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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범, 한국 호러영화의 여전한 한계점
게시물ID : movie_701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루약국
추천 : 10
조회수 : 1507회
댓글수 : 49개
등록시간 : 2017/08/28 23:44:22

이 글에는 주관적 소감과 스포가 많이 들어가 있어요.

왜냐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보고 까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은 굉장히 적대적인 후기가 될 겁니다...




통신사 월2회 VIP로 무료감상의 기회로 굳이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애초에 한국 호러무비는 뻔할 뻔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예상이 적중하면서 아까운 제 돈을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결과만 말하자면 정말 정석 그대로 제가 생각하던 한국형 호러 무비였습니다.





쓸데없이 늘어지는 드라마 + 신파 + 영적존재 + 무당 + 엉엉엉 엉엉엉

그리고 점프스케어 남발. 뭐 시도때도없이 사람 놀래키기만 합니다.

아무튼 이 영화의 문제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영화 아이덴티티(정체성)의 한계점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저는 이미 장산범의 존재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한 몇년 전쯤부터 해서 심심하면 인터넷 커뮤니티 한 귀퉁이에서

장산범이라는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루어지고 있었구든요.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장산이라는 지명에 호랑이 범 자를 붙여서. 장산(山) 일대에 출몰한다는 괴생명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역 한정 괴담 비스무리한 존재가 장산범에 대한 설명이 되겠네요.

심지어 생긴것도 그냥 네발짐승에 하얀색 찰랑찰랑거리는 비단같이 고운 털로 뒤덮여있고

사람 목소리나 개 짖는소리를 흉내낸다 그정도입니다.



영화는 그냥 장산범이라는 정체불명의 존재 라는 부분까지만 대충 꽂혀서

여름시즌 한철 공포영화 단타로만 써먹겠다는 의지를 영화 초반부터 강하게 어필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그냥 이름만 장산범이고 나머지는 감독 하고싶은대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소리.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 등장하는 장산범은 그 정체도 모호한것이 영화 내에서도 딱히 뭐다 하고 정리도 안 되고

그런 상태로 뭔가 사건이 벌어지는 형국입니다.

보는 사람은 이건 뭐고 저건 뭣이며 지금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가 하는 느낌만 들 겁니다.

컨셉만 차용한 영화의 한계입니다.






2. 불친절한 스토리텔링, 편집

영화 연출과 편집 자체가 굉장히 맘에 안 들었습니다.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도 제대로 해 주지도 않으면서

씬 넘어가는게 아주 그냥 칼로 도마치는 기분이었어요.

그냥 씬 1-1은 여기까지니까 바로 1-2로 넘어가자~ 하는 식의 편집입니다.

내용 전달이 제대로 다 되지도 않는데 다음 장면으로 걍 넘어가버려요.

내용 몰입을 할 틈이 없습니다. 설명의 부재는 덤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엄마인 점에선 부정할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용의 전개가 엄마의 입장조차 제대로 풀어내지를 못했어요.

아무리 어린 여자아이가 길을 잃고 발견되었다고 해도 그렇죠.

자기 친딸은 왜 관심이 하나도 없는 걸까요? 만날때부터 아예 홀려버렸다 라는 설정이라도 나왔으면 이해를 했겠지만.

뭔가 큰 일이 벌어졌을 때도 딸이나 남편은 커녕 무당딸만 계속 챙기고, 카메라는 그 둘만 잡아줍니다.

아들을 잃어버린 엄마의 모성애를 자극하고 뭐 그런 설정은 다 좋습니다만

너무 개연성이 없잖아요 행동에. 당위성이 없이 무당딸만 죽어라 쫓아다니고 붙어다니는 모습은

시나리오를 이렇게 짰으니 배우는 개연성은 무시하고 플롯만 따라가! 라며 윽박지르는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주연이 엄마인건 맞는데

대체 저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남편은 뭘 하고 있는 거죠?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중반에 한번 나와서 의미없는 부부싸움이나 하고 앉았고

그 씬에서 갑자기 딸이 뒤에서 지켜보다 울음을 터트리고

할머니는 계속 혼자 방구석에 앉아서 웅얼웅얼

무당딸은 불필요하게 카메라 구석에 자꾸 잡히고. 아마 얼굴을 비춰줬으면 '대체 이 씬에서 나는 뭘해야 하지?' 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을 것입니다. 영화 자체가 너무나도 불완전하다는 느낌을 시도때도없이 풍깁니다.



사실 연출 부분에 있어서는 오프닝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산범 목소리로 '여보 살려줘' 라고 듣기 전까진

대체 차에 탄 남녀의 관계가 무엇인지, 남자는 어딜 가는건지, 왜 산길을 질주하는지, 술은 왜 먹고있는지,

그리고 트렁크에 있는 여자는 또 누군지, 차로 친 개는 왜 트렁크에 같이 실었는지,

그냥 묻으면 되지 왜 삽으로 굳이 장산굴까지 가서 벽돌을 삽으로 까서 시체를 거기에 넣어야 했는지,



아니 무슨 영화가 시작부터 ?????????????????????????? 로만 가득차 있어요 아주.

저래놓고 설명도 없는 주제에 개연성마저 털끝만큼도 없습니다.

시리즈물도 아니면서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고구마만 입에 들이밀고 뜨거운물 부어주고는 영화가 끝납니다.

그리고 놀래킨답시고 주둥이에 고구마 가득찬 상태인데 가슴팍을 퍽퍽 쳐요. 놀래라고.



평범한 사람의 사고방식과는 백만년정도 동떨어진, 그냥 플롯만 쫓아다니는 연기처럼 보이는 이유가 저겁니다.

이 다음 씬은 이런이런 장면이니 자연스럽게 연기해 주세요 가 아닌,

이 씬에선 이런 모양이 나와야 하니까 그대로 보여 주세요 인겁니다.





3. 불쾌한 점프스케어(Jump Scare)

점프스케어는 이야기 중간에 사람을 깜짝 놀래키는 띠용~!! 을 말합니다.

공포영화나 스릴러, 액션, 심지어 코믹영화에도 등장하는 요소로

순간적으로 놀래켜서 긴장을 유발한 뒤 그걸 유지하거나 반대의 장면을 넣어 긴장을 크게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나쁜 공포영화의 대표로 꼽히는 영화들을 보면

점프스케어를 아무 의미도 없이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냥 1회성 깜놀장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장산범은 그런 나쁜 영화의 모습을 아주 잘 따라가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냥 공포영화니까 중간중간 사람을 놀래켜서 긴장을 유발해야겠지? 하는 수준낮은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이런 영화는 대낮에 불 켜놓고 보면 정말 아무 의미도 없는 무미건조한 영화가 되어 버립니다.



진짜로 무서운 영화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섭습니다.

B급처럼 순간적인 놀래킴으로 관객을 컨트롤 하는것이 아니라,

장면과 장면이 이어지는 그 흐름동안 꾸준하게 상상력을 자극하고 공포감을 조성하여 잡아 먹습니다.

심지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에 나오는 킬러와 가게주인의 씬을 한번 상상해 본다면

저 씬은 공포영화도 아닌데. 보는 사람의 숨통을 자꾸 졸라옵니다.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하거든요.

뭔가 불편하다는걸 점차 느끼는데, 그 불편함의 원인이 어디에서 생겨나는지 서서히 모습을 확인하면서

보는 사람마저 호흡을 조절시켜 버리는 그런 연출이야말로 진짜 공포와 스릴의 모범적인 역할이죠.



아무튼 이 영화는 놀래키는 구간도 뻔해서 일부러 그 장면쯤에 귀를 막고 있으면 안놀랄수 있습니다.

억지공포만큼 사람의 기분을 불쾌하게 만드는건 없습니다.





4. 답답한 캐릭터들

사실 캐릭터들이 저렇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언행에 이상함을 느끼는 것은

개연성을 밥말아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예를들어,

뭔가 벽돌로 둘러싸여 어두컴컴한 장소를 탐색해야 하는 상황일 경우

저같으면 주위에서 짱돌이나 나무 꺾어와서 얇팍한 벽돌담 다 깨고 조명부터 확보할 겁니다.

대놓고 여기는 위험한 장소입니다 하는데 애매한 조명만 들고 기어들어가는건 뭐 하자는 짓일까요?




나는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따라서 위험한 행동을 하겠어! 왜냐하면 이건 공포영화고 난 스토리를 진행해야 하거든!

...이거랑 다른 점이?



형사는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점인데 뭔 폴리스라인도 안치고 지키는 사람도 없고

뭐 하자는 걸까요? 요샌 사망사건이 별로 민감한 이슈가 아닌가보네요?

곡성이랑만 비교해봐도. 곡성은 몇일동안 계속 라인 치고 교대로 경찰 배치해서 지키고 했습니다

근데 사람이 죽은데다 사고사도 아니고 뭔가 살인현장 느낌 팍팍 풍기는데 웃겨 죽는줄 알았습니다.




심지어 차량 앞유리 깨지고 피가 흥건하고, 부인은 실종됐고, 내연녀는 시체로 발견된 상황에서

해당 차량 운전자를 불러다가 호구조사나 하고 집에 돌려보내는 경찰은 어느나라 경찰입니까? 경찰이 아니라 '경찰4' 쯤 되나




장산범은 그냥 미스테리 괴생명체 정도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장산범=호랑이 귀신 씌인 남자무당 정도로만 기억하게 생겼네요.



감독 인터뷰에서 무슨 사운드에 집중하여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운드호러 영화가 될 것이다 뭐 이런 얘길 본것같은데

(아마 영화 팜플렛에 써 있었던것 같네요)

그것만 봤을때는 컨져링처럼 술래잡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대놓고 뭔 굿하는 씬이 나오질 않나

어린애를 장독에 가둬서 '고' 만드는 씬이 뜬금없이 튀어나오질 않나 (실제 '고' 와도 백만광년 다름)




심지어 80년대에 있던 여자애라고 형사가 말까지 해 줬는데

대체 그 무당딸의 정체는 뭘까요? 귀신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데 뭔 첫만남에 목욕도 시켜주고 머리도 말려줌ㅋㅋㅋ

정체가 뭐길래 태블릿pc도 만지면서 놀고ㅋㅋㅋㅋㅋㅋ 요즘 귀신 편해졌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아주 풀리는건 한개도 없고

영화 내내 되도안한 공포영화 클리셰 범벅 보느라 웃겨 죽는줄 알았는데

(특히 장님 무당 부분. 결국 하는것도 없이 폼만 잡다가 영화 끝날때까지 나오지도 않음)

막판에는 계속 시각테러 청각테러 하더니 염정아는 고구마 한트럭을 주고 영화가 끝남.







역시나 다짐하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한국형 호러영화나 SF는 앞으로도 최대한 걸러서 봐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장산범 자체도 매니아들이나 귓등으로 아는 컨텐츠인데

그걸 자기 맘대로 재창조해서 써먹을 때부터 이미 이 영화의 결말은 뻔했습니다만...

아니 진짜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소재인데

그걸 무슨 치매걸린 고부갈등에 부부싸움에 신파극에 드라마로 뒤범벅을 시켜놨으니

호러가 낄 자리가 애초에 어딨습니까? 그러니까 싸구려 점프스케어나 넣어서 사람 놀래키고 기분 잡치게 만들지ㅡㅡ





저는 이 영화 평점이 이렇게 호의적이라는 점이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한국영화에 너무 큰 기대를 해서 그런건가요???

아니면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 눈이 엄청나게 높아진건가???

박평식 평론가가 4점을 주다니 이게 무슨 일이지????????????





아무튼 저는 이 영화 보고 오늘 기분 다 잡쳤습니다

너무나도 화가 나서 집에오는길에 소리를 빡빡 질렀음

리뷰도 딱 이정도만 징징대고 마칩니다

아오 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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