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시위대가 터뜨린 소화기 연기를 뚫고 '죽창'이 날아들었죠. 방패로 막느라 정신이 없어 눈을 찔린 것도 몰랐습니다"
대전 민주노총 시위에서 부상한 서울경찰청 제1기동대 15중대 의경인 강호경(21) 일경이 입원한 21일 부산 서구 동아대학교병원 입원실 7301호실.
2남 중 막내아들의 상태를 걱정하는 어머니 장순덕(50.여)씨의 시선을 받으며 왼쪽 눈에 플라스틱 안구 보호대를 두른 강 일경은 16일 오후 6시께 대전에서 일어난 상황을 담담히 돌아봤다.
지난해 9월 입대한 8개월차 강 일경은 16일 대열의 가장 앞에서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었다고 한다.
얼굴 앞쪽에 보호철망이 달린 방석모를 쓰고 있었지만 날카로운 대나무 끝은 철망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강 일경의 왼쪽 눈에는 대나무 조각과 깨진 방석모의 보호철망 조각이 박혔다고 한다.
"처음엔 눈을 찔린 것도 몰랐는데 뒤에 있던 고참이 '네 눈에서 피가 난다. 내가 앞으로 갈 테니 대열 뒤로 빠지라'고 했습니다. 구급차에 타고나서야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 걸 알았습니다. '이러다 실명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났습니다"
강 일경은 16일 오후 11시께 대전 인근의 A대학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응급수술 후 일주일가량 통원치료를 받으면 된다"는 소견이었지만 일주일 병가를 받아 집 부근 동아대학교 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은 결과는 전혀 달랐다.
강 일경의 가족은 "눈동자 아래 뼈가 부러졌고 눈물샘과 눈꺼풀 수술도 받아야 한다고 들었다"며 "특히 뼈 수술은 2주 안에 받아야 한다는데 수술 도중 눈동자가 파열될 우려가 있다더라"고 전했다. 가족들은 "앞으로 수술을 세차례 더 받아야 한다더라"라고 걱정하고 있었다.
시위 대응이 전문인 기동대 소속 의경이지만 시위대가 수천명이나 모인 대규모 집회는 처음 겪어봤다고 했다.
"전에도 몇 차례 집회에 대비해 출동한 적은 있었지만 이 정도 집회는 겪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죽창을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강 일경은 소속 부대에서 '시위대가 대나무를 사용하면 방패로 얼굴을 가리라'는 교육을 받긴 했지만 "막상 현장에 나가자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려움이 앞선 탓이다.
'(철망이 달린) 구식 방석모가 아니라 (얼굴 앞부분을 투명 아크릴로 감싸는) 신형 방석모를 썼더라면 부상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불감청 고소원'일 뿐이다.
강 일경은 "아크릴 방석모는 1기동대 소속 9개 중대 중 3개 중대원에게만 보급돼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청 1기동대에서 군 생활을 한 형의 권유로 동의대 1학년 과정을 끝낸 뒤 의경에 지원했다는 강 일경은 "치료가 끝나는 대로 부대에 복귀해 군 생활을 마치겠다"고 애써 씩씩하게 말했다.
하지만 다친 아들을 부대로 돌려보내야 하는 어머니 장씨의 표정엔 안타까움이 묻어있었다.
"큰 애도 의경 출신이라 시위 뉴스를 볼 때마다 불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군인은 다쳐도 되는 걸로 생각하는 건지... 앞으로 폭력시위는 제발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장씨는 "소속 부대에서는 이번주 토요일(23일)에 상경해 '경찰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하는데 치료만이라도 집 가까운 부산에서 받을 수는 없겠느냐. 팔.다리도 아니고 자칫하면 실명할 수도 있다는데..."라며 병실을 나서는 기자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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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뉴스를 볼때마다 정말 슬픈것은 어째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일부의 사람들 때문에
힘없는 대한민국의 한 청년이 희생당해야만 하는것인가 입니다.
참. 뭣같은 현실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