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 지형에 큰 변화가 생긴다. 이르면 내년 정규시즌부터 각 구단의 외국인 선수 보유가 기존 2명에서 3명으로 바뀐다. 스포츠서울 취재 결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KT를 포함한 10개 구단, 그리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상 선수협회)는 구단별 외국인 선수 보유를 3명으로 늘리는 규정 변경안에 대해 개괄적인 합의를 마쳤다. KBO 정금조 운영부장은 9일 스포츠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KBO와 각 구단, 선수협회는 외국인 선수 보유안 수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98년 도입한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제도는 15년 만에 대 변화를 맞게 됐다.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의 배경은?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안은 지난해 NC의 창단과 맞물려 나왔다. 몇몇 구단은 신생팀 창단으로 인해 선수 층이 얇아졌다는 이유로, 구단별 외국인 선수 보유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O는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을 검토했고 선수협회에 의견을 물었다. 선수협회의 첫 반응은 ‘결사반대’였다. 국내 선수들의 이권을 해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KBO와 각 구단은 ‘9구단에 이어 10구단이 창단할 경우 기존 선수 인프라를 가지고 운영하기 힘들다. 결국 프로야구 전체의 질과 흥행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설득했다. 결국 KBO와 구단, 선수협회는 “신생팀 NC에 3명 보유안을 적용하고 한 시즌을 지켜본 뒤 제도 변경을 다시 고민하자”고 합의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NC는 외국인 선수 3명을 운용해 올 시즌 7위를 거두며 전력평준화에 성공했다. 관중동원력도 좋았다. 뒤이어 창단한 KT는 NC보다 열악한 선수 수급에 시달릴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가지면서 ‘프로야구의 질과 발전’을 위해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에 대한 합의점이 도출되기 시작했다.
선수협회도 움직였다. 선수협회 사무국은 각 구단 대표선수들로 이뤄진 선수협회 이사들에게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안의 취지를 전달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선수협회 박충식 사무총장은 9일 통화에서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안은 조율이 필요하다. 프로야구와 국내 선수들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유연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3명 보유, 2명 출전안 유력.
KBO와 각 구단, 선수협회는 ‘외국인 선수 3명 보유, 2명 출전’안으로 합의점을 찾고 있다. 한 야구관계자는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선수협회와 의견을 나눴다. KBO는 기존 8개 구단은 3명 보유에 2명 출전, NC와 KT는 4명 보유에 3명 출전 안을 내놓았고 선수협회가 수용했다”고 말했다. ‘3명 보유, 2명 출전’ 안은 국내 선수들을 보호하고 각 팀의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생 방안으로 꼽힌다. 외국인 선수의 경기 출전 인원을 2명으로 제한할 경우 국내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빼앗지 않고도, 질 높은 외국인 선수 2명을 동시에 기용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또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에 대한 부담감도 줄일 수 있다. 프로야구의 전력 평준화와 경기 질적 향상이 기대된다.
구체적인 수정 과정은 필요하다. 가령 출전하지 않는 외국인선수 1명을 1군 엔트리에서 빼야하는지, 아니면 경기 별로 출전 기회를 나누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다. 또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모두 같은 보직으로 영입할 수 있는지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정금조 부장은 “같은 보직의 외국인 선수 3명을 영입할 경우 특정 보직에 대한 국내 선수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세부 수칙 개정은 프로야구 이사회와 실행위원회를 거쳐 다듬어질 전망이다. 정 부장은 “외국인 선수 보유 규정은 프로야구에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차근차근 고민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은 준비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구단 스카우트 바빠진다. 외국인 타자 영입전 펼쳐질 듯
내년 시즌 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가 3명으로 늘어날 경우, 이번 스토브 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 구단 스카우트팀의 외국인 야수 영입전이 매우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존 9개 구단은 외국인 선수 할당량을 모두 투수로 채우고 있다. 3명 보유, 2명 출전안이 통과된 뒤 보직에 대한 제한이 이뤄질 경우 외국인 선수 한 자리를 타자로 채워야 한다. 결국 기존 전력에 외국인 타자 1명이 추가되는 것인데, 타선의 힘이 약한 한화, NC, 롯데에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