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력 일간지 ‘디 벨트(Die Welt)’가 최근 “한국을 배우자”는 내용의 기사를 잇따라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디 벨트는 8일 세계 평면 텔레비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LG, 삼성 등 한국 기업을 배워야 한다고 보도하며 LG의 활약을 자세히 보도했다. 지난달에는 “한국의 영화를 배워야 한다”며 할리우드 영화의 공습 속에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한국 영화에 대한 부러움을 나타냈다. 이 신문은 한국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한국인들은 동아시아의 독일인이라고 불린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3류였던 한국 제품이 일본 따라잡다니… 경이롭다”
독일 일간지 디 벨트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3류 백화점에서 볼 수 있던 LG 텔레비전이 가장 주목받는 제품이 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사무기기 전시회 '세빗 2004'에서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LG전자 PDP TV. [사진=연합뉴스] 디 벨트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3류 백화점에서 볼 수 있던 LG 텔레비전이 가장 주목받는 제품이 됐다”며 “LG전자는 평면 텔레비전 시장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매년 경이로운 판매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현재 세계 평면 텔레비전 시장의 규모는 370억 유로이며 2007년까지 적어도 두 배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가 일본 마쓰시다그룹 소속 파나소닉을 상대로 PDP 기술 특허 소송을 제기하고 마쓰시다그룹이 역시 LG전자를 일본 법원에 고소한 것에 대해서는 “양 회사 사이에 한 치도 밀리지 않으려는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마쓰시타그룹의 소송 맞불작전에도 LG전자는 여유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 10월 10만대의 평면 텔레비전을 수출하는 등 매출에도 큰 영향이 없었다”고 전했다.
디 벨트는 LG의 선전에 부러움을 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과 효율적인 전략적 기술제휴가 주효했다”고 평했다. 이 신문은 또 “기술과 자본 집약적인 하이테크산업 분야에서는 이제는 어떠한 기업도 홀로 설 수 없으며 유럽의 기업은 자존심만을 내세우다 제휴에 눈을 돌리지 못 했다”고 아쉬워 했다.
지난 4월 시작된 삼성SDI와 일본 후지쓰간의 법정분쟁도 언급하면서 “삼성 또한 세계전자제품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기업이며 평면 텔레비전 시장에서 뒤쳐진 소니가 삼성과 제휴했다”고 소개했다.
전자제품시장에서의 한국 기업의 약진에 대해 독일 만하임에 있는 유럽중앙연구소 소속 마틴 파이퍼 연구원은 “한국이 유럽전자 제품회사의 부진으로 주인이 없어진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며 “단기간에 기술이 뛰어난 일본 기업을 향해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은 정말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할리우드 공습 속에서 기적 이뤘다”
제61회베니스영화제에서 기자 간담회에 참석 중인 임권택 감독. ‘임권택 회고전’이 2005년 2월 베를린 영화제에서 선 보일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달 26일에는 “독일 영화계는 한국 영화계로부터 배워야 한다”며 최근 한국 영화의 눈부신 성장에 대한 부러움을 나타냈다. “독일 영화계, 한국에게서 배워야 할 몇 가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디 벨트는 “오늘날의 한국 영화는 더 이상 십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을 뿐 아니라, 자국 내에서는 이미 할리우드 영화들이 위협을 느끼고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한국 영화는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성과 지적 우수함으로 아시아 시장을 점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도 선풍적인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며 “’동아시아의 독일인’으로 평가받는 한국인들은 2005년 2월 베를린 영화제의 ‘임권택 회고전’을 시작으로 10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주빈국 자격으로 참가 하기로 예정돼 있는 등 독일에서도 대대적인 문화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일은 현재 자국 영화의 시장점유율이 15%에 그치고 있다. 10여년 전 한국 영화의 국내 점유율과 비슷한 수준. 디 벨트는 “독일과 달리 한국이 이와 같은 기적을 이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세계화 추세의 와중에서도 영화관, 배급망, 재정문제 같은 영화산업의 모든 연결 고리들을 손에 꼭 쥐고 자국 내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또 “8~90년대 보호정책으로 이념 논쟁이 활발하지 못했던 독일과 달리 한국 영화계의 이념경쟁은 치열하기까지 하며 이념간의 경쟁에는 상업성과 예술성도 함께 어우러져 있다”며 “2004년 상반기에 한국영화가 영화 티켓 판매수익의 73 퍼센트를 차지한 것도 쿼터제와는 무관하다”고 평했다.
디 벨트는 “한국은 미국적인 시장경제의 내부를 자신들만의 내용물로 채워가고 있으며, 한국 영화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며 “한국 영화의 대부격인 임권택 감독은 내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경의를 표하는 특별상을 받을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김기덕, 박찬욱 감독 등 한국 감독의 작품도 소개했다.
디 벨트는 끝으로 “한국 재경부는 영화사가 수입의 30%를 문화진흥기금에 납부 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액수만큼 영화사는 세금을 면제받아 향후 5년 이내에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추진 중”이라고 소개하며 “왜 독일재무장관은 이런 생각을 못 하는가”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 '동아시아의 독일'이란 표현은 좀 그렇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