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르신들에게 ‘수구꼴통’이라면 답답해하지만, 정작 그분들과 대화하고자 했던 마음은 있었는지 돌이켜 생각해 봅시다. 대통령 보고는 불통정치라면서 우리 스스로는 아버지, 할아버지와 불통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해 봅시다. 어쩌면 우리가 우리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윤직원 영감’이 되도록 내버려 뒀는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대통령은 주먹만을 내밉니다. 우리도 주먹을 냅니다. 하지만 주구장창 주먹만 내면 이 상황이 끝나지 않습니다. 서로 큰 소리를 지르는 것이 대화는 아닙니다. 큰 소리와 작은 소리를 동시에 낼 수 있는 자세, 주먹과 이를 감싸는 보자기를 같이 낼 수 있는 태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안녕들하십니까’를 통해, 나의 아픔이 오로지 나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서로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평소에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던 그분들께 안녕하신지 직접 말을 걸어볼 차례입니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도 안녕하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기 때문입니다. 광장에서 가스통을 돌리시는 어르신도 추운 겨울 가스비 걱정을 마음 한 켠에 갖고 계실 겁니다. 그저 안부 묻듯이 우리의 이야기를 해봅시다. 할아버지 연금 이야기, 아버지 직장 이야기, 우리 등록금 이야기... 다가오는 설날에, 할아버지, 할머니께 안녕하신지 여쭤봅시다.·무엇 때문에 안녕하지 않은지 얘기도 하고, 서로 이해해보고 공감해 봅시다.
핀잔 들을 수도 있겠죠. 뺀찌 먹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용기 내어 말을 걸어드립시다. 세대간 화합, 거창한 게 아닙니다. 세대 간의 속삭임,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합니다.
서로 안부를 묻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다시 안부를 묻게 되는 때가 오더라도, 그때의 세상은 지금보다 조금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이기를 바랍니다.
안녕하길 바랍니다. 새해에는 안녕합시다.
-2013년 마지막 날의 끝자락에서, 학교를 떠나는 지구환경 08학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