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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의 끝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게시물ID : readers_108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ampo
추천 : 0
조회수 : 61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1/09 14:05:59
대학도 정해졌고 할 일도 없겠다, 이제는 소설이나 쓰고 있는 예비 대학생입니다. 

최근에는 단편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단편소설을 거의 한 달 동안이나 질질 끌면서 쓰고 있습니다. 그것도 거의 후반부에서 막힌 상태입니다.

문제는 간단합니다.

이 소설, 끝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소설의 진행이 멈추니까 다시 진행하기도 힘이 듭니다. 게다가 다른 문제점들도 계속 보이고요.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을 잘 살린 것일까, 문맥은 잘 살린 것인가, 좋은 소재를 망쳐버린 것이 아닐까, 내가 지금 이런 글을 써놓고 자칭 취미 소설가라고 우기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고민 끝에 결론을 냈습니다. 일단 소설의 끝을 대충 매듭짓고, 남들에게 보여줘서 조언을 받기로 했습니다. 

밑에 있는 단편은 제가 고민하던 그 소설입니다.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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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고래의 공포.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어떻게 UNISDR의 현장조사원에 낄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운석이 지구를 지나갈 , 저는 제 인생 마지막으로 할 일은 침대로 기어들어가 죽은듯한 숙면에 빠지는 거라 확신했거든요.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래, 저런 걸 봤으면 이제 죽어도 좋은 거야'라고 평했던 유성우와 맨눈으로 똑똑히 보이는 운석의 항행을 볼 수 없었죠.

제가 깨어난 것은 새벽 3 경이었습니다. 길거리가 축제 분위기였어요. 어떤 남자가 이렇게 외치더군요.

"살아 있어! 난 살아 있다구, 이야아아아아!"

어쨌건 공포의 운석무리는 지나갔습니다. 저는 제 인생이 구원받은 뒤 처음으로 할 일이 침대로 도로 들어가 못다 잔 잠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깨달았죠.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갑자기 전화가 오고 문자가 울리고 메일이 몇 통 도착하더군요. 대체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전화였습니다. 몸은 건재하냐, 부모님은 잘 계시냐, 등등. 그런데 제가 개인적으로 알던 교수님이 보낸 메일이 있었습니다. 제게 알바 겸 단기근무를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죠. 전 그게 뭔지도 모르고 수락했습니다. 그렇게 조사단원에 참가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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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ca 운석 충돌지점 현장 보고서(인도 히마찰프라데시 주)

보낸 사람: [email protected]        받는 사람:[email protected]

...(전략)

 Orca 운석이 대기권에서 마찰열과 풍압으로 파괴되고 남은 파편이 사방에 흩뿌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크기는 지름 몇 Cm에서 수십 m로 다양했고, 작은 파편의 경우 표면이 얼어있었습니다. 파편이 떨어진 지역은 인도 북부, 네팔, 히말라야, 심지어는 카슈미르 지역에 걸쳐 분포되어 있습니다. 사건 당시 Orca 운석군을 제외하면 지구에 근접한 물체가 없었으므로, 동 시간대에 아시아에서 관찰된 유성우와 운석은 모두 Orca-1445 하나에서 나온 것입니다.

...(중략)

우리는 지금 현지긴급구호반 사무실에 거처를 잡고 있습니다. 시간이 되는데로 샘플을 준비해놓겠습니다. 주요 연구원이 도착하는 데로 넘길 수 있도록 말입니다.

첨부파일은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설명은 사진 여백에 쓰여있습니다.

 

한 가지만 확실히 합시다. 여기 공무원들은 아주 공공연하게 뇌물을 요구하더군요. 이거 어떻게 처리할 방법 없습니까?

첨부파일: 현장사진_최종본_20131227.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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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하기 싫습니다. 아니, 전 인도를 비하한 게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제가 다녀온 지역은 특정한 국가가 아니라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져 사람이 죽고 다친 재난 지역이었습니다. 재난 지역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 언제든지 떠올리고 싶은 추억이었다, 하는 사람은 진성 싸이코패스겠죠.

... 재난지역에 다가가기 전에 느낀 바로는 생각보다 발달된 나라였습니다. 그게 가장 객관적인 평가겠네요. 첫 날은 그야말로 정신 없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기차역으로 이동했고, 종착역에서 내려 어떻게든 택시를 잡으려 했죠. 결국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루를 교통수단 안에서 보낸 셈이죠. 그 고생 끝에 당도한 재난 지역은 먼 발치에서 보기에도 엉망진창이었습니다.

현장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지역 경비를 담당한 책임자 뒷주머니에 돈을 좀 넣어준 끝에야 현장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 지역 전체가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운석에 맞아 부서진 사람들과, 뭉개진 집에서 끌어낸 시체들, 어느 집 하수도에서 터져 나온 오물. 장화랑 산소호흡기를 준비했어야 했는데. 우리가 가진 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면마스크 뿐이었죠. 제가 폐호흡을 한다는 사실을 저주하고 싶을 정도로 심했습니다.

비린내랑 지린내가 뒤섞인 악취 때문에 위장이 뒤집어지는 걸 참아가며 사진을 찍었죠. 어디를 찍든 사람 시체가 한 구 이상은 찍혔어요. 삼십 분 정도 돌아다니며 메모리카드가 꽉 찰 정도로 셔터를 눌러댔죠. 어쨌건 임무 자체는 성실하게 해냈습니다. 결국 길바닥에 토사물을 쏟아내고 옷에는 지독한 냄새가 배었지만.

전문 연구팀은 다음날 도착했습니다.

SUV 짐칸 가득히 뭔가 싣고 와서 긴급구호소 주차장을 점령하려는 걸 겨우 말렸더니, 이번엔 경찰들이 몰려들더군요. 그 날은 정말 피곤했어요.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죠. 북동쪽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풍겨오는 악취. 밤이 되면 전깃불이 모조리 꺼져 텅 빈 암흑으로만 짐작할 수 있는 마을의 모습. 그 마을은 이미 죽음 그 자체였습니다. 그 근처에서는 벌레도 울지 않았어요. 그나마 제가 여기 있을 시간이 2주가 채 안 남았다는 것에 하루하루를 버텨나갔습니다. 이제 왜 제가 인도에 대해 생각하기 싫어하는지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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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ca 운석 충돌 1차 보고서.

보낸 사람:[email protected]  받는 사람: [email protected] ( 28)

Glitch가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은 이번 사태의 전말을 쉽게 알려주는군요. 현장의 상태가 그의 사진실력만큼이나 엉망진창이라는 거요. 아시다시피 저는 동남아시아 쓰나미 사태 때도 현장에 가봤습니다만, 여긴 더 심하더군요. 병원에 실려온 시체 바구니에, 사방에서 진동하는 시체 썩는 냄새와 정신 사나운 마을 사람들까지...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지경입니다.

어쨌건 연구 상황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Glitch가 준비한 '운석'의 샘플 검사 결과는 이 조각들이 석질 운석의 조각도 아니고, 철질 운석도 아니라고 하는 군요. 정확히는 운석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건 살입니다.

, 이 보고를 읽고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Orca-1445는 유기질 운석입니다. 언론에서 떠들던'우주 고래'운운도 그다지 틀린 표현은 아닌 것 같군요. ...'운석'이 해양포유류 고래인지 아닌지는 떠나서 말이에요.

 

Orca-1445의 파편은 밀도가 낮고, 이는 부피 대비 질량이 적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파편의 종단속도가 보통의 운석의 것에 비해 비교적 느리다는 것입니다. 차이점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같은 부피와 모양의 쇠공과 스티로폼 공을 떨어뜨리는 차이죠. 또 어쨌건 ''이기에, 철질 운석보다는 무르고 약할 겁니다. 구조가 약하기에 대기권 돌입 과정에서 불타고, 부서지는 정도가 심하겠죠. Glitch가 말했듯 대기권에서 표면이 얼어붙는다 한들 여전히 보통 운석보다야 약합니다.

이번에 이렇게 사상자가 많이 나온 이유는 주택이 부실하다는 것과 사람들이 경고방송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데 있는 것 같군요. 똑같은 게 뉴욕 맨하튼에 떨어졌다면 200명도 채 죽지 않았을 겁니다.

 

유일하게 걱정되는 것은 부패입니다. 전 지금 인도 공권력의 부패를 걱정하는게 아니라(물론 그 쪽도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살덩이로 판명된 운석이 썩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겁니다. 이 지역에 떨어진 유기질 운석 파편은 총 질량이 최대 5만 톤 가까이 됩니다. 살덩이가 부패하면서 유독물질을 내뿜으면 근방에 있는 식수원, 토양, 어쩌면 대기까지 오염되겠죠. 요컨대, 질량 병기에서 생화학 병기로 바뀌었다고 할까요.

 

내일은 현장에서 더 많은 샘플을 수거할 것입니다.

FOB 후보지를 정했습니다. 펀자브 주에 있는 병원입니다. 연락처랑 주소는 첨부파일을 확인하세요. Issac NicoleOrca-1445의 진입속도와 진입각도로 지면에 도달했을 때의 속력을 알아냈어요. 이 파일도 첨부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내일 중으로 연구장비와 보관장비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이왕이면 탈취제랑 험상궂은 해병 한 개 소대도요.

첨부파일: FOB후보지.doc , 1차보고서.doc , Orca-1445진입....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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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보고서가 미국으로 날아가고 있을 때 즈음, 저도 미국으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인도에서 있었던 안 좋은 기억은 죄다 잊어버리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통장 잔고를 확인할 생각에 조금은 들떠있었나 봐요. 이제 Orca운석이니, 우주고래니 하고는 기내식에 딸려온 조간 신문에서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UN과 관련해서 인도에 다녀왔단 말을 집안에 퍼트렸더군요.

"UN인턴이라니! 네가 UN에서 일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거기 있는 동안 고위직에 있는 사람도 만나봤어? 혹시 모르잖아, 네가 UN에 정규직으로 들어갈지도!"

이런 호들갑 떠는 소리는 그나마 괜찮지만, 저를 무슨 우주고래 전문가로 숭배하는 시선이 생겨났을 때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심지어는 학교에도 소문이 났더군요. 이런.

어느 날은 제게 네팔에 있는 친구의 소재를 파악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완전히 무시하기가 어려운 부탁이었어요. 그 애가 얼마나 걱정하는지 뻔히 알면서 매몰차게 굴 수는 없었죠. 그래서 '인도에서 알게 된 고위직'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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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네팔에 외국인 관광객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

보낸 사람: [email protected]        받는 사람:[email protected]

아는 후배가 있는데, 고등학교 동창이 네팔에 트래킹 가고 나서 연락이 안 된데. 그 지역 자국민 피해 현황 같은 자료 있어? 아니면 그런 걸 구할 수 있는 사이트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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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혹시 네팔에 외국인 관광객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

보낸 사람: [email protected]  받는 사람: [email protected]

피해 현황? 내가 알기론 없어. 내 말은, 그걸 확인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는 뜻이야. 특히 히말라야는 더 그렇지. 악천후니 뭐니 해서 며칠 연락이 끊기는 일이 종종 일어나.

그러니까 그 후배한테는 그냥 무사할 거라고만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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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월 만에 조카에게 문자가 왔는데, 이번에도 우주고래 운운으로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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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Ellie                      편집

통화                                          연락처 정보

우주고래가 태양을 스쳐

지나갔다는데, 만약 다시

돌아온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일이 있을 것 같아?

 

우주고래도 있는데 안 될게 뭐여.

 

돌아온다고 쳐보자.

그래도 최소 몇 달은 걸리겠지.

우주고래의 속력이 그렇게

빠른 것은 아니거든.

 

...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네가 다음 중간고사에서

전과목 A를 맞을 정도의 확률로.

 

나 요즘 공부하는데.

 

물리학 공부? 그래서 물어본 거야?

 

아니. 소설 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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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거의 일주일이나 시달렸습니다.

친지와 학우 분들의 뜨거운 관심과 열기가 슬슬 안정화될 때였습니다. 인도에서 주연구팀으로 왔던 (그리고 제 사진 찍는 실력을 까댔던) CatHolic이 제게 메일을 보냈어요.

참 묘한 타이밍이었습니다. 제가 은하 변두리 행성에 테라포밍 미생물을 뿌려 토착생물을 괴롭히던 도중이었죠. 게임을 끄고 뭐가 왔는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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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일 좀 봐줘. 어떻게 생각해?

보낸 사람:[email protected]  받는 사람:[email protected]

-----Original Message-----
From: <[email protected]
To: < [email protected]>; 
Cc:
Sent: 2013-12-26 (목) 14:42:02
Subject: $@#@!
대학 천문대에서 보낸 자료.

...(중략)

결론만 말하자면, Orca 운석군의 일부, 또는 전부가 태양의 인력으로 인해 궤도가 수정되어 지구와 충돌하는 가능성이 있다. 컴퓨터 모델링으로 계산해 본 결과, 최소 수 기에서 최대 수백 이상의 운석이 NEO로 지정될 수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실제로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중략)

현재까지 가장 최악의 결론을 도출한 시뮬레이션은 Orca-13이 지구와 초속 15km의 속력으로 격돌하는 결과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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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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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냐구요? 일단 방금 절멸한 베텔기우스IV 행성 토착생물군에 애도를 표하고, 아무 생각 없었어요. 그 때는 게임 중이었다구요.

좀 나중에는 그렇게 이지적이고 쾌활한 여자가 그런 음침한 논문을 보낸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왜 그녀가 메일을 보냈을까.' 라는 질문에 '불안감'이라는 대답을 한 것은 최근의 일이었지요.

 

그렇게 6개월이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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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고래군이 되돌아오고 있답니다.

글번호 : 15536   작성자우주포경선 (가입일자:2011-05-14 방문횟수:222)

추천/반대89/21               조회수 : 6623

제가 자주 들르는 사이트에 우주고래 군이 되돌아 오고 있다는 내용의 스레드가 있더군요.

http://www.physicsagora.com/astronomy/thread.php!t=445126

어떻게 판단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댓글 24.

Lemontree:이런 말도 안 되는 글 좀 그만 봤으면 좋겠다;;

우주포경선:ㄴ원글 출처를 보시죠 말도 안되다뇨

Lemontree:피직스아고라가 저명한 물리학자가 강의 하는 곳도 아니고, 인터넷만 끼고 사는 잉여도 가입할 수 있는 사이트인데 그게 무슨 상관?

카르티오:벙커라도 지어야 하나...

달그림:마지막으로 우주고래에 대해 들은게 2달 전이었는데, 시간 참 빨리 가네.

조밀조밀:우리 다 망함?.

튜버:NASA에서 우주고래들이 태양을 향하고 있다 했는데 여기 오기 전에 다 녹을 듯.

Glitch:작년에는 아이손 혜성이더니 이번에는 Orca 운석군입니까?

Glitch:결론만 말하겠습니다. 운석군의 일부 개체가 우연히 지구로 향할 수도 있고, 그 글의 내용도 그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지만, 그게 우주고래와 지구의 충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년에 NEO로 지정된 우주고래가 몇 마리였죠? 무려 3000마리를 넘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겨우 4마리만 지구에 떨어졌습니다. 심지어 하나를 뺀 나머지는 바다에 빠졌고요. 우주고래와 충돌한다는 말은 조심해서 들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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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Ellie                      편집

통화                                          연락처 정보

NASA에서 우주 고래가 태양에

근접했다고 하던데 그럼 어떻게 되는거?

그걸

나한테 묻냐

이과잖아.

.

구워지겠지

우주에는 산소가 없어서 불타지는 않아.

하지만 열을 받고 단백질이 변성될 수는 있어.

그게 구워지는 거야. 태양에 너무 가까워지면

구워지는 걸 넘어 승화하겠지.

플라즈마화 된 잔해들이 태양풍에 날려

꼬리처럼 보이는 거야.

이해가 안되는데.

세 줄로 요약해봐.

인터넷에 '헬리혜성' 쳐봐. 그렇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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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고래가 돌아오면 어쩌지? 중얼중얼. 태양 중력에 잡힌다고 다 빨려 들어가는 것은 아니래. 속닥속닥. 내친구가 그러는데... 소근소근.

 

가을이 지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얼굴에 와 닿는 공기가 차가워집니다. 이제 겨울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해 봄은 올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불안해 합니다. 가을 초입부터 싹트기 시작한 두려움이, 어째서인지 점점 거대해지고 있습니다. CatHolic이 그 미심쩍은 메일을 전세계사람들에게 돌린 것은 아닐 텐데 말이에요.

배가 침몰하기 전에 쥐떼가 미리 짐작하고 어디로 피한다는 말, 들어봤나요? 대충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매장에 가면 종종 통조림이 다 팔려있다던가. LPG나 양초 같은 것을 사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도 하고요. 인터넷에는 '운석충돌 시 살아남는 법' 따위가 소개되는 등등.

어쩌면 인간도 대재앙을 감지하는 능력이 미약하게나마 있을지도 모릅니다. 너무나 미약해서 통조림 몇 캔, 양초 몇 가닥에 흐뭇해하는 그런 능력이요.

 

...

 

두 달쯤 전이었습니다. 한창 가을이 깊어지고 가로수의 나뭇잎이 말라비틀어지는 시기였습니다. CatHolic이 메일을 한 통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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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름에 해변 갔다 왔어?

보낸 사람:[email protected]  받는 사람:[email protected]

오사카 해양 연구소 3차 보고서.

...(중략)

속칭 '우주고래' 에 의한 해양오염이 상승한 수온 때문에 가속화되었다. 해양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은 우주고래 내부에 존재하는 미생물이며, 이 미생물은 지구에서 발견된 바 없다. 미생물이 우주고래의 구성물을 분해하며 가스와 변성단백질, 기타 유기물을 배출한다. 이러한 물질의 구성요소 일부는 지구 생태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그 구조와 특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흡입하거나 섭취했을 경우 면역체계가 반응할 수 있으며, 이는 연구원 "       "의 사례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가스는 독성이 있는 것으로 확실시되니 취급에 주의해야 한다. 북서태평양에 추락한 우주 고래는 그 질량이 엄청난 것이고, 오염물질이 해류를 타고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으므로 가능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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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혹시 여름에 해변 갔다 왔어?

보낸 사람: [email protected]        받는 사람:[email protected]

왜 이런 메일을 보낸 거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너도 알겠지만 나는 생물학하고는 관계가 멀어. 환경 쪽도 마찬가지야. 만약 도움이 필요하면 전에 인도에 같이 갔던 교수님을 소개시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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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e: 혹시 여름에 해변 갔다 왔어?

보낸 사람:[email protected]  받는 사람:[email protected]

밖에서 만나. 할 얘기가 있어.

 

11번가에 있는 세인트라울 공원에서 만나자. 내일 오후2. 콜럼버스 동상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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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미리 약속 장소에 나와있었어요. 벤치에 앉아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마다 경계하면서. 검은색 서류가방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 소련에서 도망쳐온 핵물리학자 같았습니다.

"물건은?"

농담을 알아듣지 못하더군요. 첩보영화를 자주보지 않는 모양이죠.

"누가 따라오기라도 하냐는 거야. 왜 그렇게 경계해?"

"그냥. 다른 사람들이 우리 대화를 엿들으면 안돼."

"무슨 이야기인데 목소리까지 낮춰가며 얘기하는 거야?"

"지난 3개월간 인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잔뜩 경계한 태도. 엿들으면 안 된다, 지난 3개월, 인도.

이 모든 것이 제 앞에서 펼쳐졌습니다. 저는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뭔가 안 좋은 일이구나. 그렇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인도에 떨어진 운석이 부패하기 시작하자 과학자들은 꽤나 당혹스러워 했습니다. 이는 '죽은 살점은 언젠가 썩는다.'는 지구의 상식이 우주에서 날아온 유기질 운석에도 통용되기 때문이 아닙니다.

부패한 살점에서 너무 지독한 냄새가 나고 썩은 물이 줄줄 흘러내렸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현상이고 응당 그래야 하지만, 이게 너무 심해졌습니다.

집과 땅이 자신의 모든 것인 지역주민들마저 버틸 수가 없다고 피난 갈 지경이었답니다. 이쯤 되지 연구원들도 관측을 위한 최소 인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대피했습니다. 주민 몇 명이 질식하고 상수도는 모조리 침출수에 오염되어 산소호흡기와 식수를 헬기로 공수했을 정도라니까. 그 정도면 갈 때까지 갔죠.

 

장소를 옮겼다고 연구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현장에서 수집한 샘플로 우주고래와 그 미생물의 여러 특성을 알아냈습니다. 우주고래는 아미노산과 단백질, 지방산, 여러 금속과 비금속 원소를 포함한 유기질 운석이다. 이쯤 되면 그냥 고래라고 불러도 되겠지만, 어쨌건. 미생물은 우주고래 안에 기생하며, 우주고래의 유기물을 이용하여 물질대사를 하고, 번식한다. 우주고래 미생물의 물질대사 부산물은 인체에 유해하다. 뭐 그런 거죠.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Orca-13만한 우주고래 개체가 26기 이상 바다에 추락할 경우 우주고래의 유기물과 미생물에 의한 물질대사 부산물 때문에 심각한 해양오염이 일어날 수 있다. 오사카 해양 연구소에 의하면, '심각한 해양오염'은 해양생물종의 절멸을 의미한다.

 

별로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뭐뭐가 얼마 이상 되면 무엇이 불안정해진다/위협받는다/멸종한다." 운운은 흔히들 써먹는 전략이잖아요. 공포분위기를 만들어서 예산을 더 타낸다던가.

그 시뮬레이션이 얼마나 정확한지, 그러니까, 변수를 충분히 고려했는지, 수치에 과장되거나 빠진 부분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우주고래는 지나갔지 않습니까.

 

우연히 한 두 마리 돌아올 수도 있겠죠. 작은 고래가 큰 고래에 부딪혀 튕겨나올 수도 있고. 우주고래가 수천 마리는 되니까 우연히 한두 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겨우 이거 가지고 스파이처럼 굴었던 거야? 별 거 없는데."

"되돌아온대."

"뭐가? 우주고래? 어떻게?"

"수성에서 스윙바이로. 정확히 지구로 향하고 있어. 앞으로 세달 반이면 지구 공전궤도상에 있게 돼."

"하지만... 스윙바이는..."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궤도를 바꾸는 기술.

왜 이걸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수학적인 계산이 필요할 정도로 너무 정교한 기술이라서? 가속도를 얻어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방법이라고만 생각해서? U턴 할 때 쓸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몰라서? 정확히 지구를 향할 리 없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우주고래가 단순한 운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지구로 온다고? 몇이나?

전부!

언제 충돌한다고?

세달 밖에 안 남았다니!

지구에 충돌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지?

그걸 굳이 말해야 할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지? 이건 불가능해!

"때때로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

그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그녀는 떠났습니다. 그녀의 서류가방은 지금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안에는 뭐가 들었냐구요? 서류들. 보고서, 메일, 메신저. 뭐 그런 것들.

우리가 얼마나 흉악한 위기에 처했는지 담담하게 설명하는 문서들. 이렇게 정확하게 알 수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거의 없다고 말하는.

그리고 이런 상황을 어떻게 잘 숨기고 있는지 말하는, 그런 문서들.

 

보고서가 인용한 자료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논리의 비약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명확했습니다.

 

이제 한 달하고 조금 남았네요, 인류 멸망.

 

저는 이를테면, 그 날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셈입니다.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과 제가 모르는 모든 사람들의 몫까지요.

그런데도 오늘 세상은 평화롭기만 합니다. 방송은 여전히 오락프로그램과 쓰잘데기 없는 뉴스를 반복해서 들려주는군요. 대중의 관심과 흥미도 우주고래로부터 멀어졌습니다. 지금 이 시간도 우주고래의 형태로 포장된 인류 멸망이 초속 16킬로미터로 가까워지는데 말입니다. 사람들은 그저... 관심을 끊었네요. 마치 쉰 떡밥에는 물고기가 몰려들지 않는다는 듯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날수록 이 글을 쓰기도 어려워집니다. 마지막으로 남길 글을 쓰겠다는 핑계로, 다음에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핑계로, 오늘도 되돌릴 수 없는 하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무책임하게, 무가치하게, 흐르는 강을 바라보는 것처럼 무심하게. 그렇게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포기한 것일까요? 어쩌면 이게 제가 선택한 방식의 죽음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을 알고 공포에 질린 채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지내다가...

그렇게 가는 거죠. 그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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