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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가 생겼다.
게시물ID : lovestory_627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예이츠
추천 : 8
조회수 : 57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03 21:57:44

 부끄러워서 고게에 익명으로 쓰고 싶었는데 고민은 아닌 것 같아서 여기에 한번 써본다.

여자친구는 알바하던 빵집에 단골손님이었는데, 알고보니 중학교 시절 잠깐 다녔던 학원의 아는 누나였다. 처음에 나는  전혀 기억을 못했지만 그녀가 나를 기억해줬다. 

관심은 있지만 티는 못내고 크리스마스는 다가오고 알바와 손님 선을 넘지않으며 속만 태우던 때에 그녀가 나에게 먼저 연락처를 건냈다. 그날 나는 놓치지않고 커피한잔 마시자며 용기를 내었고, 며칠 뒤인 크리스마스 이브날 데이트하며 자연스럽게 사귀게 되었다. 누가 먼저 연애하자는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어쨋든 지금은 커플이다.

그녀와 나는 조금 다르다. 그녀는 삼남매의 왁자지껄한 가정환경에 매달 가족행사로 바쁜 화목한 집안의 장녀이고 나는 이혼가정에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반 외동아들이다. 형이 있긴하지만 아홉살 터울에 내가 어린시절부터 함께 살지않았다. 나는 형과 오분 십분 본 것을 제외하면 몇년간 본 적 조차 없다. 올 여름 결혼을 한다는데 결혼식에 가야하나 고민이다.

나는 명절날엔 그냥 집에 있는다. 엄마는 이모들에게 간다. 그럼 명절은 나 혼자다. 외롭거나 슬프다고 생각해본적은 단 한번도 없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니 그녀가 글썽인다. 다가오는 설날에 찌짐을 갖다주겠단다. 자기네 집이 큰집이고 본인이 장녀라서 음식을 직접 한다고한다. 그녀와 나는 집도 가깝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 삼분도 안걸리는 거리다. 솔직히 이번 설은 조금 기대된다.

그녀는 연애가 처음이라고 한다. 예전에 한번 일주일 정도 남자와 사귄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 남자가 사정을 해대서 사귀다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전화로 이별통보를 했다고 한다. 연애를 안해보기엔 이쁜 얼굴인데 강단있는 성격이다. 그래도 설마 연애를 안해봤거니 싶긴하지만 여대를 다니기도 했고 취향도 특이한 편이라서 그럴만도 하다.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이 김C라고 하니 말은 다 한 것이다.

나는 연애를 좀 해본 편이다. 결단코 문란하게 살진 않았지만 어쨋든 여자와 겪어볼 일은 다 겪어본 셈이다. 그녀가 가끔 능숙한 내 모습에 어느 여자였냐며 핀잔을 주는데, 싫은 눈치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오랜만의 연애다. 사실은 사랑에 크게 실패했었다. 꽤 오래전 일인데 얼마전까지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요즘은 마음이 편하다. 

그녀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 연애에 서툴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이 사람이 정말 나쁜 마음 먹은 남자에게 빠졌다면 큰일 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직 교제하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그녀가 마음을 너무 활짝 열어버렸다. 나도 모두 받아주는 편이다. 

그녀는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꿈을 위해 다시 대학교에 입학한다. 삼월이 되면 이 지역을 떠나게된다. 장거리커플이 되는 것이다. 경험상 장거리가 되면 여자쪽에서 먼저 지치는 일이 많다. 자신있겠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솔직히 마음이 편안하지는 않다. 얼굴이라도 못났으면…. 그러나 하루하루 가까워지는 관계를 생각하니 나도 믿음이 생긴다. 그리고 뭐, 이뻐봐야 풋풋한 20살들 만하겠는가. 내가 이렇게 말하면 나에게 화 낸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바로 방금 전 그녀가 집에 왔다갔다. 내가 감기기운이 미약하게 돈다고 하자. 잠깐 들렀다갔다. 한손엔 김밥, 한손엔 타이레놀을 들고왔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녀와 나 둘 뿐이었다. 

나쁜마음이 안 들었다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런데 엄마에게 15분만 허락맡고 왔단다 ㅋㅋ. 그 말에 피식 웃고 그녀가 사온 깁밥을 먹고, 약을 먹은 다음 가벼운 입맞춤 뒤에 그녀를 돌려보냈다. 사랑스러운 여자다.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지금 이 느낌을 활자로 남기고 싶다. 

요즘은 마음이 아주 충만하다. 산다는 건 아주 좋은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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