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40대 초반입니다.
대부분의 남편들이 그러하듯 회사 일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집에서 이야기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저와 비슷한 업종에 있으니
저도 가끔 듣는 이야기로 남편이 두 세력 사이에 끼어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남편 자랑 같아 좀 그렇습니다만.. 제 남편은 도덕적으로나 인성에 있어서나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콩깍지 씌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요.
남편이 꽤 오래 중간관리자 입장에서 열성적으로 일해서 회사에도 많은 이익을 주었고 아랫사람이나 윗사랑 모두에게 잘 처신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작년 11월 쯤부터 회사가 좋지 않다는 말을 뭉뚱그려 하고 비전이 없다는 말도 가끔 하더라고요.
그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저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직장인이 다 그러려니 했어요.
그리고 12월 말에 회식이 있었는데, 단 한번도 그런적이 없는데 동료에게 전화가 왔어요. 죄송한데 와서 모시고 가셔야 할 것 같다고요.
결혼생활 동안 단 한번도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완전히 취해서 저를 겨우 알아볼 정도였습니다.
택시를 태워서 200미터 쯤 갔을까요? 내려서 토하고 싶다고 소리를 질러서 길거리에서 내렸는데 성인 남자가 자기 몸을 지탱 못 하니
키 160도 안되는 제가 도저히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길에 잠깐 겨우 앉혔는데 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헛소리처럼 말을 하는데
나는 잘하고싶었다. 사람들이 너무하다. 등의 이야기를 하니 제가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도저히 그런 남편을 보기가 힘들어서 인사불성인 남편에게
그 회사 그만두고 싶어? 라고 물어보니...
그 정신없는 와중에 눈이 반짝 하면서 아주 크게 끄덕 하더라고요. 그리고 다시 정신을 못차리고 토하고..
마음이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평소에 말을 못했지 얼마나 괴로웠을까 싶어서요..
그리고 완전 추운 길거리에서 그렇게 30분을 보내도 정신을 못 차려서 112에 전화해서 근처 모텔로 데려가서 눕혔습니다.
구토한 옷을 치우고 나니 곯아떨어지더라고요. 심지어 그 와중에 바지에 실례를 하고...
남편은 박사 학위를 받은 고학력자이고 단 한번도 이렇게 실수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어요.
이성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것도 처음이었고요. 울면서 토하고 바지에 실례를 할 정도로 괴로워하는 40대 초반 남자를 보니 정말 마음이 아파서...
그때 결심이 섰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나오게 해야겠다고요. 이러다 사람 잡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그 회사 2월에 그만두었습니다.
당시에 저도 불안하고 괴로운 마음이 많았는데, 나라도 정신을 차리고 그나마 나는 직장이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혼 생활은 팀워크라고 생각됩니다. 한 사람이 부족할 때 다른 사람이 채워주고, 그걸 보고 또 서로를 위로하고 울고... 그런거요.
그냥...힘든 마음을 토로하는 다른 글을 보고 집집마다 다 사연이 있구나 싶어 짧게 써 보았습니다. 어려울 때 함께 하는 사람은 부부밖에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