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들어있는 리뷰입니다.
내용의 전반적인 부분을 모두 말하고 있으니,
아직 영화를 볼 예정인 분들은 리뷰 읽는 것을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1. 영상 리뷰
2. 활자
우리는 말합니다.
만약에 내가 그 곳에 가지 않았다면 당신을 만날 수 있었을까?
만약에 내가 그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와 헤어졌을까?
세월이 지난 뒤, 혹은 어떤 사건이 일어난 뒤,
우리는 항상 ‘만약’이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 ‘만약’을 말해주는 영화는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저는 그 수많은 영화 중 이번에는 <라 라 랜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세바스찬’과 ‘미아’는 우연치 않은 곳에서 우연치 않은 만남을 가집니다.
그 시작은 최악의 만남이라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계속된 우연치 않은 만남은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만들어줬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라 춤이 절로 나오게 되는 상황까지 만들어줍니다.
그러나 곧 전화벨이 울리며 현실을 직시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끌어당김은 생각보다 깊었습니다.
그 이유는 두 사람 모두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현실 속에서 꿈을 무시당하는 ‘미아’와 ‘세바스찬’
하지만 두 사람은 종합 예술이라 불리는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조금은 다르지만 많은 부분이 같은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하늘 위에서 춤을 추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차를 타고 서로 다른 길을 걷다가
마침내 하나의 차를 타고 하나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렇게 ‘미아’와 ‘세바스찬’은 서로에게 모든 것이 잘 이뤄질 거라 말하며
누구보다 서로의 꿈을 이해하고 지원해주는 동반자가 됩니다.
하지만 쉽게 꿈을 이뤄주는 판타지 세계는 현실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꿈은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는 공연과도 같았고
그들의 사랑은 즉흥연주 속에서 마찰을 일으키는 재즈와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재즈는 끝내 다 타버린 음식처럼 변해버리게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꿈이 이뤄진 행복한 세계가 언제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 앞은 그 세계가 어쩌면 오지 않을 것이라 말을 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오해와 아픔만을 남기며 서로를 처참히 무너뜨리게 됩니다.
그렇게 꿈과 현실 속에서 방황하던 그 시점에 ‘세바스찬’은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그것은 ‘미아’의 캐스팅 전화였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첫 번째 ‘만약’이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만약에 ‘세바스찬’이 공연을 다니고 바쁜 와중에 ‘미아’와 헤어졌다면,
그러한 상황 속에서 ‘미아’의 캐스팅 전화를 받았다면 ‘세바스찬’이 이 사실을 ‘미아’에게 전달했을까?
많은 사람들은 현실 속에서는 설렘으로 길거리에서 춤을 추고,
또 너무 기뻐서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감정을 느낄 시간이 없습니다.
그 시간보다 지금의 상황을 마무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세바스찬’은 ‘미아’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마지막 행동을 취하게 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게 마지막임을 알게 됩니다.
어두운 밤, 함께 바라본 풍경이 낮에 바라본 풍경이 다르게 보이는 것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그 때 그 색이 좋아보였던 이유는 너와 함께 바라보던 길의 색깔이라 좋아보였던 것을
두 사람은 알게 됩니다.
재즈라는 즉흥 속의 삶을 사는 ‘세바스찬’
대본이라는 미리 짜여진 세상 속 삶을 사는 ‘미아’
처음부터 두 사람이 추구하던 이상향 속 본질은 너무도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꿈’이라는 교차점에 의해 잠시 무뎌졌을 뿐입니다.
그래서 영화 초반 교통체증이 속에서 서로 다른 행동을 취한 것
‘세바스찬’이 ‘미아’의 꿈을 배우만이 아닌, 작가 겸 배우로 말한 것
‘미아’가 재즈가 싫다고 말한 것
이 모든 것들이 두 사람이 얼마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지,
얼마나 잘 모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단서들이었던 것입니다.
‘세바스찬’과 ‘미아’는 겨울이 다시 돌아오기 전,
사랑이라는 달콤함에 취해 모두가 춤을 추고 하늘을 날아다녔지만,
사실은 서로를 너무도 잘 몰랐다는 걸 그제야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세바스찬’은 이곳에 남아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겠다고 말하며 꿈을 이루겠다 합니다.
또 그녀가 파리로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지켜봐야하지 않느냐 말을 전하며 그녀를 밀어냅니다.
‘미아’ 역시도,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했던 천문대 풍경을 바라보며
솔직히 별로다 말하며 ‘세바스찬’을 밀어냅니다.
하지만 실제 두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세바스찬’은 재즈의 도시 파리를 언급하며 함께 가고자하는 마음을 내비췄고
‘미아’는 싫어했던 재즈가 좋아졌다고 말하며 마음을 내비췄습니다.
그러면 서로를 아직도 사랑하는 두 사람이 이와 같은 행동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파리로 함께 가자", "재즈클럽을 만들테니 나와 함께 하자." 라는 말을 하지 못한 것이라 봅니다.
만일 그와 같은 상황이 발생되면, 또 다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함께 행복을 나누던 그 때의 상황이 뒤바뀔 뿐
변하는 것은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차가운 속 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채,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전하게 됩니다.
“언제까지 당신만을 사랑할 것이다” 라고 말이죠.
그리고 영화의 끝자락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한 약속을 의도치 않게 지키게 됩니다.
세월이 흘러,
‘미아’는 자신이 원하던 배우가 됐고 또 가정을 꾸리고 있었습니다.
남편과 약속장소로 이동하던 중 ‘미아’는 영화 초반에 두 사람의 만남을 만들어준 교통체증을 바라보며
과거 ‘세바스찬’과 사랑을 나눴던 동네에서 저녁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찾은 가게에
과거 자신이 '세바스찬'에게 그려줬던 <SEB’S> 간판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간 '미아'는 그 <SEB'S>라는 가게를 운영하는 '세바스찬'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한 약속을 마지막으로 지키게 됩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만약에
만약에
하지만 감독은 말합니다.
삶 속에서 만약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요.
그래서 '세바스찬'은 그녀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담은 마지막 연주를 들려주며 사람들의 환호를 받습니다.
그래서 <라 라 랜드>는 마지막에 감독의 모든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비록 '세바스찬'도 '미아'도 서로의 사랑은 이루지 못했지만
서로에게 약속한, 그리고 서로가 진심으로 간절히 바래줬던 꿈을 이룬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서로를 너무도 사랑했지만 그 당시 현실 앞에서는 두 사람의 사랑이 더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을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미아'가 조금 일찍 이것을 깨달았을 뿐입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그것을 확인하는 장소가 바로 <SEB'S>인 것입니다.
'세바스찬'은 자신의 가게 벽면에 '미아'를 그려 넣으며 그녀에게 자신이 꿈을 이룬 것을 보여주길 희망했습니다.
그런 마음을 들은 '미아'가 우연치 않게 그를 찾아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사랑이 다시 시작되지 않았을까?
사랑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두 사람을 갈라놨던 '현실'이 작용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달렸던 자동차에서 내려 서로의 길을 갔기에 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도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즉 서로에게서 오랜 시간 떨어졌다는 것은 서로를 모르던 처음으로 돌아간 것일 뿐이라고 영화는 말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말한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겠다." 라는 말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현실 밖 이야기인 것입니다.
두 사람은 이 순간까지 사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랑보다 중요한 것.
더 가치 있는 것.
감독은 그것을 꿈이라 말합니다.
서로의 사랑으로 꿈을 이룬 두 사람이이야 말로 서로를 정말로 사랑한 것이라 말하고 있고
더 나아가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며 진정으로 아름다운 이별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바스찬’과 ‘미아’는 서로에게 한 약속을 지켜준 것에 감사하며
이젠 마지막이 될 미소를 서로에게 보이며 이별을 고합니다.
그리고 현실로 다시 돌아온 '세바스찬'이 새로운 연주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는 장면을 끝으로
영화가 마무리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통해 <라 라 랜드>는
사랑과 본질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이별을 받아드려야 하는지,
그리고 아름다운 이별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라 라 랜드>를 통해 이별 후, 그 해 겨울까지 홀로 추던 춤을 멈출 수 있었습니다.
[리뷰 2부] <라 라 랜드>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 (너와 함께 봤다면 더 좋았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