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스스로가 감옥입니다.
고교시절 우리반에서 소풍계획을 짤 때 '조용히 고독을 즐기는 시간도 배려하자'는
말을 했다가 급우들에게 웃음을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을 정도로.
그 시절 저는 소위 말하는 내향적인 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슨 행사에 가서 떠들썩하게 동참하기보다는 혼자 조용히 있거나
혼자 내 재미를 찾는 것이 훨씬 좋은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대학생활에 접어들면서는 다른 모습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데모도 얼마나 열심히 참여하였는지.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엄청 무리속으로, 사회속으로 들어갔고
또 그것이 좋기도 하였습니다.
알게 모르게 좀 더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향을 보이려고 노력하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전의 내향적 성격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람은 내향적이기도 하고 외향적이기도 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사람은 그냥 총체적 존재입니다.
어떤 조건이나 여건이 그렇게 돌아가면 내향이 되기도 하고 외향이 되기도 합니다.
내향적인 사람도 정도의 차이지 외향적 측면도 있고 그 반대도 그러합니다.
문제는 어느 쪽으로든 치우치는 것은 결코 잘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찌 되었건 우리는 잘 살아야 하니까요.
내향적 성향이 강한 사람은 모임에 가기 싫고 혼자 있고 싶고 하는,
그러한 삶을 살고 싶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고 싶은 내 성향대로 사는 것이 편하고 좋으니까요.
누가 뭐래도 내 성향은 그것이니까!! 라고 하며,
자기 성향을 굳게 견지하려 할 것입니다.
나는 나의 삶을 사는 것이지 타인의 눈에 맞게 사는 것이 아니니까요.
여기까지는 분명 사실입니다.
틀렸다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도 있습니다.
비유가 좀 거슬릴지도 모르겠으나
동굴속에만 있었던 존재에게는 그 동굴이 편하고 좋을 수도 있습니다.
바깥으로 나가기도 싫고 나가야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런데 과감하게 틀을 깨고 바깥으로 나가면 새 세상이 나타납니다.
상상해 보십시요.
동굴속에서만 살던 어느 생명체가 동굴 바깥으로 처음 나와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요?
혼자 있기 좋아하고 혼자 하는 걸 좋아할 수 있지만
그 좋아하는 것은 절대로 인간의 본래적 속성은 아니라고 봅니다.
인간의 본래적 속성은 그것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합니다.
외향적이라 하여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여럿과 어울리고 바깥으로 치닫는 경우 또 자신의 내실을 채우는 것에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외화내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게 외향적인 것만을 좋아하는 것도 인간의 본래 속성은 아닙니다.
인간은 총체적이고 엄청난 존재입니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내면을 잘 응시해 보면
혼자 있으려 하는 뭔가가 자기의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그 뭔가가 사실은 우리를 혼자 있게 하려는 속성을 나타내게 합니다.
그 뭔가를 놓아 버리면 혼자 있기를 좋하하는 것이 없어집니다.
그때가 되면 왜 내가 혼자 있으려고만 했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혼자 있으려고만 하는 그 뭔가가 바로 자기를 가두는 감옥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혼자 있으려는 것이 무슨 죄인양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이란 누구든지 그런 감옥을 무수히 가지고 있습니다.
내향적 행위든 외향적 행위든 치우친 그 하나는 무수한 감옥중 하나일 뿐입니다.
다 잘 살아야 할텐데....
가르침이라고 주는 글 중에는 내향을 부추기거나 죄악시 하는 글들이 있습니다.
부추겨서도 안되고 죄악시 해서도 안됩니다.
그냥 우리 모든 인간이 가진 허점들 중에 가진 하나로서
그것을 고치기만 하면 끝이고 고치기만 하면 없는 것보다는 차리리 있었던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고치는 과정에서 고치는 힘이 길러지니까요.
고치는 재미가 여간 아니니까요.
처음부터 그러한 사람보다는 고쳐서 그렇게 된 사람이 훨씬 더 큰 힘을 가지게 되니까요.
부산하게 바깥으로 치단게 되면 안으로 텅빈 허함이 있게 됩니다.
그래서 사실 외로울 수 있는 것도 그런 허함보다는 한 걸음 나아간 삶을 산다 할 수도 있습니다.
진정하게 자신을 찾아가는 외로움이면.
그래서 이 사이트에서도 외로움을 칭송하는 글이 있습니다.
내향을 인정하는 글도 있습니다.
다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바깥세계하고 마주하고 살면 온전한 나 자신과 마주할 시간을 잃고 만다'는 말씀도
그래서 의미가 큽니다.
그렇게 살기가 힘들고 그래서 그만큼 자신으로 돌아가는 노력이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을 찾는다고 자신속에 빠져버리면 그것도 또 위험이 따릅니다.
사람은 깊이 보면 볼수록 다른 사람들과, 나아가서는 뭇생명과 공존, 공생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생명의 참모습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혼자일 수 있어야 자신을 찾을 수 있지만
또 같이 있을 수 있어야 생명의 본래 모습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답은 혼자이되 혼자가 아니어야 하는 것입니다.
대중속에서 있되 대중속으로 몰입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을 지키면서 대중과 어울릴 수 있어야 합니다.
누가 무슨 소리를 질러도 그것에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지 않고 그냥 바라보면서
그 사람과 또 하나가 되는 것이 진짜 실력입니다.
혼자 외로이 편한 것 같아도 그 속에 이러한 화의 속성이 그냥 남아 있으면
진짜로 편하지 못합니다. 의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그 속에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겉으론 혼자인 것 같지만 그 속에는 미움과 화의 대상이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바깥으로 나와 누구와 부닥치기만 하면 그 화는 여지없이 나와 그 사람을 흔들고 불편하게 해 버립니다.
그것은 진정한 편함이 아닙니다.
대중속에서 그 화를 녹이는 일에 성공하고
그래서 화 없이 대중과 어울릴 수 있으면 혼자이되 혼자가 아닌 상태가 됩니다.
진정 혼자이면서도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것이 됩니다.
그 상태는 혼자만을 좋아하는 사람은 결코 맛볼 수 없고
그런 맛이 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화가 감옥이고 미움이 감옥입니다.
두려움도 감옥이고 불안해 함도 감옥입니다.
이것들을 속으로 녹여야 합니다. 분명 녹습니다.
그래 보면 혼자있기를 좋아하는 것도 아마 어느날 없어져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시장 속에서 혼자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혼자입니다.
시장에서 있되 시장의 어떤 현상에도 끄달리지 않고 시장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진정 행복할 수 있는 혼자입니다.
혼자이면서도 어울릴 수 있는 삶의 묘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거긴에 자유가 있고,
진정한 사랑이 꽃필 수 있습니다.
어렵더라도 그런 길로 가면
발전이 있고 하루하루 사는 것에 재미와 활기가 깃들게 됩니다.
이것은 종교도 아니고 이념도 아니며
순전히 인간에 관한 실재입니다.
사람이 그렇게 생겨먹었다는 것입니다.
해보면 압니다.
그것이 사람의 과학, 삶의 과학임을 알게 됩니다.
여러분이 정말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편견에도 끄달리지 않고
자유속에서 지혜를 발휘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돈을 버는 지혜, 돈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지혜(돈을 우습게 보아도 안되고 돈을 절대적으로 숭배해서도 곤란),
가족의 소중함을 아는 지혜, 일을 하고 동료들과 어울리는 지혜, 삶의 참의미를 아는 지혜...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어마어마한 지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잘 사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