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결과 남극해 열수구에서는 다른 곳에서와는 매우 다른 새로운 생물상이 펼쳐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내용을 담은 논문은 지난 3일치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실렸다.
잠수정이 보내오는 2600m 심해저의 독특한 생물상은 연구자들을 놀라게 했다. 대륙이 확장하는 대양저 산맥은 새로운 지층이 생성되는 곳으로, 땅속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흘러나와 물을 데우며 광물질이 풍부한 시커먼 열수가 굴뚝처럼 곳곳에서 뿜어져 나왔다.
해저의 수온은 0도, 하지만 열수는 323도에 이르는 고온으로 분출구 근처에 생물들이 모여있었다.
▲게와 부착동물로 뒤덮인 열수 분출구 굴뚝. 막대가 1m이다. 사진=NERC, ChEsSo
이곳의 예티 게는 다리와 집게 대신 가슴에 털이 난 것이 특징인데, 해저 1㎡당 최고 600마리까지 바닥을 빽빽하게 뒤덮고 있었다.
▲남극 열수 분출구에서 발견된 신종 예티 게의 모습. 막대는 10㎝이다. 사진=NERC, ChEsSo
이밖에 학계에 보도되지 않은 종류의 거북손, 삿갓조개, 말미장, 고둥, 불가사리 등이 발견됐다. 유령처럼 창백한 새로운 종류의 심해 문어도 잠수정의 조명을 보고 출현했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바다의 열수 분출구에서 흔히 발견되던 관벌레, 조개, 게, 새우 등이 이곳에선 전혀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남극 열수 분출구의 신종 말미잘. 사진=NERC, ChEsSo
▲유령처럼 창백한 신종 심해 문어. 사진=NERC, ChEsSo
▲신종 거북손과 불가사리. 사진=NERC, ChEsSo
이제까지 학계에선 남극의 열수 분출구 생물이 강한 해류를 타고 외딴 다른 바다의 열수 분출구로 확산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 책임자인 로저스 교수는 “남극해의 거친 조건, 특히 극심한 계절적 변동이 동물 확산을 막는 일종의 장벽 구실을 한 것 같다”며 “이 연구로 이제까지 우리가 생각했던 심해저 생물의 세계적 확산에 관한 가정은 바꿀 수밖에 없다”고 <비비시> 인터넷판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열수 분출구는 생명이 탄생한 극한 환경을 지니고 있어 생명의 기원과 한계,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연구장소로 주목받고 있으며, 우리나라 연구진들도 최근 열수 분출구의 발견과 조사에 나서고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의 원문 정보
Rogers AD, Tyler PA, Connelly DP, Copley JT, James R, et al. (2012)
The Discovery of New Deep-Sea Hydrothermal Vent Communities in the Southern<br />Ocean and Implications for Biogeography.
PLoS Biol 10(1): e1001234. doi:10.1371/journal.pbio.1001234
출처 :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진
심해 열수 분출구에 사는 거대한 관벌레 '리프티아'
그들이 화산에 귀를 기울이면 저주받은 자들의 비명을 들을 수 있다거나, 심해 열수 분출구에 사는 거대한 관벌레가 <마가복음> 9장 43~44절에 등장한다는 믿음을 일부 신자들에게 준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손이 죄를 짓게 하거든 그 손을 찍어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꺼지지 않는 지옥의 불 속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불구의 몸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는 편이 낫다. 지옥의 벌레는 죽지 않으며, 불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p488-
심해열수구의 300도가 넘는 곳에 사는 관벌레
바다속 2000미터 아래 300도가 넘는 심해 열수분출공
태평양에서 발견된 열수분출공 주변을 가득 메운 거대한 관벌레가 마치 장미정원 같다.
붉게 보이는 이유는 혈액 속에 헤모글로빈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과학동아
전 세계 해양 평균 수심은 4,000미터 가까이 되며, 심해저에는 태양 에너지가 도달할 수 없어서 광합성을 하는 일차 생산자가 생존할 수 없다. 심해저에 서식하는 동물은 결국 바다의 표면에서 해저로 떨어져 내리는 유기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것들은 해양 생물들이 분해되고 남은 잔해물로써 '바다의 눈 (marine snow)'이라 불린다.
1977년 생물학 역사상 가장 흥분되는 발견 중의 하나가 있는데 해양학자들이 잠수정 앨빈 호를 이용하여 동부 태평양의 갈라파고스 제도 부근 해저 산맥에 있는 심해 열수구 지역을 탐사하고 있었다. 그들은 태양 에너지가 전혀 도달하지 못하는 그곳에서 뜻밖에 많은 생물의 군집을 발견했는데, 모두가 처음 보고되는 새로운 생물이었다.
수천 미터 깊이의 심해저에 있는 열수구 지역은 지각 활동으로 인해 흘러나오는 뜨거운 용출수 때문에 주변의 해수에 비해 온도가 높다. 곳에 따라서는 열수구로부터 섭씨 350도가 넘는 해수가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지각 틈새에서 흘러나오는 고온의 해수에는 다양한 광물질들이 녹아 있으며, 다량의 황화수소가 포함되어 있다. 그 지역에서는 검은색의 매연을 내뿜는 굴뚝과 같은 구조가 광물질의 침전으로 형성된다.
심해 열수구 지역에 '리프티아'라고 불리는 커다란 관벌레가 있는데, 매우 독특하게 진화된 영양 방식을 갖고 있어서 입이나 소화 기관이 없다. 그 대신에 관벌레는 '영양체(trophosome)'라고 불리는 매우 특수한 기관이 있는데, 그 안에는 세균이 가득 차 있다. 리프티아의 몸통은 기다란 관의 안쪽에 들어 있다. 관의 바깥쪽으로 돌출된 밝고 붉은색의 깃털구조는 아가미와 같은 역활을 하며, 이산화탄소와 산소, 그리고 황화수소를 교환한다. 관벌레의 순환계는 매우 잘 발달되어 있고, 순한계 속의 혈액은 황화수소와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특수한 헤모글로빈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관벌레는 황화수소를 세균에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그 세균들은 화학 합성을 통해서 관벌레에게 먹이가 될 유기물을 공급하며, 관벌레는 세균이 필요로하는 황화수소를 비롯한 무기물을 공급한다.
심해 열수구에서는 화학 합성 세균이 해양의 표층에서 광합섭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같은 일차 생산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수천 미터 깊이의 심해에서 태양 에너지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생물이 진화되어 왔던 것이다.
키가 2m 넘게 자라나는 관 벌레(tube worm)는 입도 장(腸)도 없다. 박테리아에게 자기 몸을 내주어 키운 뒤 다시 그 박테리아를 잡아먹고 에너지를 얻는 매우 특이한 방식의 공생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서양에서 발견된 열수 분출구 근처에서는 빛을 감지할 수 있는 눈이 달린 새우가 떼 지어 살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 최초의 생명체는 열수 분출구 안에서 탄생했고, 빛을 감지할 수 있는 일부 생명체가 얕은 바다로 이동해 광합성 생물로 진화한 덕분에 지상의 모든 생명체가 생겨나게 되었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북태평양과 북대서양의 2630m 아래 열수구에서 사는 해양생물들. 프랑스의 심해잠수정인 노틸러스호가 1997~1998년 탐사했다. 열수구에서는 검은 연기처럼 섭씨 350도의 뜨거운 물이 분출하고 있으며 이 안에 든 화학물질들이 박테리아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며 이들과 공생하는 커다란 관모양의 관벌레들이 집단서식한다. 이곳에 사는 폼페이벌레는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곳에 사는 생물로 여겨지고 있다. 대서양 중앙부 2200m 심해에 사는 새우때도 뜨거운 물을 견디며 사는 종이다.
출처 : Daum블로그 -무신론과 진화론-
열수분출구에 사는 심해지렁이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