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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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줄거리는 일단 FiM 원작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일부러 기존 에피소드에서 따온 티가 납니다.
구조 자체는 S1E02 - Friendship is Magic과 다를 바가 없죠. 이 건 72분 안에 이야기가 결말을 맺어야 하니 이해가 갑니다.
선셋 시머가 악마화(선셋 사탄?)되는 것도 S2E26 - A Canterlot Wedding의 마지막 10분에서 이야기를 그대로 따온 것이죠.
이렇게 검증된 이야기 구조를 따온 것은 좋은데...
검증된 이야기를 따온 것 치고는 구멍이 너무나도 많았어요.
이야기를 맛깔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도 정말 많이 놓쳤습니다.
드럼통에 대고 K3을 한 탄통 다 갈겨대야 이 정도 구멍이 날 것 같아요.
1. 트와일라잇이 크리스탈 왕국에 간 이유인 공주 회의(Princess Summit)에 대한 정보를 그냥 넘겨버림.
- 간단히 세계관 확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어요.
- 낮인데 기차 타고 와서 피곤할테니 자라고 하는 건 아무리 봐도 애니메이션 비용을 아끼려고 하는 것 같아요.
2. 트와일라잇과 플래쉬 센트리를 충돌시켜서 플래쉬 센트리를 소개함.
- 구도를 봤을 때 트와일라잇이 똑바로 앞으로 걸었으면 플래쉬 센트리와 부딫힐 수 없는 상황이었죠. 아무리 봐도 플래쉬 센트리를 소개하기 위해 억지로 넣은 장면입니다.
(트와일라잇이 양탄자에 걸려서 넘어진 뒤 플래쉬 센트리가 일으켜 세웠으면 더 자연스러웠겠죠. 역시 애니메이션 비용을 아낀 티가 나요.)
3. 엄연한 공주인 트와일라잇이 자는 방 앞에 경비가 배치되지 않음.
- 크리스탈 왕국의 경호 의장대가 위풍당당하게 메인 식스를 맞는 장면을 보여줬는데 다음 장면에서 갑자기 경비가 허술해졌어요.
- 선셋 시머가 문 앞의 경비를 제압하여 마법 능력을 과시할 큰 기회를 놓쳤습니다.
4. 선셋 시머와의 어색한 추격전.
- 선셋 시머가 갑자기 넘어질 이유는 없는데 넘어졌어요. 그리고 넘어진 후 트와일라잇과 선셋 시머가 잠시 멈추죠. 왕관을 훔쳤음을 쉽게 알려주기 위해서라지만 굉장히 게으르게 보여요.
- 선셋 시머와 트와일라잇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을 때 잠자코 지켜보기만 한 건 나머지 메인 식스를 움직이기가 귀찮은 정도를 넘어서 제작비 부족이 의심될 정도였어요.
5. 이퀘스트리아를 수호하는 유물인 원소 왕관을 밤에 빼앗겨놓고 아침까지 처리를 미룸.
- 이 건 정말 할 말이 없어요. 트와일라잇의 원소가 중요하다고 말하면 말할수록 이 헛점이 더욱 크게 부각되요.
6. 어디로 통하는 지 모르는 차원 관문에 대한 지극히 허술한 관리.
- 휴매니아(Humania)(...)로 넘어가는 차원 관문은 이퀘스트리아에게 위험할 수 있는 마법적인 구조물이에요. 그런 구조물을 셀레스티아가 갓 돌아와서 이퀘스트리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비가 허술할 크리스탈 왕국에 넘길 이유는 하나도 없어요.
- 그리고 예상대로 차원 문에 대한 관리는 정말 허술했어요. 문 앞에 경비가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 이전에 선셋 시머가 경비를 제압하는 장면을 하나라도 넣었으면 좀 더 나았을 거예요.
- 셀레스티아는 자신의 예전 제자인 선셋 시머가 이 차원 관문을 넘어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했어요. 만약 자기 제자가 돌아오길 바랬으면 자신과 가까이 있는 캔틀롯에 관문을 두고 관리하면서 제자가 돌아오는 지 여부를 계속 살펴보는 것이 정상 아닐까요.
(설명하면 설명할수록 헛점이 더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슬슬 체념하고 싶어지기 시작해요.)
7. 3일이라는 제한 시간.
- S1E01~02에 걸친 사건은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일이 맞기는 해요. 메인 식스가 우정을 깨닫는 것은 하룻밤 동안인 것은 맞아요. 하지만 하룻밤 사이라고 해도 이미 목숨을 건 모험을 벌인 뒤라서 서로 빨리 친해질 기회가 생겼음을 생각해야 해요.
- 원작에 비교해서 별다른 모험이 벌어질 일이 없는 휴매니아에서는 고작 3일이란 시간 안에 나머지 메인 식스가 생판 남남인 트와일라잇과 친해질 시간적인 여유도 없고, 휴매니아를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도 처음부터 접고 들어갔어요. 번갯불이 아니라 핵융합 플라즈마에 콩 구워먹는 것 같아요.
8. 바꿔치기된 왕관을 교장/부교장이 알아채지 못함.
- 선셋 시머가 가져온 가짜 왕관은 휴매니아의 캔틀롯 고교에서 가을 무도회에 쓰려고 마련했던 왕관이었죠.
(이 사실을 시청자가 억지로 추론하게 만든 건 정말 초보적인 실수예요.) - 그런데 여기 인간들이 바보라고 왕관을 진짜 귀금속으로 만들까요. 척 봐도 뭔가 학교 예산으로 주문한 것과 다르고, 무게도 훨씬 무겁다는 걸 느꼈어야 정상일텐데...
9. 가을 무도회라는 목표를 시청자들에게 강제함.
- 무도회 왕관이라고 한 것은 마법의 힘이 깃든 유물이고, 그 유물은 내 것이라고 설득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요. 말하는 강아지 스파이크가 있잖아요. 스파이크가 말하는 걸 보여줘서 설득한 뒤 왕관을 가져왔으면 이야기는 그 자리에서 그냥 끝났을 거예요.
뒤에 온갖 난리가 벌어져도 괜찮다고 넘어간 걸 보면 그냥 이렇게 조용히 가져오는 게 모두에게 좋게 마무리가 되었을 거예요.
(무슨 How it should have ended 쓰는 것도 아니고...)
10. 전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트와일라잇의 학적부 서류를 확인하지 않음.
- 이 건 정말 할 말이 없어요. 다른 학교 학생이 도망쳐나와도 아주 잘 섞여 들어갈 것 같아요.
11. 고등학교인데 수업 장면이 없다?
- 수업 모습은 딱 한번 문 바깥에서 지나가듯 보이고 넘어가요. 트와일라잇도 분명 대학교 이상 고등 교육과정을 다 마쳤으니 몸 움직임은 어색해도 전학생이라 하고 수업에 그대로 섞여 들어갈 수 있었을텐데, 그런 모습은 하나도 나오지 않아요. 훌륭한 정보 전달 기회를 그냥 넘겨버렸어요.
12. 작중 갈등은 전부 선셋 시머가 조장하고, 전부 선셋 시머에게 역효과로 작용함.
- 미국 고등학교에서 무도회의 주인공인 프롬 퀸(작중 Formal Princess)은 투표로 선발해요. 그러니까 트와일라잇이 학적도 성적도 신분증도 친구도 하나도 없는 불법 전학생 신분으로 3일 안에 인기 투표로 학교 얼짱인 선셋 시머를 이겨야 한다는 게 줄거리예요.(포니 영화의 줄거리가 이렇게 요약되니까 뭔가 역겹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벌써 뭔가를 선을 넘어버린 것 같아요. 히히히히히)
- 만약 선셋 시머가 트와일라잇을 그대로 내버려뒀으면 트와일라잇을 주목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고, 그러면 트와일라잇이 표를 받을 건덕지도 하나도 없었을 거예요. 결국 트와일라잇이 친구들을 다시 찾고 나머지 학생들에게 호감을 산 건 전부 선셋 시머가 벌인 짓을 수습할 수 있었던 덕분이에요.
- S1E02에서 나이트메어 문이 메인 식스를 방해한 것을 생각하고 이렇게 줄거리를 짰을 수도 있어요. 메인 식스는 나이트메어 문의 방해 공작을 해결하면서 자신들의 원소를 깨달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방해 공작은 메인 식스가 화합의 원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고, 메인 식스가 보여준 특이한 성격이 아니었으면 다 제대로 통했을 것이라는 차이점이 있어요. 개연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예요.
(차라리 G1 영화의 줄거리가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메간이 좀 뜬금없기는 해도 G1 영화의 악역은 그래도 제대로 동기도 있고 성격도 딱 맞았거든요.)
13. 한숨나는 결말 도입부.
- 왕관을 받으러 갈 때 아주 상식적으로 스파이크를 나머지 메인식스에게 맡아달라고 했으면 결말은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트와일라잇은 이퀘스트리아로 무사히 돌아갔을 거예요. 다시 한번 논리의 비약을 강요해요.
14. 한숨나는 클라이막스.
- 고등학생 수백명을 조종해서 이퀘스트리아를 침공한대요.
- 그런데 그 와중에도 메인 식스는 조종할 생각을 안 해요.
- 더 이상 조화의 원소 유물도 없이 조화의 원소의 힘을 써요. 이게 독립적인 작품이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이 영화는 원작을 봐야지 내용이 이해가 가는 초보적인 실수에 의존하는 영화인데도 원작의 설정을 무시하니까(S2E26) 문제가 되요.
15. 플래쉬 센트리가 존재할 이유가 없음.
- 플래쉬 센트리가 작중에서 하는 역할은 코드가 없는 베이스로 일렉 기타 소리를 내고, 트와일라잇에게 껴안기고, 선셋 시머가 억지로 저지른 짓을 억지로 해결해주는 것 밖에 없어요. 인간 플래쉬 센트리의 부분을 영화에서 전부 지워도 줄거리를 이해하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 그렇게 난리를 쳐넣고는 플래쉬 센트리와 작별조차 하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 특히 결말부... 작품의 의미를 되새기고 뭔가 기억에 남을 결론을 맺어줘야 할 결말부에서 포니 버전이 트와일라잇과 부딫혀서 등장하고, 결말의 마지막 대사가 전부 가십으로 변질된 걸 보면 작가가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 이해가 가질 않아요.
(아무리 봐도 플래쉬 센트리 인형을 팔기 위해 집어넣은 티가 나요. 인형이 팔리지 않으면 정말 시간 낭비에 제작비 낭비예요.)
초등학생이 쓴 팬픽 줄거리가 더 논리정연하고 읽기 쉽고 재밌을 것 같아요.
해외에서는 줄거리를 포기하고 그냥 보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보는 데 들어가는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봐요.
아... 시간 잘 낭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