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쫄딱 젖고. 목은 쉬고. 몸은 여기저기 쑤시고. 눈은 따끔따끔 하네요. 아침에 뉴스보다가 화나서 혼자 집 뛰쳐나와서 무작정 정동사거리로 갔어요. 오랜만에 구두대신 운동화 신고, 예쁜 가방 대신 백팩 메고, 완전 무장하고 갔습니다.
간신히 경찰들 뚫고 오후 두시경부터 별관 앞쪽에서 대치했습니다.
여기 오면 내가 뭐라도 할수 있을줄 알았어요. 근데 막상 오고 나니, 겹겹이 메운 경찰들의 방패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네요.
저 역시도 얼굴에 정면으로 캡사이신 맞았어요.
몸이 푹- 고꾸라지면서 비명이 터져나왔고 눈을 뜰수가 없고 눈물만 나왔네요.
사실 노력하면 걸어서 피신할수도 있었을텐데 그냥 악에 받쳐서 계속 한복판에 서서 엉엉 울었어요.
막 의경들한테 욕하면서. 울었는데. 혼자 와서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서 조금 서글펐어요.
그래도 물 가져다 주시면서 씻으라고 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공권력이 행사하는 무력앞에서 전 그냥 한명의 대학생일 뿐이었어요.
심지어는 법률가 단체에서까지 연대해주셨는데도 경찰의 도로 불법 점거는 계속되었고
나는 그냥 한명의 대학생일 뿐이었고, 진압의 대상일 뿐이었네요. 아무튼 그래도 느낀건 많아요.
아, 손목보호대 하나 뺏은건 자랑.ㅋㅋ
경찰 손목보호대 인증샷은 안올릴게요. 좀 두려워서..ㅋㅋㅋ
참여하신 분들, 그리고 전전긍긍 하면서 지켜보신 모두들 수고 많으셨어요. 고생하셨습니다.