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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니어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게시물ID : thegenius_144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환상세균
추천 : 15
조회수 : 887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4/01/05 18: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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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니어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 이들이 모여 게임을 한다


는 컨셉을 가지고 추진하는 TVN의 서바이벌 게임입니다. 시즌1에 해당하는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은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게임이 흘러가는 내용이 단순했다는 게 아니라, 게임을 풀어가는 출연진들의 행보가 단순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작진이 던진 문제를 보고, 연구하고, 유리하다싶은 상황에서는 연합을, 그렇지 않을 때는 개인 플레이를 하며 각자가 생각하는 필승법으로 게임을 대했습니다.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승리를 위해 머리를 굴리다 보니 재미있는 반전 상황이 많이 벌어졌습니다. [더 지니어스]가 인기를 끌었던 요인들 중 하나는 바로 이 상황의 역전에 있었죠. 이런 걸 영리한 편집으로 살려낸 프로그램의 기지도 대단했습니다. 시청자들의 열광 속에서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은 끝이 났습니다. 물론 이런 류의 서바이벌 게임이 다 그렇듯 시청자들이 좋아하거나 또는 싫어하는 출연자가 있기는 했습니다만, 게임에서 형성된 관계를 바깥으로까지 꺼내 맛탱이가 간 한 사람을 빼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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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이 사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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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이 사람은 아닙니다




시즌2, 시청자들이 맛탱이가 간 이유


는 의외로 복잡하지 않습니다. 시즌1에는 있었지만 시즌2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몇몇 출연자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도 물론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더 지니어스 - 룰 브레이커] 출연자들의 게임 풀이 방식입니다.

현재 5화까지 진행된 시즌2지만 아직 '지니어스'라는 명사에 걸맞는 창의적인 게임 풀이가 나온 적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1화부터 하나의 게임을 두고 각자의 풀이 방법이 달랐던 시즌1과는 대조적입니다. 게임에 대한 이해 - 풀이 방법 연구 - 최소한의 필요 인원을 구한다, 는 방식으로 흘러갔던 시즌1과 달리 시즌2에서는 게임의 내용과 관계 없이 무조건 많은 인원들을 구해 다수로 소수를 압살한다, 는 방식이 계속해서 반복되었습니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맛탱이가 갑니다. 이런 형태는 [더 지니어스]라는 제목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배반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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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가넷을 버는 게 낫습니다




연합도 게임을 풀이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연합 작전이 [더 지니어스]에 맞게 통용되려면 시즌1 2화의 대선 게임처럼 지능적인 과정이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은 대선 후보가 게임의 승리자가 된다, 는 규칙을 가진 이 게임에서 김구라는 특유의 기지를 발휘해 소수 연합이 다수 연합인 듯 착각하게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시즌1에서는 무조건 우르르 모여 '우리는 다수라서 유리, 너네는 소수라서 불리' 하는 식의 구도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는 있었지만요.

시즌2의 더 큰 문제는 이런 연합의 구도가 출연진들 개인의 친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논란이 일기 시작한 시즌2의 4화는 알게 모르게 유지되어온 친목 연합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편이지요. 시청자들이 불편해 하는 이유가 게임과 상관 없는 막무가내 친목 연합에 있다는 건 너무나도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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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 궁금하시죠? 시즌2를 보고 같이 맛탱이가 가시면 돼요 ^^




추악한 승리, 아름다운 패배


를 슬로건으로 밀고 있기 때문에 [더 지니어스]의 기획자는 이런 현상을 반기는 눈치입니다. 인터뷰에 따르면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더 지니어스]라는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여과 없이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는 게 그 이유죠. 시청자들이 승자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보기 보다는 패자의 입장에서 보고 느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는 게 [더 지니어스]를 만든 사람들의 의견입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더 지니어스 - 룰 브레이커]가 발판으로 삼은 전작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은 그런 기획자의 의도와는 완전히 반대의 이유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대체적으로 신의를 지키며 영리한 두뇌로 끝까지 플레이에 임한 사람이 우승 상금을 거머쥐게 됐으니까요. 사람들은 우승자의 깨지지 않는 멘탈과 기막힌 게임 풀이에 열광했습니다. 프로그램 초반에는 추악한 승리와 아름다운 패배가 그려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많은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결승에는 그저 아름다운 승리와 아름다운 패배만 있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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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고 아름다운 차유람도 있습니다
뭔소리야
 
 
 
 
세상이 원래 이런 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심리학에서 유명한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처럼,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추잡한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는 게 [더 지니어스]의 원래 목적이었는지도 모르죠. 그러나 그런 기획 의도에도 불구하고 시즌1의 출연자들은 서로 믿고 도우며 때로는 뒤통수도 치고 다시 믿고 도왔습니다.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은 흥행에서는 성공했지만 기획 의도를 살리는 데는 실패했던 작품이겠죠.

즉, 시즌2에 맛탱이가 가 버린 시청자들과 이에 쾌재를 부르는 제작자들은 처음부터 프로그램에 기대하는 부분이 달랐던 겁니다. '지니어스' 간판이 무색한 허술한 게임과 허술한 게임조차도 다수가 모여 압살하려 드는 출연진들의 친목 연합 구도는 확실히 [더 지니어스] 제작자의 의도와 좀 더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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께, 께임잉데 호 홓자할 수 잉스면 홓자해야지
부족한 딕션을 포풍 두뇌로 커버하는 갓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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께, 께임잉데 호 홓자할 수 잉스면 홓자해야지
부족한 딕션을 포풍 두뇌로 커버하는 갓진호




근데 세상이 정말 그래?

하고 묻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세상이 [더 지니어스]의 기획 의도처럼 추악한 승리와 아름다운 패배로 가득 차 있냐고요. 추악한 사람이 이기고 아름다운 사람이 지는 세상이냐고요. 막연하게 세상은 더러워,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 하고 넘겨 짚을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당장 시즌1만 봐도 제작자들의 의도대로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았으니까요.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지금 시즌2의 상황은 암담하고, 다수로 뭉친 사람들은 계속해서 게임의 내용과 상관 없이 소수를 배제하고 있습니다. 은근히 이런 구도를 반기는 프로그램의 구성 또한 한 몫을 합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여전히, 어쩌면 [더 지니어스 - 룰 브레이커]가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세상이 이렇다, 는 다수의 출연진들과 프로그램의 제작자들을 향해 아니 그건 그렇지가 않다, 고 바로 맞서는 사람이 나올 때, 시청자들은 그 사람을 '룰 브레이커'라고 불러줄 테니까요.




2014. 01 05.
환상세균.

진정한 룰 브레이커는 PD죠.
갑자기 가넷 하나당 저한테 백 만원씩 주셔야 합니다, 하고 반전이 뙇!
맛탱이가 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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