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혼자 조조로 보고 온 오징어 입니다.
사실 커플이긴 한데 시간이 정말 안맞아서 기다리다가
막내리면 어쩌나 조급한 마음에 결국 혼자보고 왔습니다..
관람전엔 작년 26년을 기준으로 변호인을 상상했습니다.
26년은 기반자체가 픽션이라 그런지 뭔지 일단 원작에 많이 못미쳤었고
여러가지면에서 아쉬운점이 많았어서, 이번 변호인은 좀 더 완성도 높길 고대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후기를 보고, 영화가 흥행가도를 달리는것을 보고 내심 기분도 좋고
정말 좋은 영화가 나왔겠구나. 필이왔죠
노무현이란 실제 인물을 제하고 영화자체만을 보더라도
본 사람이면 누구나 가슴속에 무언가 꿈틀거림을 느낄수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내용은 스포일수 있으므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보면서 전 엇그제 광화문 집회가 떠올랐습니다.
전 종로에 있는 회계학원에 다니는 고시생입니다.
집회나 데모에 대해선 왠지 부정적인 느낌이 강해서
그동안 시사에 관심은 있으나 그 권리를 주장하는 모임에 대해선 회의적이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운동'이란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있어서
대학교때에 소위 운동권인 풍물패에서 활동은 했으나
운동에 관련되어서는 알려고하지도 않으면서 나쁘게 생각했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고 엇그제 시청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도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지금 잘못된게 많다고 생각했고, 현 정권 뿐만아니라 기득권세력의 여러가지 만행에 대해서
개탄하고 울분의 마음은 가지고 있으나 행동은 하지않는 모순적인 방관자였습니다.
엇그제는 학원 끝나고 밥먹으로 종각쪽으로 나갔는데 경찰들이 쫙깔려있더군요.
닭장차로 무슨 트랙만들듯이 해놓구요.
참 궁금하더라구요. 그안은 무었이 있길레 행인보다 많은 경찰이 있고 버스들로 다 가려놓았는가.
그래서 쉬이 돌아봤습니다. 뭔데 이라는데? 하면서요
그안엔 시위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손엔 피켓이나 전단지?를 들고. 남녀노소.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도 더러있고 아이와 함께온 부모님들도 있었습니다.
( 그 안을 확인 하려면 광화문 일대를 쭉돌아야 할정도로 방벽이 아주 촘촘했고 경찰들이 골목골목을
다 막아놨더라구요)
이게 뭔가? 이런 행동들은 하면 안되는거고 보여주면 안되는것인가?
경찰들은 뭘 지키려고 대규모 병력이 골목골목을 지키고 있는건가?
만일의사태? 폭력?
머리속이 복잡했습니다. 상식과 눈앞에 현실 싱크가 안맞는? 배운것과 적용이 다른? 모습은
참 생소한 느낌과 생각들을 가져다 주더라구요.
혼자 싱숭생숭하다가 아침 댓바람부터 혼자라도 변호인을 봤습니다.
이야기가 점점 진행되면서 저는 엇그제 봤던 광경들, 현재 언론과 인터넷이 따로 노는 모습,
국정원 의혹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적출당한 검찰총장, 수사과장, 담당검사 등등이 너무나도 겹쳐보였습니다.
부림사건은 80년대 초 얘기라는데, 왜 30년된 지금과 이리도 비슷한겁니까?
시사에 관심이 없던 내가 보던 평화로운 일상과 이런 답답한 현실은 왜이리 다른겁니까?
아무리 언론탄압, 부정선거라 하더라도 50:50의 선거결과와 (저는 공정하게 해도 현저한 차이가 날거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독재를 어떤면으로든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더불어 과거 일제통치까지 정당화하는 사람들은 같은 한국인 맞습니까??
참 답답합니다. 전 공산주의건 독재건 뭐건 그 구성원들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고, 그 안에서 합의된 것이라면
정당화되는것이 민주주의라 생각하고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정한 절차로 (구성원들 다수의 합의로) 공산주의가 이뤄지는거고, 이에 반하는 사람들이 떠날수 있는 자유가 있다면
박정희가 되었든 전두환이 되었든 북한이 되었든 관계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사람들은 그런 과정들이 없었고, 소수 인원이 타인의 자유를 박탈하기 때문에 지탄받는것 아닙니까??
국정원 사건을 포함해서 예나 지금이나 일련의 일들이 나름의 명목은 있으나 (개인이나 소수 집단의 명목은 있겠죠)
그 실행에 있어서 이렇게 다른사람의 자유를 억압하고 침탈하는건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겉 모양새가 좀 다르고, 신경끄면 나름 편한 세상이라고 해서 정당화 될수 없습니다.
지금 사회는 제가 어렸을때부터 생각했던 우리나라만의 장점, 가치들을 많이 잃어버린것 같습니다.
'돈' '경제'만이 최고의 가치가 되고 '우리' '정의' '정' 은 사라졌습니다. 개인만 잘되면 이기적 행동도 필요하다고 인식되죠.
오늘 변호인이란 영화를 보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극중 송우석 변호사도 개인적은 친분이 계기가 되서 눈을 뜨게 되지만, 이처럼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여된 상황이 아니었으면
돈 밝히는 잘나가는 변호사 생활을 이어나갔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동창 기자와 등돌릴만큼 다른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고문형사가 이런말을 했죠. 6.25는 끝나지 않았다고. 잠시 쉬고있을뿐이라고
저는 일제를 포함한 군사통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느껴집니다. 잠시 쉬는척 할뿐이지.
저처럼 생각과 행동이 다른 어정쩡한 사람도, 이런 일들에 관심없는 사람들도. 누구나 이 영화를 통해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식으로 생각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같은 영화를 보고 공안검사나 판사의 행동을 옹호하는 것도 자유이고 그 개인에겐 옳은것입니다.
저 또한 개인의 생각으로 그런 사람들을 경멸하고 인정하지 못할뿐입니다. 이것이 민주주의 아닙니까?
많은 이들이 명대사로 꼽는건 이유가 있네요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국가,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뭐든 괜찮으니 공정하게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이미 그들은 국민을 대표하는데 나와 비슷한 소수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걸까요?
정말 안녕하지 못한 연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