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용사다.
누가 뭐래도 나는 용사다.
다만, 지금은 아무것도 하는 일도 없는.
하나의 멋진 인생을 살고 있다.
“네네. 그러시겠죠. 아드님.”
이 목소리는 나의 어머님.
용사인 나를 낳아주신.
신에게 선택받은 어머님이다.
다만, 뭔가 불만족스러워 하는 말투는 신경 쓰지 마라.
원래 저러셨으니.
“그럴리가 있나? 이 잡것아.”
...
잠깐만 기다려 주시길.
“아, 엄마. 쫌!”
“뭐 이 쌍것아. 그렇게 으슥한 곳에서 중얼중얼 거리지 말고 일하라고 일!
“아, 제발! 나 그거 내 몸에 안 맞는다니까. 나 용사라구요! 엄마!”
“용사든 나발이든! 밖에 나와서 쟁기질 하나도 안 돕냐!”
“하, 나는 원래 운명이 마왕과 싸워야 할 운명이라니까요!”
“말대답마라! 오늘 저녁 해지기 전까지 쟁기질 안하면 오늘 저녁. 기대해라! 난 나간다.”
‘쾅’
“쌍놈의 자슥, 문디새끼, 마왕은 뭐하나 저 놈 안잡아가고...”
...
아, 아까의 상황은 신경쓰지 말아주시길.
그저 평범한 일상이니까.
그리고 이게 용사의 일상이야.
당황하지마. 원래 모든 영웅이란 다 이래.
‘음. 그냥 평범한 니트로 보이는데’
아니, 무슨 말씀! 나는 어디까지나 용사! 용사라면 어디까지나 마왕을 쓰러뜨리는 거 잖아!
단지 저런 쓰잘대기 없는 쟁기질 한번 안한다고 해서 세상이 마왕의 손에 넘어가는 건 아니니 걱정마!
‘단순한 놈팽인것 같은데.’
무슨 실례의 말씀을!
나는 어디까지나 평범한 용사라고!
‘그럼 너, 마법하고 싸움은 잘해?’
후훗. 나 용사라고? 마법? 싸움? 그런건 당연히 파팍!하고 슈슉!하고 깨닫게 되는 법이지!
‘그렇다는 건 쓸 수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당연~히 모르지!
내가 왜 지금 쓸 수 있겠어? 마족이 있나? 마왕이 있나?
어디까지나 내가 힘을 쓸 곳은 그쪽 뿐이라구.
‘(의심스런 눈초리로 본다.)'
후훗, 이제야 내 진면목을 알아보는 걸까!
‘그나저나 용사님, 밖에 슬슬 해가 지는데요.’
그래. 오늘도 석양이 아름답네.
‘아니, 그게 아니라...’
쉿. 아무말도 하지마. 오늘은 왠지...중요한 만남이 있을 법한 느낌이니까.
‘...저기 용사님.’
왜 그래? 나 바쁜거 안보이냐?(주위를 둘러보며)
‘용사님 어머니가 오는 것 같은데요.’
...뭐, 어후 슈발. 어...큰...큰일났다.
‘...갑자기 쟁기는 왜 들고 있나요?’
조용히 해봐, 지금 시늉이라도 해야할 거 아니냐고.
‘아깐 그런 짓 안해도 된다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요즘 세상에 마왕이 어딨냐! 선대 용사가 퇴치했는데!!
‘그럼, 너 용사도 뭣도 아니잖아.’
아, 쫌 닥쳐봐.
“이게 누구신가! 우리 용사님 아니여!”
“어...엄마.”
“엄마? 여기 누가 우리 용사님 엄마에요?”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가리킨다.)”
“난, 니 같은 놈팽이 내 아들로 둔 적 없다!”
“어...엄마!!”
“쌍놈의 새끼! 내가 뭐라고 했냐! 뭐라고 했어!”
“어. 엄마 그게 아니라!”
“뭐가 아니여, 이 사내자슥아! 그나저나 너 내가 뭐라고 했냐.”
“어....그게...”
“그게~?”
“그....뭐였는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죄송하...압....”
“이 쌍놈의 새끼!!!!”
“어...엄마!!!”
“엄마~? 어엄마아~? 난 니같은 호로 새끼 자식으로 둔 적 없다!”
“자..잘못했어요...”
“...그래...”
“어...엄마?”
“이럴 줄 알았지. 보소! 여기 이 놈 좀 잡아가소!!”
‘어....좆됀거 같은데. 왜 병사가 오나요?’
모...몰라. 왜...왜 이러세요!! 저 용사라구요!!
“닥쳐라. 이 쓰레기 자식아! 용사고 나발이고! 넌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할 나이가 되었다!”
‘...미필이었냐?’
으....으아.. 어...엄마!! 도와줘요!!
“용사님, 난 니같은 아들 둔 적 없다. 사람돼서 나와라.”
오늘도 용사의 하루는 평화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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