에도 괜찮은 곳이었다. 한국에 있었을 때도 가본 적이 없었거든. 그걸 타국에서 가보니까, 기분이 참 묘했다. 그 때 오덕녀들은 학기 중이라 같이 가 줄 수가 없어서, 나 혼자 목발을 짚은 채 택시를 타고 갔다.
가니까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하여간 경찰관들도 별로 없더라고. 순찰 나가거나 한 것 같았다. 담당 경찰관님께서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떤 양키가 커피를 뽑아 주더라. 그래서 고맙다고 하고 그걸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다. 물론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몇 살이냐, 어디서 왔느냐 하면서. 왜 왔느냐는 질문에는 그냥 웃어넘기고 말았다... 아니, 미쿠덕 썰을 막 풀어놓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게 뭐 자랑거리라고.
201
아, 참고로 목발은 왜 짚고 있냐는 질문에는 그냥 철봉을 타다가 넘어져서 발을 삐었다고만 했다.
그렇게 한창 선의의 거짓말도 보태고 하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담당 경찰관으로 보이시는 분이 오셔서
"아, 네가 그 사이코한테 시달린 애구나?"
그러셨다.
...순간 식겁하는 양키의 표정. 굉장해! 표정변화 빨라!
202
경찰관님이 사이코라고 해서 나도 조금 식겁했다. 들어보니까, 경찰관들 사이에서도 사이코라고 까이고 있는 모양이더라. 경찰관님들 나이스!
"아, (양키 본명)? 너는 여기 어쩐 일이냐?"
"엄마가 아버지한테 갈아입을 옷 좀 전해달라고 해서."
...으아니, 경찰관 아들이었냐?!
203
그래서 나는 얼떨결에 그 양키와 아는 사이가 되었다.
"양키, 이 쪽이 내가 말했던 그 피해자."
"아, 그랬구나..."
"그리고... 어, 이름이 뭐였지?"
"...(내 이름)인데요."
"어, 아무튼 그렇대. 둘이 동갑이지? 잘 지내."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잘 지내긴 뭘 잘 지냌ㅋㅋㅋㅋㅋㅋ 이제 내 일코는 시망욬ㅋㅋㅋㅋ 아니, 경찰서에 목발 짚고 온 이상 일코는 무리였나?!
204
아무튼,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양키는 갈아입을 옷을 전해주고 떠났다. 미안함더, 양키...
그리고 그 담당 경찰관님은 나에게 서류를 주고, 양식 설명에 들어가셨다.
나는 물론 상자에 대해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우선은 잘 참고 말씀하시는 대로 양식을 썼어. 알고보니까 써야할 서류가 상당하더라고.
미국에는 굴러다니는 게 돌과 변호사라는 농담이 있는데, 변호사를 주워도 그에 따르는 서류가 코끼리보다도 무겁기 때문에 차라리 돌을 줍겠다는 농담도 있다.
...그게 진짜였구나. 하고 한숨이 나왔다. 한 달이 걸려도 다 못 쓰겠네.
205
아무튼 서류를 작성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게 수락되는 데도 시간이 좀 걸리니까, 천천히 쓰라고 경찰관님이 말씀하셨다. 서류를 최대한 빨리 쓴다고 해도 최소 두 달이라는 시간이 걸리는거야.
...두 달 동안 경찰서 사람들이 내 얼굴을 다 외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꼬박꼬박 출석 도장을 찍는데, 그럼 안 외워지겠어?
그렇게 일단 첫번째 서류를 받고, 나는 경찰관님께 조심스럽게 상자 이야기를꺼냈다.
207
경찰관님은 나를 벽 뒤에 붙어있는 문으로 데리고 가셨다.
증거물품이나 비상용 무기 같은 걸 보관하는 곳 같았는데, 철로 만든 긴 서가 같은 곳에 번호가 붙여진 여러가지 물품들이 늘어서있었다.
...경찰관님은 200번 앞에서 멈춰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200번부터 210번까지, 차례대로 봐봐."
210
아니, MORAGUYO?
물건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어?
내가 어이가 없어서 경찰관님을 쳐다보니, 그저 고개만 끄덕이셨다.
먼저 200번.
뭔가 흰 무언가로 얼룩덜룩한 검은 무언가가 종이 상자 안에 있었다.
그건, 내가 예전에 잃어버린 가디건이었다.
노란색 자수가 있어서 한 눈에 알 수 있었어. 일 학년부터 졸업반까지 단체로일 박 이 일 여행을 갔는데, 가디건을 숙소에 벗어놓고 갔다가 없어졌었거든.
...그런데 왜 저렇게 더러울까?
211
아.안돼........그 하얀거 알고싶지않다
214
>>210
......그 하얀게 내가 생각했던건 아니지??? 생각만해도 토나옴
216
>>211, >>212, >>214 너희들은 명탐정이구나. 그런 의미에서 200번 소개는 끗!
221
211번은 고양이 머리띠. 그 때가 할로윈이 낀 시 월이어서, 짝퉁 애니메이션 캐릭터 소품들을 팔았는데 거기서 산 것 같았다.
222번은 종이 뭉치. 야겜 여캐릭터가 떡치는 이미지들이 모자이크도 안되어 있는 채로 잔뜩 프린트되어 있었다. 어린 레스더들은 미안하다... 좀 더 상세히 말하면, 부카게서부터 강간+살인 같이 스너프 실사 영화까지.
공통점은 모든 여캐들이 전부 안경을 쓰고 머리가 길다는 거다. 당시 내가 머리가 길고 안경을 쓰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섬뜩하다.
222
>>221 에 대해 부가 설명.
221번은 왜인지 이유를 알 것 같아. 아까 전 레스에도 달았지만 녀석은 내가 츤데레라고 생각했고, 케이온을 핥았잖아? 평소에도 나에게 고양이 머리띠를 해보라는 등의 멘트를 자주 날렸다. 그것 때문일거야.
그리고 특히 222번이 너무 인상 깊었기... 때문에, 조금 더 설명할게.
미연시 여캐들이야 애니메이션 그림체니 그렇다쳐도,
실사 스너프, 즉 진짜 사람이 강간 혹은 살인을 당하면서 이것 저것 당하거나, 시체강간까지 나아가는 진짜 '야동' 여배우들이 모자이크도 없이 당하는 사진은... 섬뜩하지 않아? 나는 여자다. 만약 911이 조금이라도 더 늦었다면 나는 혹시...
223
와....할말을 잃게 만드는구나....답이 없다 진짜. 저놈은. 정신병원 수송이요ㅇㅇ
224
저놈은 정신병원수송도 아까운놈이야
225
...분위기를 바꿔 잇는다. 별로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223번은 놀랍게도...그... 말하기가 민망하다.
내 속옷이었다.
...여자라면 알지? 마법에 걸린 날에는 가끔 그럴 때가 있잖아. 뒷마당의 쓰레기통에 버렸었는데, 그게 거기 있었다. 민망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그 쓰레기봉지는 속옷과 다른 음식물 쓰레기 등에 섞여서 버려졌는데, 누가 가져갔길래, 아주머니와 나는 이웃집 사람들이 치워준 줄 알았지... 이 녀석이 속옷을 가지고 뭔가 했다고 생각하면 섬뜩했다.
...이게 정말 대학 진학을 앞둔 어린 녀석이 한 짓이라고?
229
224번은 검은 무언가였다. 빳빳한 돼지털이 한 움큼.
녀석의 머리카락이 비닐 팩에 잘 담겨져 있었다. 주머니에 들어 있던 걸 누구 건지 검사하느라고 경찰 쪽에서 비닐 팩에 담았다고 했어.
225는 인형. 만화에서나 보던 저주 인형이 내 눈 앞에 있었다.
물론 짚으로 만든 건 아니고, 무슨 흰 천 같은 거에 쌀이랑 무언가를 넣고 얼굴에는 내 사진을 압정으로 눌러놓은 거였다. 목에는 빨간 털실이 어설프게 매어져 있었고, 배에는 구슬 핀 같은 게 몇 개 꽃혀있었다. 피도 좀 묻어 있었고.
인형이랑 같이 있던 비닐 팩(역시 경찰에서 뜯었음) 에는 미쿠덕의 것으로 추정되는 손톱 몇 개랑, 223번의 속옷 조각이 있었다. 내 손톱같은 게 없으니까 속옷으로 해결한 듯.
...지가 무슨 지옥소녀도 아니고, 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고...
경찰 아저씨는 나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셨다. 이제 그만 보겠냐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눈물도 안 나오더라. 오기로라도 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30
226번은 오르골이었다.
내가 예전에 오덕녀들하고(물론 미쿠덕 제외) 학교 앞 상점에서 "와, 예쁘다!" 하고 감탄하던 물건이었다. 오덕녀들은 너 언제부터 취향이 소녀틱해졌엌ㅋㅋㅋ하고 놀려대던 물건이었는데, 값이 비싸고 생각해보니 쓸 데도 없을 것 같아서 포기했던 거였다. 녀석은 핸드폰 상점에서도 나를 미행했었으니, 이 때도 나를 따라왔었다는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었다.
...오르골은 플라스틱이 녹아내려 시꺼멓게 그을려있었고, 태엽을 감아보면 간신히 띠리잉... 하고 소리가 났다. 그게 더 무서웠다.
232
227번은 별 거 아니었어. 내 사진들.
지난번에 보내준 메모리카드에서 인화했던건지, 하여간 내 사진들이었다. 다 커터칼로 좍좍 긁어지고 찢겨져있긴 했지만.
게다가 내 옆에 찍힌 사람들, 심지어는 그냥 지나가다 찍힌 행인들마저도 시커먼 마카로 마구 지워져 있었고, 안경의 경우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조그만 구멍(바늘 같은 걸로 추정) 이 덮여있거나 칼로 그어져 있었다.
별 거 아니지?
234
228번은 미쿠덕이 직접 그린 것 같았다.
날개달린 하트들이 가득 그려진 그림 같았는데, 마구 찢겨져 있어서 잘 모르겠어. 조각조각에서 뭔지 대충 확인을 했다.
이 하트들은 귀엽다기보다는 기분이 나빠. 다들 울거나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모작이라도 미쿠덕은 명암을 어느정도 넣을 줄 알아서, 그게 특히 더 무서웠어.
지금 생각해보면, 놓지마 정신줄의 쿼어플이라는 몬스터가 내보내는 하트 몬스터를 닮았어.
...설명이 웃길지 모르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선 무섭다.
235
229번은...
220번에 하얀 게 뭐였지?
그거랑 연관해서 한 번 맞춰봐. 차마 내 손으로 쓸 수가 없다.
좀 준비하고 있을게. 누구든 맞춰봐.
236
>>235
ㅠㅠㅠㅠㅠㅠ 상상하고 싶지않지만
ㅠㅠㅠ 네 물건에 또 미친짓을 한거야ㅠㅠ..??
238
...맞추기싫어.....
246
이것만큼은 도저히 내 손으로 쓸 수가 없다.
비닐팩은 하얀 것들이 말라붙어 있었다. 넣을 때는 남자분들도 집게를 써서 넣었다고 했다.
248
스레주 정말 고생이 많다
249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 물건인 210번.
210번은 CD였다. 창고를 나와서 컴퓨터에 CD를 넣고 재생해보니, 예전에 방송실에서 복사해갔던 내 연설이었다. 전국 영어 연설 대회에 나갔을 때, 학교에서 저학년들에게 좋은 공부가 되겠다고 내 연설을 녹음해서 틀어주고 그랬거든. 그 때의 CD가 들어있었다. 하지만 이 CD는 방송부와 나 외에는 누구도 가질 수가 없는 물건이었다. 따라서 이건 가벼운 절도죄로도 볼 수 있는거야.
...이 물건들이 왜 다 여기 있냐고?
이 물건들은 미쿠덕이 가택침입을 계획하기 전에 나에게 보낼 상자들에 넣을 물건들이었으니까. 경찰들이 이게 다 뭐냐고 말하자 미쿠덕은 수차례의 거짓말 끝에 결국 그렇게 실토했다고 한다.
251
물건구경을 다 끝내고 돌아오니, 어느덧 오후가 되었다.
경찰관님이 말씀하시는 게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건성으로 대답하고 무슨 정신인지도 모를 상태로 택시를 잡아타서, 병원에 돌아갔다. 그 날은 병실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만 잤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밥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냥 눈 앞이 새하얗고, 머리가 지끈지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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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은 오덕녀들을 비롯한 친구들하고도 연락을 끊고, 병원과 경찰서 두 곳만 왔다갔다했다. 이야기도 검진하러 오시는 의사분이나, 상태를 보러 오시는 하숙집 아주머니하고만 이야기를 했다.
그 와중에도 경찰서에는 담당 경찰관님의 아들인 양키가 자주 들락날락해서, 오후에 경찰서에 가면 양키가 있었기 때문에 오후에 가면 서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됐다. 이야기를 걸어오는 건 주로 양키 쪽. 나는 서류 쓰느라 바쁜 데다가, 그 때는 누구와도 말을 하고 싶지 않았거든.
그래도 양키는 마음이 대인배라, 서류 쓰는 것도 도와주고 위로도 자주 해줬다. 그러면서 여자애 혼자서 여기까지 오는게 대단하다고 하더라.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아서, 경찰서에서 나와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공원에 가서 울었다. 병원도 가기 싫고, 한국에도 가기 싫고, 그냥 거기서 사라져버리고 싶었어.
내가 왜 이런 싸이코한테 걸렸을까?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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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 두 달 동안, 양키와 나는 많이 가까워졌다. 양키는 경찰서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데리고 별다방에도 데려가려고 했고, 공원에서 팝콘을 사주기도 했다.
...데려'가려고' 라고 쓴 이유는 내가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남자와 둘이서 어딘가에 간다는 게 너무나도 끔찍했고, 몸서리가 쳐지게 무서웠거든. 오죽하면 대인배나 안경과도 연락을 끊고 지냈겠어? 가끔 오덕녀하고만 이야기하는 형편이었다. 결국 양키는 별다방 커피를 사와서 건네주었다.
...그러던 중에 병크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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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가 오후 시간대에 경찰서 앞에서 죽을 치고 있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본 담당경찰관님(원래 성격이 서글서글하신데다, 두 달 동안 꼬박꼬박 얼굴 도장을 찍다보니 친해져서 이제는 아저씨하고 부를 정도가 됐다) 은 양키를 불러서 서류 쓰기가 끝난 나를 데리고 공원이나 가라고 하셨다. 경찰서와 공원은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었거든.
아까도 말했듯이 남자 자체가 무서워져서, 전화할 때도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와만 통화하던 나는 거절하다가, 양키가 지금까지 한 행동을 떠올리고 왠지 미안해져서, 결국 알았다고 승낙을 했다. 양키는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일부러 미쿠덕 이야기는 피해줬다, 좋은 녀석) 를 나누다가, "뭐 먹을 것 좀 사올게" 하고 자리를 떴다.
나무 뒤에서 얼쩡거리는 누군가를 봤다면, 나는 양키를 따라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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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만 후드티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미쿠덕이었다. 후드티에는 케이온의 아즈냥이 프린트되어 있었는데, 씹덕 같아서 웃겼냐고? 아니,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았다.
나는 혼자 있다. 미쿠덕은 저기 있다.
공원은 한산하다.
내 주머니에는 그 때부터 항상 들고 다니는 커터칼이 하나 있다. 미쿠덕은 둔기를 들고 다닌 전적이 있다.
미쿠덕이 뭘 보내려는지 나는 두 눈으로 봤다.
양키는 지금 이 자리에 없다.
...데드엔드죠? 압니다.
참고로 나는 이 때부터 케이온 끊었다. 유이의 유자만 들어도 비명을 지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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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쿠덕은 성큼성큼 내가 앉아있는 벤치로 다가왔다. 마치 여고괴담의 그 귀신이다가오는... 그거 아니? 그 피카츄가 전광석화하는 기세로 탕!탕!탕!탕! 하고 화면 이 쪽 저 쪽으로 옮겨다니면서 앞으로 오는 그거 있잖아. 꼭 그걸 보는 기분이었다.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더라.
몸이 싸해지면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 때가 겨울이었는데...
살려달라고, 누가 나 좀 구해달라고 외쳐야 하는데, 꿈 속에서 몸을 움직이려는 것처럼 몸이 안 움직였다. 가위에 눌리더라도 그보다 더 끔찍할 수는 없었을거야. 눈이 점점 가까워지는 미쿠덕에게서 떨어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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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쿠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앞에 똑바로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죽을 것만 같았다. 정말로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당장이라도 녀석이 둔기를 들고(창문을 깼던 그건 알고보니 야구배트였다.) 내 머리를 후려갈길 것만 같았어. 조금만 더 그러고 있었으면 난 또 소변을 지렸을지도 모른다.
"...경찰서, 갔더라?"
하느님, 설마 이 녀석은 경찰서 앞을 미행을 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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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석상처럼 굳어있었다. 미쿠덕이 오밤중에 창문을 깨고씨익 웃던 거며, 경찰서에 프린트된 실사 강간 스너프 필름들이 주르륵하고 눈 앞을 스쳐지나갔다.
"병원에 들어가니까 따라가주질 못하겠더라. (스레주 본명) 그런 거 ㅈㄴ(suckily) 좋아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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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얀데레를 좋아한다고 말한 게 떠올랐다. 사실 지금도 얀데레는 좋아하지만미쿠덕은 싫어...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케이온은 진짜 싫음. 끔찍해. 케이온 팬들 미안...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굳이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화가 나서."
미쿠덕은 웃지도 않고, 그렇다고 미안한 표정도 아니었다. 감정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싸이코패스처럼.
아무튼 말의 뉘앙스를 들어보니, 시비 걸러 온 건 아닌 것 같았다...
"...무서워하고 소변 싸는 거 보니까, 흥분되더라?"
...내 손은 이미 반사적으로 커터칼을 쥐고 있었다.
수위 센 발언이면 미안하다. 아니, 애초에 수위 운운할 스레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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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터칼을 잡았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모두 헛수고가 돼. 내가 딱 그런 상황이었다. 수치스러운 말을 들었는데도 나는 그저 무섭고, 한 마디로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 상황에서 입을 열 수 있으면 너는 용자!
"경찰에서 내가 선물하려던 거 다 가져갔는데, 그건 봤어?"
내가 말이 없으니까 미쿠덕은 계속 말을 이었다.
"마음에 들었나 봐? 응? 대답 좀 해 봐. 잘났다고 911에 경찰까지 불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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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야 하는데.
도망을 가야 하는데 다리가 안 움직였다. 이런 자식을 사이코패스라고 해?
미쿠덕이 혀로 입술을 느물느물 핥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나.
"...그새 예뻐졌네?"
미쿠덕이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미쿠덕은
천천히
앞으로 쓰러졌다.
295
?!?!?1?????
296
뭐야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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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자 내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다름아닌 양키였다. 양키가 미쿠덕을 후려친 것.
사 온 아이스크림은 저기 바닥에 팽개쳐져 있더라고. 양키는 아버님이 경찰이라 유도 같은 걸 배웠다고 했었다.
"(스레주 본명), 괜찮아?! 괜찮아?!"
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엉엉 울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걷지를 못하는 걸, 양키가 핸드폰으로 아버지 불러서 미쿠덕 연행하고, 나를 업고 택시에 함께 타서 병원까지 데려다 줬다. 택시비도 지불해줬어....
병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오덕녀들은 깜짝 놀랐다. 안경과 멸치, 대인배도 오랜만에 왔는뎈ㅋㅋㅋㅋ 양키와의 첫만남이 이렇다닠ㅋㅋㅋㅋ
그나저나 다들 놀랐구나! 나는 무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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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는 별 이야기가 없다. 경찰서 정모에서 스케일이 좀 커지고, 미쿠덕은 심리센터에서 정신병원 처방까지 약간 강도를 올리기로 했다.
모두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덕분에, 나도 미쿠덕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찌...
참고로 양키는 그 후 나에게 고백을 했지만 내가 좋은 말로 거절했다.
이 일이 있고부터는 남자를 보면 오금이 저려서... 아버지도 조금 꺼리게 됐으니 말 다했지?
하지만 불굴의 양키는 친구부터라도 시작하자고 했다. 결국 지금은 친구부터 시작하고 있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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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내 썰은 이걸로 끝이다! 새벽까지 달려준 너희들 고생 많았다ㅠㅠ!
내가 이 사건으로 얻은 것들은
+남자를 보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후유증
+공포 영화를 아주 편안히 보게 됨
+잠 잘때마다 땀 범벅이 돼서 소스라치며 일어남
+그 외 여러가지 자질구레한 증세
+케이온 싫음
+하츠네 미쿠 싫음
+양키
+좋은 친구들
+그리고 스레더들 너희들이다!
고마워! 모두들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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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로 별일이 없다니 다행이다 스레주 ㅠㅠ
앞으로는 좋은일만 있기를 바랄께! 힘내!!
썰 풀어줘서 고맙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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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주도 굿밤!!!
이젠 나도 자야겠어
1차 출처는 스레딕 사이트일텐데.... 아주 정확한 주소는 못 찾겠어요ㅠㅠㅠㅠ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