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 Portrait
손호준이 웃는다
오랜 시간 웃음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던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웃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해왔다. 드디어 그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순천에서 올라왔다며 히죽거리던 1994년의 그 남자가, 2013년에 와서야 진짜 웃는다. 손호준의 웃음 속에는 아픈 세월을 행복하게 승화하는 힘이 깃들어 있다.
에디터: Lee JooYoung
<응답하라1994>의 ‘해태’라는 캐릭터 때문에 당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아주 많아졌다. 기분이 어떤가?
솔직히 말하면 아주 쑥스럽다. 부끄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팬들이 나를 보면 “해태다. 아 어떡해” 라고 한다. 그럼 나도 덩달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차라리 먼저 사진 찍자고 하면 바로 찍을 수 있는데. 하하. 보면 그냥 바로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부탁하는게 편하다.
연기에 매력을 느낀 건 언제부터인가?
아버지가 교회 집사님이었는데, 교회에서 하는 청소년 연극에 나가라고 했다. 창피해서 연출하는 누나에게 가장 짧은 대사를 달라고 해서 한 소절을 하고 내려왔다. 당시 CF를 패러디한 대사였는데, 내 대사에 사람들이 ‘빵’ 터지는 걸 보고 흥분됐다. 아쉬움에 연극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 같다.
고등학생 때부터 지역 극단에서 활동한 건가?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에는 연극반이 없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하는 연극제에 나가고 싶었는데, 그때 친구 두 명을 꼬드겨 1인 8역인가를 하며 작품을 하나 만든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극단에 들어가서 연기를 시작했다.
광주에서 서울로 상경한 건 언제인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올라왔다.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연극을 하고 싶어서였다. 유명한 극단 목화의 오디션을 봤는데 떨어졌다. 낙심하고 있을 때, 서울에 먼저 와 있던 (유노)윤호가 매니저를 소개해줬고, 그때부터 배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게 언제인가?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았나?
올해로 딱 10년 전 이야기다. 지금까지 우리 부모님은 내가 하려는 일에 단 한 번도 반대한 적이 없다. 언제나 내 결정을 존중해줬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와는 언제부터 알았나?
광주에서 극단에 소속되어 있을 때, 1년 후배의 친구였다. (그럼 지난 호의 유노윤호 파티에 온 후배인가?) 아니다. 그 후배는 바로 어제 전역했다. 그도 연기하는 친구고, 박상혁이란 녀석이다. 아무튼 윤호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친한 친구이자 형동생으로 지내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손호준을 검색하면 이렇다 할 작품이 없다. 그럼 지금까지 10년을 서울에서 어떻게 버티며 지냈나?
우리 집이 아주 부유한 형편은 아니었다. 부모님은 항상 전화로 잘 사느냐고 묻는다. 굶고있으면서도 잘 먹고 잘 산다고 했다. 나 너무 힘드니 용돈 좀 보내달라고 하는 말은 정말 하기 싫었다.
<응답하라1994>로 스타덤에 오르기 직전까지 수입이 얼마나 됐나?
사실 수입이란 게 전혀 없었다. 작품도 좀 했지만, 정말 얼마 안 되는 액수였다.
10년전 시작한 서울 생활이 정말 힘들었겠다.
내가 상경했을 때는 동방신기가 데뷔하면서, 윤호가 인기를 얻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윤호는 잠시 짬이 나면 내게 전화해서 “ 형 밥 먹었어?” 라며 묻고, “안 먹었다”고 하면 달려와 식사를 함께하고 다시 일하러 갔다. 그리고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가족처럼 나를 챙겨주었다. 평생 감사해야 할 친구다.
하고 싶고, 먹고 싶고, 입고 싶은게 많은 20대 시절, 단 한 번도 넉넉하게 돈을 써본 적이 없겠다.
얼마로 한달을 지냈냐고 물으면 딱 단정 지을 순 없다. 10만원으로 한 달을 지냈다면 그건 아주 넉넉하게 산 것이다. 사실 굳이 돈 쓸 데가 없었다. 돈이 없으면 안 움직이면 되니까.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 유통기한이 가장 긴 음식들을 비축해두고.
딱 서른 살이다. 당신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어떤 감회가 드는지 궁금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굉장히 재미있었던 것 같다. 결코 앞으로 경험하지 못할 것들을 해봤으니까. ‘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머쓱하지만. 정말 고생 많이 한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내 연기에 큰 도움이 된다. 절실함을 경험해봤으니까.
사실 10년여를 무명으로 지냈으면 연기를 포기할 마음도 들었을 텐데.
아니. 단 한 번도 연기를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최근 소속사 대표님과 술 한잔한 적이 있다. 물으시더라. “ 호준아, 너는 연기를 왜 하니?” 당황스러웠다. 당연한 걸 물어보니까. “ 선생님, 솔직히 말씀드리는 건데,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없어요.” 라고 답했다. 내가 뭘 해서 돈을 벌 수 있을지 잘 모르겠더라. 연기밖에 없었다.
<응답하라1994>는 배우 손호준에게 기폭제가 된 작품이다. 이전과 이후 달라진 게 있나?
지금까지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이 작품 덕에 길이 많이 열린 것 같다. 일에서는 이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솔직히 묻겠다. 이제 손호준은 웃을 수 있는 상황인가?
과거에는 진짜 웃을 시간조차 없었다. 내게 여유를 줄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기를 위해 노력했지만 웃지는 못했다. 사실 지난 10년간 고향 광주에 한 번도 내려가지 않았다. 초췌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라고 변명을 해왔다. 불효자가 된 셈이다. 12월 중순이 어머니 생신이다. 처음으로 돈을 벌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 사 드리는 풍습이 있잖은가. 그것과 함께 어머니께 옷 한 벌 사 드릴 생각이다. 그래서 웃을 수 있다.
2013년은 당신에게 아주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나이 마흔이 되었을 때쯤 이 시간을 반추해보면 어떨 것 같나?
<응답하라1994>는 내게 정말 소중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가족이라고는 윤호밖에 없었다. 윤호도 그렇게 말한다. “나는 형이 진짜 피만 안 섞였지 내 친동생보다 형하고 더 친하다”고. 이런 윤호가 바쁠 때면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소중한 사람을 많이 만났다. 감독님을 포함해 김성균 형. 스태프들을 말이다. 내게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준 작품이었다.
스타덤에 오른 후 유노윤호와 한잔했나?
윤호와는 항상 만난다. 오늘 일본에서 윤호가 온다. 누구든 일정이 끝나면 윤호가 우리 집으로 오든지, 내가 윤호한테 가든지 한다. 매일 보는 사이다. 아마 지금의 내 생활을 즐기는 건 오히려 윤호다. 아침마다 인터넷에서 내 이름을 검색해, 이러저러한 기사들을 알려준다. 또 이 분야에서 대처하는 법도 알려준다. 내 앞길을 윤호가 앞에서 미리 닦아주고 있는 거다. 멋있는 동생이다.
듣기에는 두 달 전쯤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됐다고 하더라.
지금까지 거의 윤호 집에서 살았다. 가깝고 친하지만 내 집이 아닌 건 분명했다. 윤호 아버님이 윤호와 함께 먹으라고 몸에 좋은 것을 보내주셨다. 그래도 그걸 먹기가 미안했다. 바쁜 윤호가 먹고 몸을 챙겨야 하는데 내가 먹어도 되나란 마음이었으니까. 서울에서 내 첫 집이 생기면서부터 그런 부담감이 사라졌다. 좋긴 좋더라. 하하.
홀로 새집 문을 열 때 기분이 어땠나?
그때도 윤호와 같이 갔다. 처음으로 집에 발을 들이는데 윤호가 나보다 더 좋아하더라, “ 형 능력으로 처음 집을 구한 것 아니냐.” 며 근처 숍에 들러 필요한 생필품을 잔뜩 사가지고 왔다. 이사 첫날 방에서 맥주 한 캔을 함께 마셨다. “ 그럼 나 이제 형 집에 매일 와도 돼?” 라고 묻더라. 웃었다. 기분 좋아서.
두사람, 꼭 연인처럼 보인다.
서로 일정이 끝나면 통화한다. 그냥 너희 집에서 잘까? 오늘 형 집에서 잘까? 꽤 긴 시간을 함께 붙어서 살다가 떨어지니 섭섭해서 그런 것 같다.
혼자 사는 맛 중 가장 좋은 건 뭔가?
사실 조금 외롭긴 한데, 진짜 좋은 게 하나 있다. 내 집이 아닐 땐 아무리 피곤해도 들어가서 옷을 벗어서 개어놓고, 빨랫감은 잘 모아두었었다. 내가 더럽게 생활하는 편은 아닌데, 요즘 아주 피곤하면 옷이고 양말이고 바닥에 팽개치고 침대에 바로 눕는다. 이게 정말 편하다.
오랫동안 객지에 살았으니 요리도 잘하겠다.
물론이다. 아무리 없이 살아도 집에 쌀, 고추장, 간장, 김치는 항상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정말 다양한 음식을 할 수 있다. 김치를 어떻게 써느냐에 따라서도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살 집을 마련했다는 건 배우 손호준이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음을 뜻한다. 신작도 벌써 결정되었고.
이정재, 신하균 선배님과 함께하는 <빅매치>라는 영화다. 사실 내 비중이 그리 크진 않다. 하지만 내가 언제 또 그분들과 작품을 같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무척 설렌다.
어쩌면 거기서도 또 다른 가족을 만들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이제부터 내가 하는 작품이 많아질수록 서울에서의 가족이 늘어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이제 배우로서 삶을 시작한 손호준은 점차 어떤 배우로 성장해가고 싶은가?
아직 내가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보다는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그걸 잘 소화해내는 것이 할 일이라 생각한다. 언제나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출처 디시인사이드 손호준 갤러리
손호준 멘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짱짱맨
그나저나 유노윤호 손호준ㅋㅋㅋㅋ
행쇼하세요\(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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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유노윤호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