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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에게 초심은 과연 뭘 의미하는 걸까
게시물ID : humorbest_7133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환상☆
추천 : 100
조회수 : 8360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7/16 05:36:15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7/15 21:10:01
'무한도전', 예능 선구자의 뼈아픈 성장통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주말 저녁 인터넷 게시판을 들여다보면 매주 반복되는 논쟁이 있다. 바로 '이번 주 < 무한도전 > 이 재밌었는가?'에 대한 갑론을박이다. 한쪽에선 '이번 주가 최악이다'고 하면, 또 누군가는 '정말 재밌었는데, 이런 반응이 의외다'라는 반론을 펼친다. 가끔 과격해지면 1920년대 팽팽히 나뉜 사상가들처럼 '빠'와 '까'의 결코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대립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쨌든 이 논쟁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뿐 결론이 나지 않는다.


지표는 논란을 가중시킨다. 시청률은 10% 초반에서 움직이지만, 토요예능 1위의 왕관은 언제나 사수한다. 2007~2008년 기본적으로 시청률 20%는 넘기고 26%까지도 심심찮게 찍던 마이클 조던 시절 시카고 불스 같은 철옹성은 아니지만 공중파의 위력이 절감된 시대적 흐름을 감안하면 위기라고 하긴 힘들어 보인다.

그럼에도 < 무도 > 이기에 사람들은 지금 반문한다. < 맨발의 친구들 > 을 보고 진짜 재밌는 게 맞느냐고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다. 엄지를 내리는 이들도 복잡 미묘한 심정인 게다. 재미없다는 감정이 어색하지만 찝찝하다. 변해버린 것이 < 무도 > 인지 예능을 예전처럼 즐기기엔 커버린 것이 자신인지 정작 모르겠으니 다른 사람의 생각을 확인하고 안심하고 싶은 것이다.

이 논쟁에 결론을 내리자면, '재미는 깨알 같이 있다. 허나 재미의 맥락은 실종됐다'고 정리할 수 있다. 박명수의 오목 까막눈 같은 중간 중간 몇 개의 웃음 포인트는 있지만 전체 진행 흐름과 완성도의 바탕이 되는 맥락이 잡히지 않는다. 최근 방영된 '마이너리티 리포트' '여섯이 네 고향' '웃겨야 산다' 등의 특집은 모두 탈 형식화된 < 무도 > 만이 할 수 있는 기획이었다. 허나 재미를 참신한 기획에서 오는 스토리가 아닌 게임과 몸개그에서 재미를 찾다보니 용두사미의 꼴이 나고 말았다.


몸개그를 흔히들 < 무도 > 의 초심이라 말하지만 < 무도 > 가 특별한 예능이 된 이유는 캐릭터의 관계망과 시청자들과 함께하는 스토리에 있다. 이것이 이른바 < 무도 > 가 창조한 리얼 버라이어티의 공식이다. 그리고 기존에 없던 참신한 기획을 뒤받쳐준 스토리의 원동력은 바로 중구난방으로 놀던 못난 남자(소년)들이 서서히 함께 힘을 모아 이뤄낸다는 '성장' 코드였다.

그런데 바로 이 프로그램의 틀과 콘셉트가 무너졌다. 대한민국 평균보다 모자란 여섯 남자는 이미 업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연예인이 되었다. 연예인들이 나와 얼마나 똑같이 군 생활을 하는지에 오감이 집중되고( < 진짜 사나이 > ), 나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주거환경 속에서 비슷한 고민과 생활을 하며 사는 것을 지켜보면서( < 나 혼자 산다 > < 아빠 어디가 > ) 동질감을 느끼는 시대에 < 무도 > 의 멤버들은 이미 장가도 잘 가고 다들 십억 대의 아파트나 빌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대부분이 가장인지라 노홍철을 제외하곤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지르고 나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제작진 또한 더 이상 방송을 찌질한 너드(nerd) 콘셉트를 고수하지 않는다. 콘서트나 레슬링이나 조정 특집처럼 문외한들이 우여곡절 끝에 도전하는 장기 미션의 감동도, 리얼 버라이어티의 핵심인 성장하는 캐릭터도 없어진 이유다.


최근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이 바로 게임과 몸개그다. 편을 가르고 차량을 이용해 시민들 곁에서 게임을 하는 건 < 무도 > 가 처음 발명한 것이긴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게임포맷에 최적화된 < 런닝맨 > 에 미치지 못한다. 왜냐면 < 런닝맨 > 은 모두가 게임의 룰을 인정하고 보는 쇼에 가깝다면 < 무도 > 는 그것보다 훨씬 다큐멘터리나 스포츠에 가까운 '생물'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 무도 > 의 게임과 몸개그가 재미와 의미를 가지려면 시청자들이 그들이 노는 모습에 흠뻑 빠져들 맥락이 우선되어야 한다. < 런닝맨 > 은 그것을 쇼의 법칙으로 정해서 시청자들에게 공지하지만 지금의 < 무도 > 는 아무런 정서적 장치가 없다. 그래서 닭싸움, 뜨거운 것, 매운 것, 차가운 것 빨리 먹기, 타이어 넘기기, 오목, 알까기 등의 맥락이 단절된 게임들이 계속될수록 재미 논란이 불거지는 것이다.

< 무도 > 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개척자로서 소년이 어엿한 어른이 되는 성장 그 다음 단계로 접어든 첫 번째 리얼 버라이어티다. 아직 이런 상황에 걸맞은 정서적 맥락과 재미를 찾지 못하면서 지쳐 보인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멤버들의 에너지와 의욕의 절대량이 떨어진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결코 그것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흥미롭게도 이번 주 < 런닝맨 > 에서 보여준 2013 아시안 드림컵에 출전한 하하와 유재석의 긴장된 모습은 몇 해 전 < 무도 > 의 여러 장기 특집에서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평균보다 한참 모자란 이들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힘써 맞서면서 나오는 감동과 감정. 네버랜드 같은 < 런닝맨 > 에서는 둘 다 다소 모자란 소년의 모습으로 통했다. 여전히 어떤 판이 깔리느냐가 중요하단 이야기다.

솔로 시절 연애사를 지켜보았고, 가정을 이룬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함께 세월을 보냈다는 연대와 따스함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여전히 굳건하다. 하지만 공중파 예능은 팬진이 아닌 방송이기에 지속가능한 재미로 승부를 봐야 한다. 그래서 '예능사관학교'와 같은 몸개그에 치우치는 특집이 계속되는 것이 갸우뚱하다. 한 회를 터트릴 수는 있지만, 그냥 휘발되는 웃음은 인공호흡기일 뿐이다. 그 예전 소년명수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건 몸개그 덕만이 아니라 안티 히어로에 가까운 예능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제 장난꾸러기로 살아가던 시절은 끝났다. 사람들이 < 무도 > 에 대해 매주 왈가왈부하는 건 다음 버전에 대한 촉구이다. 그것을 뭉뚱그려 초심이라 부르기는 하지만 실제로 초심을 찾겠다고 게임과 몸개그에 집중한다면 끊임없는 논쟁이 이어질 것이다. 지금은 아이처럼 놀 때가 아니라 어른이 된 멤버들에 걸맞은 < 무도 > 의 새로운 정서와 장치가 필요한 때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email protected]

[사진=MBC, SBS]



http://media.daum.net/entertain/enews/view?newsid=20130715130204502



정말 완벽하게 정리한 글이네요
특히 '재미는 깨알 같이 있다. 허나 재미의 맥락은 실종됐다' 이 부분이 가장 정곡을 찔렀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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